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총장과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인연

[이슈]by 아시아투데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별세...식민지서 태어나 유엔 사무총장까지

노벨평화상 수상...학살 앞 무력, PKO 개혁 주도

대국 앞 유엔의 무력함도 노출...전세계 지도자 애도

코피 아난 총장과 김영삼·김대중·노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0세. ‘코피 아난 재단’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족과 재단은 매우 슬프게도 아난 전 총장이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린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06년 5월 15일 외교부에서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악수하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0세.


스위스 제네바의 ‘코피 아난 재단’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족과 재단은 매우 슬프게도 아난 전 총장이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린다”고 발표했다.

코피 아난 총장과 김영삼·김대중·노무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6월 26일 유엔본부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걸어온 길


아난 전 총장은 경력 대부분을 유엔에서 보냈다. 유엔 평직원에서 국제 외교의 최고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38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가나 쿠마시에서 태어나 가나 과학기술대에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입성한 뒤 나이로비·제네바·카이로·뉴욕 등의 유엔 기구에서 일선 행정 경험을 쌓았다.


인사관리와 기획예산 책임자·감사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1993년 부르토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에 의해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으로 발탁됐다.

코피 아난 총장과 김영삼·김대중·노무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10월 23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PKO 개혁 주도


아난 전 총장은 PKO 개혁을 주도했다. PKO는 소말리아·구 유고에서 무력함을 노출했고, 르완다에서는 학살을 막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 패널을 설치해 주민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무력행사를 할 수 있도록 개혁에 나섰다. PKO가 주민을 학살과 전쟁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책임을 다하도록 한 것이다.


유엔에 첫발을 들인 지 35년 만인 1997년 1월 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무총장에 올라 유엔 개혁·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 방지·빈곤 퇴치·아프리카 내전 등 지역 분쟁 중재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는 100주년을 맞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이 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재임 중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하고, 퇴임 후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 합동 특사로 시리아 내전 중재에 나섰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그해 물러나는 등 유엔의 무력함도 보여줬다.


2002년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해 2006년 말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그는 임기 말인 2006년 인권위원회를 인권이사회로 재편성해 유엔의 인권보호 역할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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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퇴임 후 활동과 한국과의 인연


퇴임 후 ‘코피 아난 재단’을 통해 평화운동,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의 인권보호 활동 등을 벌였다.


그는 2007년 창립된 세계 원로정치인 모임 ‘엘더스(The Elders)’ 회원으로 활동, 회장에 올랐다.


‘엘더스’는 아난 전 총장의 가장 최근 활동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대선을 앞둔 짐바브웨 방문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 부회장은 “아난 전 총장이 지구촌 곳곳, 특히 아프리카의 끊임없는 요구에 따라 임박한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최선책에 대해 차분하게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적지 않다.


1998년 제4회 서울평화상을 받았고,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북한 방문을 희망했으나 실현되지는 못했고, 2001년 유엔 총회의장 비서실장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코피 아난 총장과 김영삼·김대중·노무

1998년 10월 24일 경희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 전 세계 지도자의 애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난 전 총장이 독보적인 위엄과 결단력으로 유엔을 새천년으로 이끌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그를 “(세상을) 선으로 이끈 힘”이었다고 평가했다.


아난 전 총장의 출신국인 가나의 나나 아쿠포 아도 대통령은 “정부와 국민은 위대한 동포의 사망 소식에 슬퍼한다”며 오는 20일부터 1주일간 전국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유능한 국제 외교관으로 큰 존경을 받는 아난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첫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출신”이라며 “가나에 큰 명성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50여 개국이 참여한 아프리카연합(AU)의 무사파키 마하마트 집행위원장은 “위대한 사람이자 소중한 형제였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도자들도 애도를 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서 “위대한 지도자이자 유엔의 개혁가인 그는 이 세상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며 “그가 태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그의 헌신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차분하고 단호한 접근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피 아난 총장과 김영삼·김대중·노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98년 10월 23일 제4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구테흐스 총장에게 보낸 조전에서 “고인의 유족과 유엔 사무국 직원들, 가나 정부에 진정한 위로와 지원의 말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 강화와 많은 지역 분쟁 해결에서 아난이 한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난 전 총장의 생각과 확고한 신념, 카리스마가 자신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성명에서 “글로벌 문제에 있어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나의 오래된 친구의 열정과 영감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면서 “우리가 아난 전 총장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그의 유산과 정신을 계속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아난 전 총장은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기품과 품위를 발산한 따듯하고 열정적이고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국제적 지도자이자 현명한 멘토, 소중한 조언자, 좋은 친구, 롤 모델(귀감이 되는 인물)이었

다”며 “UNHCR에 있는 우리는 물론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아난 전 총장을 매우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코피 아난의 별세 소식을 듣고 비탄에 빠졌다”면서 “그는 품위와 우아함의 완벽한 본보기였다”고 애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코피 아난의 따뜻함을 결코 약함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는 한 사람이 위대한 인도주의자이자 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유엔과 세계는 한 명의 거인을 잃었다”고 적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일하면서 언제나 열정과 좋은 판단력을 보여줬고, 인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세계는 위대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잃었다”고 추모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좀 더 평화롭고 공정한 세계를 위한 아난 전 총장의 현신과 노력, 인권을 위한 평생의 투쟁, 위험과 품위 등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필요한 것들”이라며 “세계는 더욱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주교는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충격적인 죽음”이라며 “아난은 커다란 자애와 진실함·탁월함으로 우리 대륙과 세계를 대표했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2018.08.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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