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잡으려면 연예인보다 캐릭터

[비즈]by 조선비즈

밀레니얼세대 겨냥 캐릭터 마케팅

 

한국관광공사가 9일 새로운 한국 관광 홍보대사를 임명한다. 새 홍보대사의 이름은 '어피치'. 어피치는 '어씨' 연예인이 아니라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다. 관광공사가 연예인이 아닌 캐릭터를 홍보대사에 임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광공사뿐 아니다. 업계를 불문하고 캐릭터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인기 캐릭터의 '몸값'은 이미 특급 연예인들을 넘어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고상할 것만 같은 명품 브랜드도 캐릭터와 손잡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연예인이 아니라 인기 캐릭터를 잡아야 고객도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관광, 홍삼, 커피에 면세점까지 캐릭터 마케팅

동원F&B는 최근 '천지인 홍삼정 키즈'를 출시했다. 패키지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애니메이션 '베이블레이드 버스트'와 '시크릿 쥬쥬'의 캐릭터를 그려넣었다. 얼핏 보면 이게 홍삼 제품인지 장난감 상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디야커피는 오는 12일 벚꽃 시즌에 맞춰 '어피치 블러썸 라떼'와 '어피치 블러썸 티'를 출시하고, 신제품 등을 구매한 고객에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새겨진 유리병을 준다.

고객 잡으려면 연예인보다 캐릭터

한국 관광 홍보대사가 된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어피치(왼쪽)와 구찌가 올해 초 선보인 ‘아기 돼지 삼형제’ 가방. /한국관광공사·구찌 인스타그램

면세점도 캐릭터 마케팅에 나선다. 신라면세점은 봄철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글로벌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와 손을 잡았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과 제주점에 헬로키티 포토존을 설치할 계획이다. 내달부터는 3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목 베개, 수면 안대, 파우치 세트로 구성된 '헬로키티 트래블세트'를 준다.

명품 브랜드도 가세 … "인기 캐릭터, 톱스타보다 몸값 높아요"

고객 잡으려면 연예인보다 캐릭터

이마트는 가전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위한 캐릭터로 일렉트로맨(사진)을 선보였다. /이마트

캐릭터 마케팅 유행 덕분에 인기 캐릭터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기 캐릭터의 몸값은 이미 특급 연예인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온 이유가 있다. 통상 연예인은 기업과 광고 계약을 할 때 모델료를 받는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경우 캐릭터와 협업을 하면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는다.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 캐릭터가 받는 몸값도 올라가는 구조다. 일부 기업은 새로운 캐릭터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이마트는 자체 개발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앞세운 식품, 가전제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일렉트로맨은 이마트가 2015년 가전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만들면서 캐릭터로 개발했다.


캐릭터 마케팅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가세하고 있다. 구찌는 올해 초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기 돼지 삼형제'를 지갑·가방 등에 새긴 제품을 내놨다. 미키마우스 얼굴을 본뜬 가방도 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찌가 캐릭터를 앞세운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셜미디어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왜? "소셜미디어 시대, 연예인보다 캐릭터에 공감"

기업들이 앞다퉈 캐릭터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주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인구 집단)와 소셜미디어의 결합을 꼽는다. 구민정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는 상품을 만드는 게 요즘 기업들의 최대 과제"라며 "밀레니얼 세대는 연예인보다 캐릭터를 '나와 친한 친구'라고 느끼기 때문에 캐릭터를 내세운 상품에 자연스럽게 동질감과 애착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광고계에서도 소비자를 확대하는 지름길로 캐릭터를 꼽는다. 임천학 제일기획 광고기획 팀장은 "인기 캐릭터는 검증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를 확대하거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브랜드 콘셉트를 새롭게 구축하는 브랜드 재활성화 전략을 펼 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캐릭터와 손잡은 기업은 "캐릭터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서식품은 '맥심×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 한정판'을 내놓았는데 준비한 68만개의 상품이 한 달이 채 안 돼 완판됐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캐릭터와 함께 한 스페셜 패키지를 내놓기 전과 비교해 판매량이 40% 증가했다"며 "과거에 커피믹스를 마시지 않았던 젊은 층도 구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

2019.03.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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