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승계 탈법 논란 사과·무노조 원칙 포기 선언할 듯

[이슈]by 조선비즈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이 삼성그룹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탈법 논란에 대해서 공개 사과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삼성 계열사의 무노조 원칙 포기 선언도 같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는 11일 삼성전자, 삼성물산(028260), 삼성생명, 삼성SDS(018260)등 7개 계열사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의 내부 준법감시 제도 확립을 위해 설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주문한 사항이기도 했다. 위원장은 진보 성향인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맡았다. 사내 위원으로는 이인용 사장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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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과실에 대해 직접 나서서 사과했다. /조선일보DB

권고문의 핵심 내용은 후계 승계, 무노조 경영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반성의 뜻을 밝히라는 것이다. 또 기한을 30일 이내(4월 10일)로 정했다.


준법감시위는 "그간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또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 관련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해달라"고 주문했다.


에버랜드(현 삼성물산)의 헐값 CB(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일감 몰아주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문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의혹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후계승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이다. 또 경영권 행사 및 승계 관련 문제로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 부회장이 직접 의견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준법감시위는 무노조 경영 포기도 요구했다.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등을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표명할 것"을 권고안에 명시했다.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법규를 위반하는 등 노동관계에서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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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에서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조선DB

이 같은 권고는 삼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구한 셈이다. 원론적인 선언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함께 주문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삼성 쪽에 전달한 권고안은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자세하다"며 "30일 이내에 답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준법감시위 권고안을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직접 일종의 ‘대국민 선언’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의 권고안 강도가 세지만,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이 부회장 입장에서 그만큼 과거와 결별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준법감시위 사내 위촉 위원인 이인용 부사장을 대외업무(CR·Corporate Relations) 담당 사장으로 1월 선임하면서 대관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삼성의 대관 업무는 과거 ‘정보기관을 방불케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지만, 이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대관 업무 핵심에 놓게 된 셈이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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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회의에 김지형 위원장(왼쪽·전 대법관,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건은 승계 문제와 관련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수위와 준법경영 강화 대책이다. 삼성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준법경영 강화 대책 내용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은 0.70%다. 이건희 회장이 지분 4.18%을 갖고 있다. 나머지는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물산(5.01%)을 비롯해 삼성생명(8.51%) 등 계열사 지분이다.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은 상대적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삼성 계열사 여러 곳에서 노조가 설립돼 무노조 기조가 형해화된 상황이다. 또 미래전략실의 노조 와해 공작 등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그룹 차원의 사과 및 유감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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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준법 실천 서약식'에서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과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정면 왼쪽부터) 사장 등 대표이사들이 서명하는 모습을 다른 임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준법감시위는 삼성이 준법 경영 강화 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밝혀야 한다고 명시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이 그동안 시민사회와의 소통에 있어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하였다고 본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가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여 공표할 것"을 권고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 씨에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놓고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준법감시위 활동과 총수(이재용 부회장) 형사재판 관련성 논란에 대해 준법감시위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 공표해달라"고 요구했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2020.03.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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