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라자·베스트샵, 골골한 이유

[비즈]by 비즈니스워치

삼성 디지털프라자 13년째 영업손실 LG 베스트샵 이익

전자랜드에도 밀려 점유율이 먼저…

이익보다 매출에 무게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정환이네는 금성사 대리점을 한다. 맏아들 정봉이의 복권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되자 그 돈으로 대리점을 차렸다.


당시만 해도 전자제품 대리점이나 주유소를 하면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로 통했다.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해 '난닝구'를 '빵꾸'날 때까지 입는 정환이네 아버지도 패밀리카, 비록 포니와 프라이드일지라도, 자기차를 몰 정도의 재력을 갖춘 인물로 나온다.


가전매장이 대형화·복합화하면서 지금은 대리점(가맹점)의 위세가 시들해졌다. 목좋은 곳에 위치한 2~3층짜리 가전매장은 대부분 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점포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100% 직영점이고,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LG 베스트샵도 대형점포는 주로 직영점 형태로 운영한다.


갑(甲)질이 횡행하는 시대에 가전회사들이 대리점주를 내쫓고 그들의 이익을 빼앗은 건 아닐까? 재무제표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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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240여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삼성 디지털프라자(법인명 삼성전자판매)의 경우 지난해 1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원들 월급 주고 수수료 내고 임차료 주고 나니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디지털프라자가 영업이익을 낸 건 13년 전인 2006년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당기순손실은 피했다. 본업에선 적자였지만 부업에서 손실을 메웠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부업은 건물을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였다. 지난해 디지털프라자가 거둔 임대료수익은 121억원에 달했다. 주로 디지털프라자에 함께 입점해있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덕분이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라는 별도의 회사가 운영한다. 이 회사는 디지털프라자와 133건(지난해 기준)의 임차계약을 체결해놨다. 서비스센터가 한꺼번에 빠지면 디지털프라자가 휘청할 수 있는 구조다.


LG전자의 가전매장인 베스트샵(법인명 하이프라자)도 수익구조만 보면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약 290개 직영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70억원에도 못미쳤다. 최근 10년간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은 건 딱 한번(2011년)이다. 한해 전인 2010년에는 공격적인 점포 출점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장사를 해서 손해를 보거나 남는 돈이 별로 없는데도 삼성과 LG가 가전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건 이익보다는 '마켓쉐어'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을 통해 삼성과 LG의 로고가 찍힌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우선이지 얼마를 남기느냐는 본사(삼성전자·LG전자)의 주된 관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손익보다는 매출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실제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의 매출은 각각 2조5467억원, 2조6889억원에 달했다. 돈을 못버는 게 문제지 매출 자체만 보면 꿇리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의 매출을 합치면 가전매장 1위인 롯데하이마트(4조1127억원)을 웃돈다. 적어도 국내시장에서 롯데하이마트의 독주체제를 막을 정도는 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수익성이 바닥인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의 영업이익은 롯데하이마트는 물론 전자랜드(법인명 에스와이에스리테일)에도 못미친다. 지난해 롯데하이마트는 18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전자랜드도 1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하이마트는 460여개, 전자랜드는 1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워치] 이학선 기자 naemal@bizwatch.co.kr

2019.08.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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