億 소리 나는 화소, 100배 줌… 폰카메라의 끝없는 진화

[테크]by 조선비즈

잠망경 원리의 '폴디드 렌즈' 달 표면까지 촬영할 수 있어

광학 기술만으로는 불가능… 디지털 기술로 확대해 보여줘

1억800만 화소 '갤 S20 울트라'

세계 최고 선명도 구현했지만 일반인이 쓰기엔 너무 高스펙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 S20 울트라는 '억(億)' 소리 나는 스마트폰이다. 뒷면에는 표면의 6분의 1가량을 카메라가 차지하는 데 놀라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카메라의 화소수가 '1억800만'이란 데 또 놀란다. 거기에 100배 줌(zoom·피사체를 확대)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진화가 끝이 없다. 눈(렌즈) 개수가 많아지는 것은 기본이고 눈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기본 렌즈는 물론이고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확대해 찍는 망원렌즈, 사람의 눈처럼 넓은 시야각을 자랑하는 광각·초광각 렌즈도 점점 흔해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은 잠망경같이 생긴 '폴디드(Folded·접힌) 렌즈'라는 신개념의 렌즈까지 스마트폰에 넣었다. 100배 줌은 이 렌즈가 가능하게 한다. 많게는 3~4개의 렌즈로 3장의 각기 다른 사진을 찍고, 이것을 소프트웨어 기술로 합성해 훨씬 더 선명하고도 깊이감 있는 사진 한 장을 뚝딱 내놓는다. 사진작가들이 들고다니는 수백만원짜리의 망원렌즈나 DSLR(렌즈 교환식) 카메라 없이도, 그에 못지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적어도 스마트폰 제조사의 엔지니어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달 표면 찍는 100배 줌

갤럭시S20 울트라는 100배 줌이 가능한 제품이다. 이를 위해 우선 10배 '하이브리드 광학줌'이 가능한 망원 렌즈를 탑재했다. 뒷면의 카메라 인덕션 가장 맨 아래 '줌 100X' 각인 옆에 홀로 있는 렌즈다. 본래 인덕션은 전기레인지의 큰 네모 모양인데, 자꾸 카메라 부분이 커지면서 이걸 닮았다고 쓰인 별칭이다. 망원 렌즈는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당겨 찍는 역할을 한다. 흔히 '대포'라 불리는 카메라 렌즈를 생각하면 된다. 광학줌은 렌즈를 앞뒤로 움직여 초점을 조절해 이미지를 확대하는 원리다. 이 때문에 배율이 클수록 렌즈 길이도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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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된 대부분의 망원 렌즈는 2~3배 수준이다. 배율을 높이면 렌즈 부분이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갤럭시 S20과 S20+도 광학 3배 줌까지만 지원한다. 삼성은 '폴디드 렌즈'로 이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잠망경의 원리를 사용한 것이다.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면 스마트폰 내부에 가로로 정렬된, 잠망경 모양의 폴디드 렌즈가 90도로 굴절시켜 초점 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잠망경 방식을 써도, 망원렌즈의 최대 길이는 스마트폰 세로 길이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정확한 광학줌 배율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결국 내부 공간 한계로 인해 렌즈만으로 활용해 만드는 줌은 4~5배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100배 줌이 거짓말은 아니다. 예컨대 사진 화면을 손가락으로 확대하는 것처럼, 장면 확대 방식인 디지털 줌 방식을 통해 구현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스스로 '하이브리드 광학줌'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달 표면까지 찍을 수 있다"는 디지털 100배 줌 기능이지만, 진짜로 '달 표면의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렌즈의 광학 기술만으로 달 표면을 찍을 수는 없는 게 현재 기술의 한계다.

인간과 같은 시야각 갖춘 초광각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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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00배 줌 예시. 위 사진에 있는 강아지(빨간 원)가 아래 사진 만큼 크게 보인다. /삼성전자

인간이 보는 대로 찍히는 사진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렌즈는 초광각 렌즈다. 일반 표준 렌즈나 광각 렌즈는 흔히 사진을 찍을 때 쓰이는 렌즈로, 시야각(화각)은 보통 70~80도 정도다. 반면 인간의 두 눈은 시야각이 120도 정도다. 여행을 가서 눈에 보이는 풍광을 담으려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아무리 여러 장을 찍어도, 화면에 다 담기지 않는 이유다. 초광각 렌즈는 시야각이 120도 이상이다.


