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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화성 우주기지 건설 때, 삽질 안해도 된다

by조선비즈

화성 우주기지 건설 때, 삽질 안해도

영화 ‘마션’의 포스터.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 '마션'은 화성에서 기지 수리 작업을 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홀로 조난한 탐사대원의 생존기를 그렸다. 동료들이 모두 떠난 화성에서 주인공은 혼자 힘으로 지구와의 통신망을 복구하고 파손된 거주시설을 수리하며 구조를 기다린다.

 

우주 선진국들이 영화에서 예상한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나섰다. 사람을 대신할 '아바타(avatar·분신)' 로봇을 먼저 화성으로 보내 우주기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유럽우주기구(ESA)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이 지구에 있는 로봇을 조종해 장차 화성에 설치할 탐사 장비를 수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영화의 사고 상황을 컴퓨터 가상 공간에 만들어놓고 사람이 아바타 로봇을 조종해 고장 난 장비를 고치게 하는 시뮬레이션 대회를 열었다.

 

◇ 우주에서 지구의 아바타 로봇 조종

 

미국의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5일 "독일 항공우주센터(DLR)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롤링 저스틴(rolling Justin)'이 화성 최초의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저스틴은 두 팔을 갖고 바퀴로 움직이는 키 191㎝의 인간형 로봇으로, 손에는 네 개의 손가락이 있어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화성이나 재난 현장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는 미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어렵다. DLR은 이른바 '지도 자율성(supervised autonomy)'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강성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장은 "(지도 자율성은) 사람이 로봇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시하는 완전한 원격 조종과 아예 로봇에게 모든 걸 맡기는 완전 자율 방식의 중간"이라며 "아직 부족한 로봇의 지능을 사람이 일정 부분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우주기지 건설 때, 삽질 안해도

그래픽=김현지 기자

지난해 8월 ESA는 장차 화성 궤도의 우주선에서 화성 기지에 보낼 저스틴을 조종하는 시나리오를 실험했다. 화성 궤도의 우주인은 지구상공 34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이탈리아 우주인 파올로 네스폴리가 맡았다. 지상에는 가상의 화성기지를 만들고 그곳에 저스틴을 뒀다. 네스폴리는 우주정거장에서 태블릿PC로 저스틴을 조종해 로봇팔로 태양전지판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독일 연구진은 저스틴에게 임무 수행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별도로 입력하지 않았다. 대신 자체 카메라로 주변 사물을 파악하고 사용할 도구를 파악하는 정도의 지능만 구현했다. 결국 저스틴은 로봇의 기능에 사람의 지능을 결합해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인간과 우주 로봇 간 시차 극복도 과제

 

지도 자율성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인간과 로봇 간 시차(時差)를 극복해야 한다. 지구와 화성 간 통신은 거의 10분의 시차가 나며, 화성 궤도의 우주선과 화성표면 간에도 10초 정도 통신 지연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이 작업을 지시하고 로봇이 이를 수행하기까지 시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강성철 박사는 "통신 시차를 고려해 사람이 로봇에게 일정한 시간 뒤에 해야 할 동작을 지시하는 식의 '예측 통제' 소프트웨어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대신 로봇은 시간 지연 동안 자체 센서를 가동해 상황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이 경우 로봇이 반사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 통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스틴은 머리에 거리감을 감지하는 스테레오 카메라 2대와 고해상도 컬러 카메라 4대를 갖췄다. 51개 관절마다 압력 센서를 장착해 주변 환경을 즉시 감지할 수 있다.

 

NASA는 지난해 영화 마션에서 영감을 얻은 '스페이스 우주 로봇 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컴퓨터 가상 공간에서 인간형 로봇을 조종해 영화에서처럼 통신망을 복구하고 태양전지판을 점검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전 세계에서 참가한 93개팀 중 최종 우승은 MIT 출신 케빈 뇌들러라는 엔지니어가 차지했다. 뇌들러는 "우주선과 로봇 간의 통신 시차를 감안해 세부적인 동작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밝혀 역시 아바타 로봇의 지도 자율성 원리가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 쓴 로봇은 '발키리(Valkyrie)'로 이미 실물이 개발됐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