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뜨는데"...손발 묶인 화장품 업계 '진퇴양난'

[비즈]by 조선비즈

이니스프리·페이스샵 등 로드샵 화장품 가맹점주 "온라인 판매 중단하라"

年 온라인 화장품 판매액 10조원...직영 온라인몰 중단·매출 분할에도 갈등 확대


국내 화장품 업계가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이도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고 있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온라인을 강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로드샵 점주들은 최근 본사의 온라인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니스프리 점주들은 올해 들어 세차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온라인 가격질서 파괴를 비판하고, 상생을 촉구했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는 전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온라인 시장의 무차별 할인 경쟁으로 오프라인 가맹점 고객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며 "가맹점주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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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서울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상생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안소영 기자

협의회에 따르면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2만원에 판매 중인 ‘그린티씨에센스 로션’은 쿠팡에서 1만46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정가 2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비자 시카밤’도 47% 할인한 1만1650원에 팔리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시대의 흐름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같은 가격으로 경쟁해야 고객을 붙잡을 수라도 있지 않겠냐"며 "유통질서를 파괴하는 쿠팡에 제품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과 가격경쟁에 밀린 로드샵 화장품 매장 수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매장은 지난해 1137개로, 전년(1153개)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더페이스샵은 1056개에서 804개로 줄었다. 스킨푸드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토니모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내 화장품 거래액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9726억원으로 지난해 7월보다 25%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규모는 9조8404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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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이니스프리를 검색하면 30~40% 할인된 상품이 검색된다./ 쿠팡 캡처

화장품 업계는 점주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중단, 매출 분할 등 다각도의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설화수 등 럭셔리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로 했지만, 방문판매 카운슬러(방문판매원)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철회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맹점주, 카운슬러분들의 비판이 거세 헤라·설화수 등의 공급을 중단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며 "현재는 재고 상품과 개인 사업자들이 재판매하고 있는 상품만 판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판매 중인 이니스프리·아리따움·에뛰드 브랜드에 대해서는 가맹점주와 온라인 매출을 나누는 ‘마이샵’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객이 특정 오프라인 매장을 지정, 구매할 경우 판매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토니모리도 비슷한 방식인 ‘픽스토어’를 도입했다.


LG생활건강은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오프라인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부터 가맹점주와 상생을 위해 직영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홈페이지에선 제품은 구매할 수 없고 할인행사, 매장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 상황이 좋지않고 가맹점주 반발이 심해 다양한 대안을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2019.09.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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