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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밤 10시, 사람이 불쑥… 자율주행차는 그냥 들이받았다

by조선비즈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40대 여성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우버를 비롯해 구글의 계열사 웨이모, 중국 바이두, GM·포드·BMW·도요타 등 전 세계 50여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고 있지만 보행자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사고 직후 "비극적인 사고"라며 "당국의 조사에 철저히 협조해 사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버는 사고 발생 직후 미국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 피츠버그, 캐나다 토론토 등 북미 지역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시험과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차 업계와 정부가 안전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경각심을 줬다"고 보도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여성 발견 못 해

 

이번 사고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밤 10시경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소도시인 템페의 4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볼보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XC90'을 개조한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시험 운행을 하던 중 자전거를 끌고 무단 횡단을 하려던 49세 여성 엘레인 허츠버그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었다.

 

허츠버그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차량은 법정 최고 속도가 시속 35마일(약 56㎞)인 도로를 시속 38마일(약 61㎞)로 달리고 있었다.

 

애리조나 경찰 당국은 "차량은 완전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고 있었으며, 제동을 시도했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운전석에는 비상시를 대비한 우버 엔지니어가 탑승하고 있었지만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플래시가 펑 터진 것처럼 갑자기 (사람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밤 10시, 사람이 불쑥… 자율주행차

미국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팀을 현지에 보내 애리조나 주정부와 함께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고가 사전에 자율주행차에 프로그램되지 않은 돌발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가 있는 교차로를 약 90m 앞둔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면서 "자율주행차가 이런 지역에서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고 예측한 채 운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자율주행차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져

 

밤 10시, 사람이 불쑥… 자율주행차

지금까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비해 월등히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교통법규를 절대 어기지 않고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라이다(물체 인식 센서)와 레이더 등의 첨단 보조장치, 인공지능(AI) 덕분에 위험을 사람보다 더 빨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앞다퉈 나서면서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 경미한 접촉 사고에 그쳤다.

 

하지만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차의 신뢰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미국 시민단체와 의회는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보행자, 운전자, 탑승자들의 완전한 안전을 확보하는 데 아직도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던 글로벌 정보기술(IT)·자동차 업체들의 상용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인텔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연간 4만명 이상인 미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10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 자율주행차를 믿고 타겠다고 답했다. 인텔의 암논 샤슈아 수석부사장은 "자율주행 시험 운행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상용화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가 해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마크 로센커르 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의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defying@chosun.com);강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