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비즈, 꿀보다 달콤한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라이프]by 베네핏

어반비즈, 꿀보다 달콤한 꿈을 꾸는
도시농업에 상당한 관심을 지닌 한 남자가 있었다. 갖은 정성을 기울여 토마토를 키우던 그는 열매가 맺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결과물은 그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양이었고 그는 생각했다. ‘왜 생각만큼 열매가 예쁘게 맺지 않는 걸까?’ 답을 찾아 나선 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선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을 키우는 도시 양봉가가 되었다.

박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먼저 어반비즈서울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어반비즈서울은 서울 곳곳에서 벌을 키우는 도심 양봉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예요. 명동 유네스코 회관 옥상 정원, 노들 텃밭을 비롯해 서울 내 16곳에서 약 120통 정도의 벌을 키우고 있어요. 이렇게 양봉 과정에서 나온 꿀을 수확하기보다는 양봉 교육과 환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운영 중이고요.

꿀 수확보다 환경과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신선하네요

작은 크기에 비해서 벌 한 마리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해요. 우리가 먹는 작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꿀벌에 의해 수분을 맺을 정도로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꿀벌이 살지 못하면 인간의 삶 역시 힘들어진답니다. 저희가 양봉 사업을 통해 특히 주목한 부분은 생물 다양성이란 개념으로 이를 위해 토종벌을 보호하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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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을 위해 꼭 보존되어야 하는 우리의 토종벌

벌은 다 같은 벌인 줄 알았는데요. 양봉업에서 토종벌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토종벌은 정확히 말하자면 동양종인데요. 약 6년 전에 벌들 사이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전염병이 돌면서 토종벌의 80% 이상이 폐사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토종벌이 수분을 맺게 해주는 식물도 사라지고 해당 작물을 먹는 동물도 영향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토종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보니 이 지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이 없어요. 개체 수로만 따지자면 서양종 벌이 충분히 있어서 크게 문제라고 여기지도 않고요.

벌 한 마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네요.

생태계에서 벌이 담당하는 역할을 분석하다 보면 결국 우리의 식습관이나 소비에 관한 문제까지 건드릴 수 있어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몬드 단일 재배가 문제가 되었는데요. 아몬드가 꽃을 피우는 1주일 동안 수분을 맺기 위해서 미국 전역에 있는 벌이 모두 해당 지역으로 몰려듭니다. 문제는 벌들이 모이면서 흩어졌다가 지역별로 벌이 지닌 바이러스가 섞여서 전체 개체가 위험해진다는 거예요. 단일 경작보다는 다양한 작물을 키우면서 제철에 나온 과일이나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음식을 찾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벌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곧 인간에게도 좋은 셈이군요

그래서 어반비즈 서울은 도심 양봉과 함께 꾸준히 도심 녹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현재 CJ 대한통운이나 클라란스 등 일부 기업과 함께 B2B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CJ 대한통운의 경우 현재 군포 복합물류센터 옥상 녹화 작업과 함께 벌을 키우고 있어요. 화장품 회사인 클라란스는 소비자 접점이 큰 만큼 단순히 벌을 키우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를 비롯해 직원을 대상으로 꿀벌에 대한 교육 및 강연도 함께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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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을 보고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는 남자,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

어반비즈서울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심 양봉 교육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그동안은 기수별로 10명 정도 모여서 도심 양봉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 위주였는데요. 앞으로는 초급, 중급, 강사 과정으로 나누어 교육 과정을 체계화할 예정이에요. 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서 지역 학교와 함께 체험 형태의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마치 초등학생 시절 운동장 한쪽에서 동물을 키우던 것과 비슷한 형태인가요?

맞아요. 그 과정에서 양봉만 하는 게 아니라 벌이 좋아하는 식물을 같이 심어 농업과 환경 생태에 대해 교육도 할 수 있어요. 일종의 꿀벌 정원을 조성하는 거죠. 실제로 런던만 해도 학교 옥상이나 빈터에서 양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는 워낙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한 편이라서 쉽지는 않지만, 일부 어린이집과 고등학교와 함께하면서 사례를 늘려가고 있어요.

한편 어반비즈서울이 사용하는 벌통은 모양도 예쁘고 기능도 달라 보여요

현재 저희가 사용하는 벌통은 탑바 하이브 형태인데요. 일반 양봉 벌통과 달리 벌통이 옆으로 누운, 세로로 길어진 형태예요. 해외에서 취미나 부업으로 친환경 양봉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벌통으로 허리를 숙이지 않고 서서 벌을 볼 수 있어서 관찰이 쉬워요. 수확 가능한 꿀의 양은 줄어들지만 벌 입장에서도 자연과 좀 더 가까운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고요. 특히 벌에게 여러 병을 옮기는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를 쉽게 처리할 수 있어서 인공적인 방역을 덜 해도 된다는 점이 좋아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벌통에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하이브를 제작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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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비즈서울만의 탑바하이브 벌통에 모인 토종벌 무리

벌통과 ICT의 만남이 무척 기대되는데요. 어떤 기능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고요. 벌통 내외부의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중량을 알려줘서 벌통 안에 꿀이 얼마나 모였는지 확인 가능해요. 또 벌이 가져온 꽃가루 안에 중금속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서 해당 지역의 청정도 검사를 할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벌이 좋아하는 식물이 뭔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료가 쌓이면 어떤 식물을 심어야 할지도 역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벌을 키우는 거죠. 이러한 벌통 내부 움직임을 각자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역시 함께 개발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어반비즈서울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은 스마트 하이브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게 일차적 목표예요. 양봉장 수나 교육 과정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도시 양봉 관련 자격증을 만들 계획도 있고요. 명동 한복판에서 플래시몹 형태로 도시와 꿀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프로젝트도 기획 중이에요. 무엇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도시 양봉네트워크를 만드는 건데요. 협회가 함께 일하면서 벌과 자연, 인간 모두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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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은수

2015.09.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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