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손정의의 베팅... 코로나 악재 전망 뚫고 공유 자전거에 투자

[비즈]by 조선비즈

소프트뱅크, 디디추싱 공유 자전거 부문 ‘칭쥐(靑橘)’에 투자

위기에도 긴 호흡으로 투자… 공유 자전거 수요 회복 관측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중국의 대표적 차량 공유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의 공유 자전거 부문 ‘칭쥐(靑橘)’에 투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공유경제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단행된 투자다. 소프트뱅크도 지난해(2019년 4월~2020년 3월) 비전펀드의 투자손실 1조8000억엔(약 20조원)을 반영해 1조3500억엔(약 1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손 회장의 투자 배경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1일 실리콘밸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그룹은 중국 벤처캐피털(VC) 레전드 캐피탈과 함께 칭쥐에 1억5000만달러(약 1845억원)를 투자했다. 칭쥐가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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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로이터 연합뉴스

'공유경제 위기론' 뚫고 투자 단행

업계에 따르면 칭쥐는 이번 투자금을 포함해 총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 중 8억5000만달러는 디디추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 공유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사업자다. 2018년 중국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블루고고(Bluegogo)를 인수하며 공유 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소프트뱅크는 디디추싱에 이어 칭쥐에도 투자하며 공유경제 산업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디디추싱 등 주요 공유경제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후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이용자 급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촉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걸 꺼리는 이른바 ‘공유경제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시애틀의 우버 이용자가 70% 감소했다"고 밝혔고, 디디추싱 역시 이용자가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투자 비전 있나… 공유 자전거 수요 회복 관측도

벤처투자업계 일각에선 손 회장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를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공유경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결국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손 회장은 과거 브로드밴드(광대역 통신)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며 수년 간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순이익을 만들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알리바바에 투자해 14년 만에 수익률 3000배를 기록한 일화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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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은 2018년 블루고고를 인수해 공유 자전거 서비스 칭쥐를 만들었다. 사진은 칭쥐 홈페이지 첫 화면. /홈페이지 캡처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매니징 파트너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2006년 주주총회에서 2005년 결산(흑자전환)을 보고하며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때는 주가가 오르고, 마침내 흑자를 만들어 내니까 주가가 내리는 신기한 회사다. 시장이 안주하지 말고 더 투자하고, 더 성장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15조원 규모의 영업적자 추정치를 발표했는데, 실적 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중국 공유 자전거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승객이 밀집한 버스, 지하철보다 자전거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 자전거 업체들은 거치된 자전거를 수시로 소독하고 있으며 이용객들은 비닐장갑 등을 끼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의 장류파 소독학 수석 전문가는 "대중교통 수단 중 감염 위험이 가장 낮은 것은 공유 자전거"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2020.04.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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