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소녀, 색칠하기에 꽂혀 대표가 되다

[컬처]by 베네핏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예술가였다. 크레파스와 색연필, 사인펜 중 어느 하나만 있으면 온 사방이 도화지가 됐다. 우리가 그린 그림 속에는 불가능도 경계도 없었다. 내가 그린 세상을 어떤 색깔로 채워나갈까 고민하며 색칠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즐기던 색칠하기는 최근 ‘컬러링북'이라는 힐링 아이템으로 어른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색칠하기가 예술이나 창작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정서적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10살 소녀, 색칠하기에 꽂혀 대표가

이렇듯 색칠하기의 효능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색칠하기를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미국에 사는 10살 소녀, 베서니 쿠스터(Bethany Kuster)도 이를 미처 알지 못했다. 평소 그녀는 색칠을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아왔고, 이 세상에는 잘못된 그림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색칠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앨라배마주의 4학년 학생 중에는 형편이 어려워 크레파스를 살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색칠하기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을 다른 아이들은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2015년 11월, 그녀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가 작은 결심을 행동으로 바꿀 수 있게 힘을 실어준 건 주변 지인들이었다. 베서니의 선생님, 쿠펙(Kupec)은 그녀가 학급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용기를 북돋워 줬다. 또, 그녀의 오빠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크레파스와 사인펜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그녀의 계획을 담은 PPT 만드는 일을 도와줬다. PPT 안에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색칠 도구를 전달하기 위해 그녀가 직접 만든 비영리자선단체 ‘Color for Kids(이하 컬러 포 키즈)’에 관해 담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흔쾌히 그녀의 뜻에 동참했고, 그녀는 단시간에 앨라배마주 4학년 친구들에게 전달할 크레파스와 사인펜을 모을 수 있었다.

10살 소녀, 색칠하기에 꽂혀 대표가

베서니의 실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색칠 도구를 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의 열정적인 활동은 주변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사람들의 기부 문의가 이어졌다. 점차 많은 사람과 함께 하게 되자 자연스레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그녀의 활동이 알려졌고, 컬러 포 키즈는 그녀가 사는 펜실베이니아 주 전체로 퍼져나갔다. 베서니의 활동에 긍정의 답변을 보내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갈수록 기부할 수 있는 색칠 도구는 더욱더 빠르게 늘어갔다. 심지어 동네 미화원 아저씨까지 그녀에게 사인펜과 크레파스가 가득 담긴 상자를 가져다줄 정도였다.

 

많은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그녀는 직접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학교나 무료 급식소, 보호소를 방문해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 어디든지 색칠 도구를 채운 상자를 보낸다. 특히 비영리단체 넥스트 제너레이션 네팔(Next Generation Nepal)과 파트너쉽을 맺으면서는 아동밀매로부터 구조된 네팔의 29명의 아이들에게 색칠 도구를 보내줬다. 이렇게 지금까지 그녀는 106,702개 크레파스와 19,734개 사인펜 그리고 26,000개 색연필을 모아 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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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포 키즈는 10살 소녀가 해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베서니는 컬러 포 키즈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미루지도 않았다. 그녀는 직접 모금을 하고 변호사를 찾아가며 서류작업에 관해 조언을 받았다. 특히 컬러 포 키즈를 공식적인 비영리 기구로 인증받기 위해서 베서니는 부지런히 준비해 나갔다. 그 결과 지난 8월에 연방국세청(IRS)으로부터 비영리단체 501(C)(3) 최종 승인을 받았다. 컬러 포 키즈 활동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돼서 이룬 놀라운 성과다. 501(C)(3)은 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서 컬러 포 키즈는 미국의 유명 미술용품 제조회사인 크레욜라(Crayola)를 포함해 더 많은 기업들에게 기부를 받을 좋은 기회를 얻은 거다.

“전 세계 아이 모두가 자신만의 미술 도구를 하나씩만 갖게 된다면 그야말로 최고가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하나씩 꾸준하게 해나갈 거에요. 훗날에는 모든 연령대, 성별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컬러링북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것도 쉽지 않을 테지만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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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가 전달하는 크레파스, 사인펜 그리고 색연필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색칠 도구만은 아니다. 컬러 포 키즈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등대와 같아서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며 색칠 도구나 색칠 도구를 담을 상자를 기부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낸다. 그렇게 작은 마음들이 모여 수집한 색칠 도구는 어둠이 짙게 깔린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색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선사한다. 분명 지금도 어딘가에서 컬러 포 키즈의 색칠 도구로 세상의 아이들은 조금씩 행복해지고 있을 것이다.

 

Photo CC via ckmck/ flickr.com
Images courtesy of Color for Kids

 

에디터 이연주

2016.11.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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