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월드 속 BTS' 아직도 데뷔를 못한 이유

[테크]by 비즈니스워치

인내심 가져도 게임진행 어려워…

유저 이용 불만 속속 게임 매력 떨어져 주가 반영…

또 다른 게임은 성공할까 


6월26일. 본업과 함께 방탄소년단 매니저로서 '투잡'을 시작한 날이다. 이날부터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두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월드스타를 데뷔시키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넷마블이 선보인 'BTS월드'의 얘기다. 지난 6월26일 넷마블은 방탄소년단 매니저 게임 BTS월드를 출시했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멤버들의 전용 카드를 모아 육성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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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가 없다. 게임에 접속하면 3분 안에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현재 레벨은 38.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날개는 최대 83개가 저장된다. 날개 한 개가 생기는 시간은 6분. 1시간에 10개, 날개가 꽉 차기까지는 8시간18분이 걸린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하나의 날개로 게임 한 판을 할 수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재 진행 중인 6챕터에서 게임 한 판에 사용되는 날개는 10개다. 5챕터 9개, 4챕터 8개, 3챕터 7개, 2챕터 5개, 1챕터 4개 순이다.


챕터가 높아질수록 사용하는 날개는 많아지는 대신 높은 챕터를 진행할수록 카드를 진화할 수 있는 꽃 아이템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6챕터를 자동으로 돌리면 총 50개의 날개가 소진된다. 83개의 날개로는 자동 플레이를 두 번 꽉 채워 돌릴 수도 없다.


'존버는 승리한다'를 마음 속 깊이 새기며 날개를 모아 게임을 진행해보자. 기본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점수 이상을 기록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게임의 점수는 카드의 레벨이 결정한다. 1성부터 5성까지의 카드를 최대 레벨 50까지 진화시킬 수 있는데, 6챕터쯤 되면 3성 이하의 카드는 쓸모가 없다. 4성 이상의 카드 중 얼마나 좋은 카드를 갖고 있느냐가 게임 진행의 중요한 요소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카드는 보석 뽑기를 통해 뽑을 수 있다. 물론 랜덤이다. 보석 20개로 1회 뽑기, 200개로 11회 뽑기를 할 수 있다. 보석 200개를 힘들게 모아 카드를 뽑아보자. 죄다 3성이다. 전생에 나라 정도는 구해줘야 5성 카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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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모두에게 지급하는 한 장의 카드를 포함해 5성 카드를 총 2장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키지 못했다. 첫 음악 방송 무대에 서기 전 아침을 든든하게 먹여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다가 멤버들을 굶기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질'로 고개가 돌아간다. 날개 10개를 구매하는데는 보석 10개, 1200원이다. 2리터 생수 한 병 값을 투자해야 별 소득도 없고 10초도 걸리지 않는 게임 한 판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날개 과금으로는 답이 안 나오니, 전생에 나라 하나쯤은 구했을 것이라고 믿고 200개 보석을 구매해 뽑기에 도전해보자. 보석 260개는 2만5000원. 총 카드 14장을 뽑을 수 있다. 그러나 확률은 언제나 그렇듯 극악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카드 11장 모두 3성이 나오는 상황을 일컬어 '이재용'이라는 나름의 애칭(?)까지 생길 정도다.


각 멤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가 콘텐츠인 '어나더 스토리'는 난이도가 더 어렵다. 멤버별 7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해당 멤버의 카드로만 게임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멤버 카드만 특히 적은 경우에는 플레이가 어렵다. 멤버들과의 SNS 소통을 통해 올라가는 친밀도를 일정 수준 만족시켜야 다음 챕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고비다.


카드로 점수를 채울 수 없다면 기획사 점수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기획사 점수를 높이려면 각 멤버 스케줄을 수행하도록 해야 하는데, 스케줄을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를 해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 진행을 해야 한다. 또 악순환이다.


이같은 고민은 기자뿐 아니라 BTS월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대부분 갖는 고충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보기 위해서는 게임을 하고 싶은데, 인내심만 갖고는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인 스토리와 어나더 스토리 외 별도의 미니게임도 없어,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뿐 아니라 게임의 재미도 떨어진다.


과금을 하더라도 뽑기로 운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운빨'이 나쁜 유저들은 도전을 꺼리게 된다. 아이돌 팬들의 구매력을 믿고 별 고민 없이 만든 게임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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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처음 방탄소년단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팬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내 손으로 내 아이돌을 만들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짜릿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게임을 해본 팬들의 실망감도 컸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살펴보면 단조로운 스토리와 매니저답지 않은 말투 등을 지적하며 이탈하는 팬들을 속속 찾을 수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은 1만여장의 사진과 100여개의 영상 등 독점 콘텐츠만을 믿고 있다.


이같은 반응을 반영하듯 BTS월드는 출시 직후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다운로드 1~2위를 기록했으나 순위는 금새 급락했다.


이는 주가로도 반영됐다. 넷마블 주가는 BTS월드 출시 당시 12만1500원이었으나 게임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꾸준히 추락했다. 넷마블이 2000억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6일 현재 넷마블 주가는 8만70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BTS월드 출시에 사용된 마케팅 비용으로 2분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교보증권 박건영 연구원은 "넷마블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일곱개의 대죄, BTS 월드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938억원이 반영돼 전년 동기 대비 35.6% 하락한 40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넷마블은 또 하나의 카드를 내놨다. BTS월드가 아닌 또 하나의 방탄소년단 모바일게임을 개발 중인 것.


사실 넷마블은 BTS월드 출시 전부터 BTS IP를 활용한 또 다른 게임 개발을 예고한 바 있지만, 이번 게임은 '레이븐', '몬스터길들이기', ‘마블 퓨처파이트' 등을 성공시킨 넷마블 개발자 회사 넷마블몬스터가 개발을 맡아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신규 게임 스토리 검수 및 모니터링 요원 선발기준에 방탄소년단 팬클럽을 우대하고 있어,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게임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연 넷마블은 방탄소년단이라는 명작을 걸고 BTS월드라는 경험작을 넘어 새로운 역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비즈니스워치] 백유진 기자 byj@bizwatch.co.kr​

2019.08.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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