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배달의 민족' 아니다

[비즈]by 조선비즈

'반란인가, 고육책인가.'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주문·배달 대행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식품 업계를 중심으로 자체 주문 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주문·배달 업체에 막대한 수수료를 내야 하는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위한 단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세가 된 주문·배달 업체의 영향력을 넘어서긴 어렵겠지만, 이대로 계속 끌려가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는 못 산다"는 가맹점주 불만에 본사 자체 주문앱 출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27일 자체 주문앱 '교촌 1991'을 통한 주문 금액이 50억원을 돌파했다. 출시 78일 만이다. 누적 주문 건수로도 20만 건을 넘겼다. 교촌 관계자는 "전체 주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버거·치킨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도 지난 3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자체 주문 앱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자체 주문 앱을 통해 자신만의 레시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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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의 자체 주문앱 '교촌 1991'

식품 업계에서 앞다퉈 자체 주문 앱을 출시하는 이유는 가맹점주들의 아우성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통상 주문액의 7~9%를 주문·배달 대행 업체에 수수료로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배달 업체에 내는 막대한 수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가맹주들이 급증하고 있어 내놓은 일종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자체 주문 앱을 이용할 경우 가맹점주는 주문액의 2~3% 정도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업체들이 자체 앱에 목을 매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장기적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한데 주문·배달 업체에만 의지할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고객 정보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주문 앱을 통해 고객에게 정보 제공을 동의받으면 단골 고객 확보를 위한 맞춤형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체 주문 앱을 출시한 업체들은 앱 이용자를 위한 포인트 적립, 쿠폰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계, 주문·배달 중개 수수료 낮춰라 압박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자체 주문 앱, 주문·배달 중개 업체 등을 통한 디지털 주문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23%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날로 성장하면서 미국에선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문·배달 중개 업체들에 수수료를 낮출 것을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품 업체들이 '주문·배달 중개 업체들의 높은 수수료율 탓에 이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맥도널드, 애플비 등 대형 업체들이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 배달 업체들과 수수료 인하, 마케팅 투자 등을 요구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다. 미국 레스토랑 체인 애플비의 CEO 존 치윈스키는 WSJ 인터뷰에서 "주문·배달 업체가 지금처럼 많은 수수료를 가지고 간다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홈족' 모시기 나선 호텔 업계

비슷한 현상은 호텔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호텔 업계는 15~20%의 수수료를 줘야 하는 온라인 예약 대행 사이트(OTA)에 의지하는 데서 벗어나 '공홈족'(공식 홈페이지 예약족)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중 예약을 할 경우 무료로 객실을 업그레이드해주고, 라운지에서 다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혜택 등을 준다고 2일 밝혔다. 롯데호텔은 공식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2박 이상 연속 투숙 예약을 하는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숙박권, 항공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호텔들이 OTA에 가는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이벤트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

2019.07.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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