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하게 된다면?

[컬처]by 베네핏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시절이 하 수상하니 연말에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다. 그러나 모든 건 지나치면 문제. 술이 술을 부르고 ‘그놈의 술이 웬수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까지 거나하게 취할 때가 있으니. 다음 날 남는 건 숙취와 지우고 싶은 흑역사뿐. 아무리 후회한들 소용없다.

 

여기 지난날의 후회를 조금은 줄여줄 수 있는 회사 3곳을 소개한다.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실수록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니 애주가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1. 내가 이 구역 산호초를 지킨다, 호주 Great Beer Company

호주에는 북동 해안을 따라서 발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Great Barrier Reef)가 있다.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특히 산호초는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바다의 허파로 불릴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최근에 심각해진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산호초가 소멸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로 일했던 제임스 그루전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호주에서 첫 번째로 맥주 판매 사회적기업, 그레이트 비어 컴퍼니(Great Beer Company)를 세웠다. CEO 제임스는 환경오염처럼 개개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사람들이 즐기면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영어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겨하는 활동인 '맥주 마시기'.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맨 왼쪽) 그레이트 비어 컴패니 CEO 제임스 그루전(James Grugeon)

운영방식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이곳 수제 맥주를 마시면, 판매한 맥주 수익의 절반 이상을 호주해양보존협회(Australian Marine Conservation Society)에 기부한다. 50년 이상 산호초를 보호해온 활동가들에게 수익금을 기부하며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보호 운동에 동참한다.

 

술맛이 형편없다면 기부도 할 수 없는 법. 수제 맥주 맛은 어떨까? 판매 맥주의 이름은 그레이트 베리어 비어(Great Barrier Beer)로 퀸즈랜드 지역 내 수제 맥주 양조회사 바가라 브루잉 컴퍼니(Bargara Brewing Company)와 협업해 IPA 맥주로 제조된다. 이는 인근 지역 맥주 가게와 온라인을 통해 직접 맛볼 수 있다. 술을 먹으면 먹을수록 꽐라(?)가 아닌 환경운동가가 된다고 나름의 위안을 삼으며 맘껏 취할 수 있는 변명이 생긴다.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2. 도심에서 즐기는 맥주의 모든 것, 네덜란드 De Prael

네덜란드에는 오랜 시간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던 맥주 덕후가 맥주 양조장을 열었다. 정신병원 간호사였던 페르(Fer)는 아르노(Arno)와 함께 맥주에 대한 열정을 합쳐 2001년 드 프라엘(De Prael) 문을 열었다. 네덜란드의 흥미로운 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이곳은 고용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 두 공동 창업자는 정신병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이 일자리를 가진다면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들은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자리 수가 부족했다.

 

그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주 양조장을 열게 됐다. 맥주 양조장, 드 프라엘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노동 시장 진입에 어려운 이들이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한다.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위치한 드 프라엘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한 수제 맥줏집이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고 질도 좋은 맥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맥주 이름은 네덜란드의 옛 유명 가수 이름을 붙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지금은 맥주 양조를 넘어 카페와 식당까지 운영하며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판매한다. 또 도심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맥주 양조부터 시음까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드 프라엘은 현재 100명 이상을 고용하며 올해 두 번째 장소를 오픈했다.

 

고용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드 프라엘은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동참했다. 올해 6월, 암스테르담은 유럽 중에서 지난 100년 중 비가 가장 많이 오는 한 달을 보냈다. 폭우로 피해도 많이 입었다. 이에 한 지역 주민은 드 프라엘에 '물이 많이 필요한 맥주 양조에 빗물을 정수해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드 프라엘은 시도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 여기며 빗물을 모아 맥주를 양조했다. 이렇게 탄생한 Hemelswater맥주는 네덜란드어로 ‘천상의 물’이라는 의미로,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매진까지 됐다. 네덜란드에 놀러 갈 계획이라면 드 프라엘에 방문해 암스테르담 도심에서 맥주의 모든 것을 체험해 보자.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3. 세계 최초 바람으로 빚은 보드카, 미국 VEEV

2007년 브라질로 서핑 여행을 떠난 코트니(Courtney)와 카터(Carter) 형제는 우연히 아사이베리를 발견했다. 아사이베리의 효능에 놀란 그들은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아사이베리와 겨울 밀로 비브(VEEV) 보드카를 만들어 차 트렁크에 놓고 판매했다. 이후 두 형제는 'A better way to drink'라는 회사를 설립해 이름 그대로 사회에 더 좋은 주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존 주류 산업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두 형제는 제조부터 판매까지 기업 운영에 있어서 환경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보드카는 증류주의 한 종류로 증류소가 필요한데 증류소는 풍력에너지만으로 운영된다. 세계 유일하다. 또 주류업 최초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체적으로 상쇄하는 탄소중립 기업(Carbon Neutral Company)이다. 기업 운영을 하다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발생하게 마련인데 이를 상쇄시킬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운다. 술병에 부착한 라벨지나 포장 상자는 재생 용지나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작하고, 술을 판매한 만큼 브라질에 나무를 심고 아마존 산림 보존에 투자한다.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그들의 친환경 운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비브는 1% for the Planet®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매출 1%를 비영리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한다. 또 아사이베리를 이용한 업사이클링 팔찌를 만들어 열대우림 보존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행보 덕분에 비브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단순히 기업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얻은 결과다. 재료 구매부터 제조 그리고 판매까지 정직하게 만든 술맛이 궁금해진다.

술을 마셨을 뿐인데 사회에 좋은 일을

위에 소개한 세 기업은 술이라는 기호 식품이 사회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선행을 하거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먼저 나서서 행동으로 옮기기까진 쉽지 않다. 하지만 맥주 한 병, 보드카 한 잔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당한 술은 달콤쌉쌀한 인생에 때로는 위로를, 때론 기쁨을 함께하는 동반자 같으니 조금은 수월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 테다. 사회 문제 해결이 나와는 멀게만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가 마시는 술 한잔의 소비로 조금씩 작은 실천을 해보는 건 어떨까?

 

Photo CC via PROCurran Kelleher/ flickr.com

Images courtesy of The Good Beer Co.,De Prael, a better way to drink

에디터 이연주

2016.12.0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베네핏입니다.
채널명
베네핏
소개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베네핏입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