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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금주의 기레기' '노룩뉴스'…
기자 '비판 혹은 조롱' 사이트 전성시대

by아시아경제

"시민이 언론을 깨알감시하겠다"… 기사 부실 뿐 아니라 '정부비판' 에 대해서도 맹비판

“독자 최근 수년 사이 언론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경험이 많이 쌓여”

“소위 문빠냐 새로운 미디어 수용 행동으로 볼 것이냐는 언론사 문제”

“언론-독자 사이의 관계, 드라마틱한 검증대 올라”

’기레기’라 평가하는 기준은 사실상 없어

'금주의 기레기' '노룩뉴스'… 기자

취재현장/사진=픽사베이

“저거 완전 기레기아냐! 정말 최악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소위 ‘나쁜 기사’, ‘질적으로 수준이 낮은 기사’ 등의 기사를 쓴 언론사와 기자를 비하할 때 사용되는 신조어다.

 

5월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레기 감시시스템, 1차 보고서와 설명’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는 글에서 ‘금주의 기레기, 이달의 기레기, 이번달 쓰레기언론사 선정 발표’를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 ‘똥묻은 펜 기레기 시상식’을 열어 “시상식에 나오지 않겠지만 똥묻은 펜을 대리 시상하게 하고 그것을 전 커뮤니티와 SNS에 배포합니다”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금주의 기레기' '노룩뉴스'… 기자

사진=언론감시DB 사이트 캡처

얼마후 이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름은 ‘언론감시 DB’다. 해당 사이트에서 ‘감시DB’를 클릭해보면 ‘기레기’로 선정한 매체와 기자의 이름이 노출된다.

'금주의 기레기' '노룩뉴스'… 기자

사진=노룩뉴스 사이트 캡처

그런가 하면 ‘노룩뉴스’닷컴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항에서 자신의 수행원에게 케리어를 전해줄 때 눈길 한번 안 주며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화제가 될 때 생겼다. 이 사이트는 JTBC 뉴스룸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획부동산’을 취재할 때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한 포털사이트의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취재한 것을 빗대어 ‘노룩뉴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금주의 기레기' '노룩뉴스'… 기자

기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는 노룩뉴스/사진=노룩뉴스 사이트 캡처

해당 사이트는 ‘노룩뉴스’라는 이름과 같이 뉴스의 완성도나 내용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뉴스를 나열해 해당 뉴스와 함께 언론사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이트가 지적하는 ‘기레기’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데 있다.

 

‘언론감시 DB’ 사이트에서 가장 상위에 랭킹 된 한 매체 기사의 지적 내용을 보면 “김정숙 여사 호칭 문제가 논란이 되자 회사 방침이라며 거짓으로 해명하여 소속 언론사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되어있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는 “우선 '여사'라는 말이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호칭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권위주의 색채가 남아있고 여자든 남자든 높여 부르는 말로는 '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 이었다고 해명하면서 “2007년부터 내부 표기방침을 정해 대통령 부인을 '씨'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앞서 ‘언론감시 DB’ 관련 게시물에서 등장하는 ‘노무현님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의미’, ‘문재인님을 지키겠다는 의미’ 의 의미는 해당 사이트가 이미 공정한 언론 감시가 아닌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한 사이트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노룩 뉴스’ 사이트에서 12일 기준 나쁜 기사로 선정된 기사 중 하나는 “강경화는 민간 여객선 선장, 항공모함 함장은 안돼”이다. 하지만 왜 나쁜 기사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나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앞서 등장한 ‘언론감시 DB’ 사이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기레기’를 선정한다는 해당 사이트는 편향성 지적과 공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들과 기자의 얼굴을 공개해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주의 기레기' '노룩뉴스'… 기자

디지털 혁신 전문가로 꼽히는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기레기’ 감시 사이트에 대해서 “독자가 최근 수년 사이 언론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경험이 많이 쌓였다”면서 “이중 일부 독자가 정권교체 즉, 정치참여 행위를 일상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촛불집회를 거치면서 권력의 정당성을 수호하는 세력을 자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언론보도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일종의 격앙 상태에 있다”면서 “단순한 감정과잉도 아닌 것이 독자들이 언론을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와 도구를 갖고 있어서 '합리적'인 문제제기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언론은 이러한 독자들의 항의를 ‘일부 지지층의 공격으로 한정’하거나 무시하고 오히려 감정을 격화하는 일탈까지 있었다”면서 “독자가 언론에 거는 바람은 커졌지만 언론이 독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통로가 막혀 있었다”며 언론인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독자들의 행동을 '문빠'(대통령 극성 지지층)로 한정할 것이냐 아니면 독자들의 새로운 미디어 수용행동으로 보느냐에서 달라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행위를 정권교체 초기 일시적인 과민반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독자들의 말걸기라고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독자 사이의 관계가 드라마틱한 검증대에 올랐다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