삼성전자·애플 등 제조사들은 주요 스마트폰에 일반 렌즈와 더불어 초광각 렌즈를 필수로 탑재하고 있다. 심지어 10만~20만원대 저가형인 갤럭시M 시리즈에도 초광각 렌즈가 들어간다. 풍광을 좋아한다면 구매하려는 스마트폰의 초광각 렌즈 스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 제품이 '초광각 렌즈'라는 표현을 안 쓰거나, 화각을 표기하지 않는다. 최신폰인 아이폰11 시리즈와 갤럭시S20 시리즈에는 시야각 120도짜리 초광각 렌즈가 쓰였다.


여기에 ToF(비행시간거리측정) 렌즈가 들어갔는지도 중요하다. 이 렌즈는 주로 고가폰에만 탑재된다. 렌즈와 함께 센서까지 달려, 꽤 비싼 부품이기 때문이다. ToF 렌즈는 적외선을 이용해 사물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주로 군대에서 야간 근무용으로 쓰는 고글에 이런 적외선 카메라가 쓰이는데,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쏴, 돌아오는 빛으로 물체의 크기나 형태, 거리 등을 볼 수 있게 해준다. ToF 렌즈는 다른 렌즈들이 가시광선을 분석할 때 추가로 피사체의 적외선 정보를 확보하는 역할이다. 피사체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데 필요한 정보다. 사진작가의 표현이라면 '사진에 깊이감을 더하는 기능'이다. ToF 렌즈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뒷배경만 따로 발라, 뿌옇게 만드는 효과를 낼 때도 쓰인다. 비싼 부품이라 삼성도 갤럭시S20에는 ToF 렌즈를 넣지 않고 좀 더 고가인 S20+와 S20울트라에 적용했다. 애플도 올해 아이폰 차기작부터 후면에 ToF 렌즈를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한 장에 1억개의 점이 찍힌다

흔히 카메라 렌즈의 성능 척도로 여기는 화소수는 사진의 해상도를 책임진다. 화소수는 말 그대로 점의 숫자다. 한 장의 사진에 색깔의 점이 많을수록 사진을 확대하거나 일부분만 잘라 저장해도 화질 저하가 적다. 갤럭시S20 울트라는 1억800만 화소를, 갤럭시 S20과 S20+는 6400만 화소를 지원한다. 1억800만 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80인치 TV 화면 크기보다 더 크게 프린트해도 화소수가 모자라 뭉개지는 부분이 안 보일 정도다.


하지만 꼭 화소수와 사진 품질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화소수는 기본일 뿐이지, 선명함과 또렷함은 이미지센서와 소프트웨어 보정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보통 수백만 화소 정도면 PC 화면이나 스마트폰 화면에선 일반인의 눈으로는 화소수 부족을 느끼기 힘들다. 중국 샤오미 등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탑재된 4800만 화소 카메라보다 아이폰11프로(1200만 화소)와 갤럭시S10(1600만 화소)으로 찍은 사진이 더 매끈한 이유다.


화소 못지않게 사진 품질을 좌우하는 부품은 바로 이미지센서다.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센서는 빛을 받아들이는 창문 역할을 한다. 센서가 클수록 광량이 많아져 어두운 곳에서도 또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초소형 이미지센서가 탑재됐다. 후면 쿼드(4개) 카메라가 탑재된 갤럭시S10+에도 가장 큰 이미지센서가 1/2.55인치(약 25㎟) 정도였다. 아이폰11프로에도 갤럭시 S10+와 동일 크기의 센서가 들어갔다. 갤럭시S20 울트라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메인(광각) 카메라에 1/1.33인치(약 73㎟) 센서를 넣었다. 성인 새끼손가락 손톱만 한 크기다. 삼성전자는 "S10 대비 2.9배 크다"고 했다. 삼성이 자신 있게 1억 화소 카메라를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이미지센서를 그만큼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ToF 렌즈

'Time of Flight'의 약자다. 피사체를 향해 빛을 쏴, 튕겨져나온 빛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그 거리를 확인하는 기술이란 뜻이다. ToF 렌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쏴 물체의 크기·형태·거리 등을 파악하는 일종의 센서 카메라다. 사물을 평면으로 담아내는 일반 카메라와 달리, 거리와 깊이를 측정할 수 있어 '입체(3D) 카메라'라고도 불린다. 얼굴의 굴곡을 인식할 수 있어 안면 인식 기능에도 쓰인다.

장형태 기자(shape@chosun.com)

2020.02.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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