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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띵동… "2000원 주셔야죠"
공짜 배달 끝났다

by조선비즈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한 치킨 배달점은 다음 달 1일부터 무료 배달을 중단하고 주문 한 건당 배달비(費) 2000원씩 받기로 했다. 이 치킨집의 이모 사장은 "배달비를 한 푼이라도 받으면 주문이 줄어들 위험이 있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치킨집은 작년만 해도 시급 8000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고용했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7500원으로 오르면서 시급 1만원을 줘도 배달원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씨는 "편의점에서 일해도 7500원씩 받는데 누가 사고 위험이 있는 배달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본인이 직접 배달을 하고 손이 모자라는 하루 20~30건의 배달은 건당 3000~4000원씩 주고 배달 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다.


치킨·짜장면·피자 등 배달 음식을 추가 배달료 없이 주문하던 '공짜 배달' 시대가 끝나고 있다. 내수 불황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배달 알바의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음식점들이 견디다 못해 건당 1000~3000원 정도의 배달비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26일 음식주문앱 요기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배달료를 받는 음식점은 1만4000여 개에 달한다. 1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요식 업계 관계자들은 "배달 비용은 100% 인건비라서 최저임금 인상분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며 "자영업자들이 공짜 배달의 비용 증가를 견디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배민, 배달비 유료화 나서

국내 최대 음식주문앱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도 26일부터 배달비 유료화에 나섰다. 배민 앱은 20만여 개의 배달 음식점들이 등록돼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1억5000만여 건의 음식 주문을 중개했다. 작년 음식 주문액만 3조원이 넘을 정도다. 배민이 배달료를 받기 시작하면 배달료 유료화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띵동… "2000원 주셔야죠" 공짜

일러스트=김성규

배민은 이날 '배달팁' 책정 기능을 공개했다. 예컨대 배달료를 받고 싶은 중국집이 '배달료 2000원'을 지정해 놓으면 고객이 짜장면을 주문할 때 음식값과 배달료를 합산한 금액이 결제되는 식이다. 당초 배민에는 음식점이 음식 값 이외에 배달료를 책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업주들이 음식 값에서 배달료를 부담하거나, 배달원이 현장에서 배달료 1000~3000원을 받는 식으로 해왔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관계자는 배달료 유료화와 관련, "음식점 사장들로부터 배달료를 책정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민 측은 올해에만 배민 등록 음식점의 10%인 2만곳 정도가 유료 배달료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배달료를 따로 받기 시작했다. 교촌치킨은 지난 5월부터 가맹점들에 배달료 2000원씩 받도록 했고, 피자나라치킨공주는 최근 가맹점들에 다음 달부터 각자 자율 판단에 따라 배달료를 받도록 방침을 정했다.

음식점들, 공짜 배달 유지에 한계

띵동… "2000원 주셔야죠" 공짜

무료 배달을 중단한 배달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이들은 "치킨 등 배달 음식 값은 몇 년째 그대로인데 최저임금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2년 만에 배달 인건비가 30~40%나 올라 배달료를 안 받으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 둔촌동의 치킨집은 20대 후반인 김모씨가 지인과 공동 창업해 배달원 1명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하루 배달 주문 30~40건 가운데 근거리 주문은 사장과 직원이 맡고, 4~5km의 장거리 배달은 건당 4000~5000원씩에 배달 대행업체에 맡긴다. 이 가게의 월매출 2500만원에서 재료비와 임대료, 배달료(직원 1명 인건비와 배달 대행 수수료)를 빼면 순수익 150만원 정도다. 김씨와 공동창업자가 이를 나눠 갖는다. 김모씨는 “1만5000원짜리 치킨을 팔면서 배달료 5000원을 떼면 뭐가 남겠나”며 “배달료 전부는 아니라도, 절반은 고객에게 받아야 나도 월 200만원 정도 손에 쥔다”고 말했다.


당장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소셜미디어에는 배달료 항목이 인쇄된 영수증 사진과 함께 ‘꼼수 인상이다’ ‘다음부터는 안 시켜 먹겠다’는 게시글 수백개가 올라와 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이달 초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65%가 ‘배달료를 내면서까지 음식을 시켜 먹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배달 음식점 업계에서는 유료 배달이 식음료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배달전문 분식점의 진모 사장은 “주변 점포들도 다들 누가 먼저 유료 배달 하나 지켜보면서 괜찮다 싶으면 따라 할 분위기”라면서 “한 달에 배달 대행업체에 배달비로만 600만원씩 주면서 정작 업주는 적자인 상황을 누가 버틸 수 있겠나”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 장형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