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힐링'...평창 발왕산

[여행]by 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발왕산 독일가문비나무 숲. 산악인 엄홍길이 이름을 붙였다는 등산로 ‘엄홍길’을 따라 20여분을 가면 만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눈을 상쾌하게 만들고 숲의 고즈넉한 정취가 마음의 먹먹함을 풀어준다.

평창/ 아시아투데이 글·사진 김성환 기자 = “발왕산은 평화의 소명을 가진 산, 문화와 자연혁명의 산이다. 세계적인 명산이 될 수 있다.” 신달순 용평리조트 대표이사는 발왕산(1458m)을 이렇게 소개했다. 익숙한 듯 낯선 이름, 발왕산은 어디 있을까. 맞다. 강원도 평창 대관령면 용평리조트 스키장 슬로프가 내리 달리는 그 산이 바로 발왕산이다. 오래된 나무들은 숨 멎을 듯 경건하고 숲은 울창해서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갈증을 해소해 줄 시원한 약수도 솟는다.

아시아투데이

숨 멎을 듯 신령스러운 발왕산 주목. 발왕산에는 국내 최대 주목 군락지가 있다.

아시아투데이

발왕산 발왕수. 혈당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바나듐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신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발왕산은 국내 스키문화의 발상지다. 1975년 12월 국내 최초의 스키장이 문을 열었다. 이를 발판 삼아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동계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 설상종목 경기가 발왕산에서 치러졌다. 지구촌은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공감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발왕산은 올림픽 개최지로서 올림픽 정신인 평화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


다음으로 발왕산은 한류의 발상지다. 2002년 ‘욘사마’ ‘지우히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70%가 발왕산 일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나머지 30%가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서 진행됐다. ‘겨울연가’는 일본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한류의 시발점이 됐다.

아시아투데이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면 약 20분만에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왕산에는 우리나라 최대 주목 군락지가 있다. 정상부에 260여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상태도 건강해 산림청은 이 일대를 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그 만큼 보존 가치가 높다. 주목은 더디게 자라고 죽은 후에도 자태를 오래도록 잃지 않아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상록수다. 장구한 수명에서 비롯된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큰 울림을 준다.


국내 최대 독일가문비나무 숲도 발왕산에 있다. 1960년대 산림녹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림됐는데 50여년 동안 인공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울창한 숲이 됐다. 독일가문비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다. 나무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 항균물질이 피톤치드다. 심폐기능을 좋게 하고 피부질환, 스트레스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피톤치드를 마시고 의사도 못 고친 병이 나았다는 이들도 종종 만난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나무가 바로 어린 독일가문비나무다.

아시아투데이

발왕산 정상부의 고사목들이 운치를 더한다.

정상부의 ‘마유목’ 역시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형태의 나무다. 마가목 씨가 야광나무 안에서 싹을 틔워 야광나무 속에서 마가목이 자란다. 단순히 뿌리나 줄기가 엉킨 연리지, 연리근과 달리 뿌리부터 몸통, 가지까지 모든 부분이 한 몸처럼 자란다. 이 때문에 야광나무의 기둥은 회오리처럼 뒤틀렸다. 혹자는 이 모습에서 ‘엄마’를 봤단다. 그래서 마유목에게는 ‘모자(母子)나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여기에 지난해 발왕산 정상부에서 천연 미네랄 약수까지 발견됐다. 바나듐 성분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란다. 바나듐은 혈당저하와 중성지방 배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평리조트는 이 물에 ‘발왕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 결론. 한류문화와 평화의 발상지, 청정 자연의 중심지. 발왕산이 세계적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을 잘한다면 캐나다 밴프나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못지않은 산악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아시아투데이

신록의 반영이 아름다운 도암호.

아시아투데이

도암호의 신록.

어쨌든 산 좋아하는 이들은 겨울에 상고대(대기중의 수증기가 얼어 붙은 결정체), 일명 ‘서리꽃’을 보기 위해 발왕산을 찾는다. 정상까지는 관광곤돌라로 20분, 걸어서 2시간 30분 걸린다. 정상부 고사목에 핀 서리꽃이 어찌나 맑고 영롱한지 봄꽃의 화사함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물론 신록이 무르익는 봄 풍경도 아름답다. 그러나 여전히 스키장의 화려함에 가려진 게 사실. ‘태백산맥 줄기이자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발왕산이다.


그래서 용평리조트가 발왕산 알리기에 나섰다. 8월 18일을 ‘발왕산의 날’로 정하고 발왕산 최고봉에 ‘평화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스토리를 발굴하고 등산로와 산책로마다 안내판과 이정표를 설치 중이다. 산책로마다 각각 주목 군락지, 독일가문비나무 숲, 마유목 등 명소를 관통한다. 숲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왕수를 시음하는 ‘발왕수 가든’도 조성 중이다. 연말까지 라운지를 갖춘 ‘스카이워크’도 정상에 만들 계획이다. 리조트를 중심으로 루지, 산악자전거 등 체험시설과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진다면 사람들은 사계절 내내 발왕산을 찾아 스키는 물론 트레킹과 하이킹을 즐기고 다양한 레저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투데이

바람이 참 시원한 삼양대관령목장.

아시아투데이

삼양대관령목장.

발왕산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면 재미는 배가 된다. 발왕산을 에두르는 송천을 따라가면 도암호가 있다. 도암댐이 생기면서 조양강 상류인 송천의 물줄기가 모여 생긴 작은 호수다. 도암댐 뒤로 ‘올림픽아리바우길’ 4코스가 지난다. 배나드리마을까지 약 10km 이어지는 길인데 역시 봄날 트레킹하기에 제격이다. 대관령면의 수많은 목장은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 삼아 걸을 수 있는 명소다. 특히 삼양대관령목장이 제격이다.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정상 전망대(해발 1470m)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간 후 아래로 내려오면서 쉬엄쉬엄 걸어본다. 바람이 참 시원한데다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드넓은 목장이 어우러진 풍경이 신선하고 이국적이다.

아시아투데이

월정사 전나무 숲길

아시아투데이

천년고찰 오대산 월정사

대관령면과 인접한 진부면의 오대산 자락에도 걷기 좋은 길과 예쁜 숲이 있다. 진부면에는 천년고찰 월정사가 있는데 특히 경내로 향하는 전나무 숲길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났다. 길이가 800m에 불과하지만 수 백년 수령의 전나무가 빼곡한 숲을 이루며 하늘을 덮고 있다. 특히 부드러운 저녁볕이 나무 사이를 가르며 내리비추는 모습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진 약 8.9km의 ‘선재길’을 걷기도 한다.


방아다리약수터 가는 길 역시 전나무 숲으로 잘 알려졌다. 입구에서 약수터까지 약 200m 길이로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월정사 숲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결코 이에 못지않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2019.06.0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100세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종합미디어 그룹
채널명
아시아투데이
소개글
건강한 대한민국의 100세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종합미디어 그룹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