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나에게로 와 '새로움'이 되었다

[컬처]by 베네핏
도시가 나에게로 와 '새로움'이 되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공간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저마다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누군가에겐 차가운 회색 도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 혹은 그냥 출퇴근길의 풍경이 된다. 공간이 사람마다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면, 권태롭기만 한 이 도시에 색다른 의미가 심어질 수도 있을까?

작은 사인이 만들어내는 모세의 기적

간단한 사인이 공간을 변화시켰다. 아니 어떻게 보면 사람을 변화시켰다. LOUD Project는 작은 사인만으로 시민의 삶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한다. 프로젝트의 이름인 LOUD는 ‘Look over Our community, Upgrade Daily life’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이들은 시민들의 힘으로 생활 속 문제를 개선하는 변화를 이루자는 공공소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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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버스정류장의 보행자 배려 스티커도 이들의 작품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있는 곳에 괄호 라인 스티커를 붙였다. 간단한 표시였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행렬 사이에 공간이 생겼고, 보행자는 더는 멀쩡한 길을 돌아가거나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돌파’할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거북목 방지 디자인도 있다. 대중교통에 거북이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목 스트레칭을 유도한다. LOUD 팀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작은 아이디어를 추구한다. 괄호 라인 프로젝트도 제작비용은 3천 원 정도. 그들은 커피 한 잔 값으로 서로 눈치만 보던 버스 정류장에서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얌전한 일상 속, 발칙한 상상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가끔은 계절의 변화도 눈치채기 힘든데, 도심 속 작은 공간의 변화를 느끼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도시건축을 공부하던 한 유학생은 서울의 작은 공간에 주목했다. 작은 공간을 자세히 관찰하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구라는 의미에서 ‘서울 100’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는 ‘지도 위에서 일개 점에 지나지 않는 부분조차, 직접 발을 딛고 보면 몇십 미터의 긴 거리이며 그러한 작은 부분이 공간을 오가는 사람에게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한다. 항공사진으로 볼 땐 예쁜 도시라도 실제로는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디자인이 난무한다는 거다.
도시가 나에게로 와 '새로움'이 되었

자연스럽게 서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이다.

도심 속 작은 공간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새로운 상상을 하는 그들은 상상을 실제로 끌어내기 위해 이태원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그 시작은 ‘책’이다. 이태원을 대상으로 한 답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역의 작은 부분들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고, 이를 Before & After 이미지로 담았다. 그는 최근 ‘서울 100 Vol. 1 이태원’이라는 이름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예고 없이 등장하는 도심 속 갤러리

다 타버린 연탄이 무엇을 데울 수 있을까. ‘뜨거울 때 꽃이 핀다’는 글귀와 함께 놓여있는 연탄과 꽃 한 송이가 언제부턴가 우리의 일상 속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남 한복판에 소리 없이 등장했던 이 작품은 아티스트 YEOL의 작품으로 이제 카페, 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도시를 거닐며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그 ‘뜨거움’은 사랑으로, 청춘으로, 열정으로 저마다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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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뜨거운 사람인가?

연탄 작품 외에 버스 정류장에 쿠션을 설치하기도 했던 그는, 도시에서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던 공간을 갤러리로 만들어 차갑게 식은 현대인의 마음을 따듯하게 녹이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나, 인력의 투입 없이도 작은 변화들은 일어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우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달린 건 아닐까.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했던 버스 정류장의 행렬도 배려와 소통의 공간으로 변하고, 카페 앞 텅 빈 공간이 멋진 갤러리로 변한 것처럼 말이다. 무미건조하던 내 주변의 일상에 색다른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작은 상상이 모이면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Images courtesy of loudproject.com, www.facebook.com/seoul100.co.krwww.facebook.com/yeol29
photo(cc) via Nick Kenrick / flickr.com

에디터 김재만
2015.07.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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