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맛의 대참치' 탄생 스토리

[비즈]by 비즈니스워치

박세영 동원F&B 동원참치 마케팅 담당 차장

인터뷰 동원참치 광고, 유튜브 등 2000만 조회…

'중독송' 등극 밀레니얼세대 겨냥…

오조오억개 레시피로 '제2 전성기'


스피드 퀴즈. 집에서 참치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는? 주위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열이면 아홉은 이렇게 대답할 거다. "참치 김치찌개!" 참치김밥이라는 경쟁자가 떠오르긴 하지만 집에서 김밥을 말아 먹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김치찌개의 압승이 예상된다.


참치 통조림 제조사 입장에서는 참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치찌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집 밥 음식 중 하나 아닌가. 바로 그 김치찌개의 대표 요리법 중 하나가 '참치 김치찌개'라고 하니 절로 웃음이 나올 만한 일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시도 때도 없이 참치 통조림을 꺼내 먹는 '참치 애호가'가 아니라면 참치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참치 김치찌개 말고는 도통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김치찌개를 매일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주 해먹는 편이라고 해도 돼지고기나 꽁치를 넣어 끓일 때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참치 통조림은 분명 주방 어딘가에 쟁여두기는 했지만 잘 손이 가지 않는, 때로는 집에 있는지 없는지조차 가물가물한 존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 곁에 당연하게 있는 식품으로 자리 잡은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없는' 존재가 된 셈이다.


국내 참치 통조림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동원참치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자칭 타칭 '메가 브랜드'인 동원참치가 올드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방 찬장 속에서 당최 꺼내지지가 않는 현상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다시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참치를 상기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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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동원F&B 동원참치 마케팅 담당 차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동원참치는 그래서 지난 2017년부터 마케팅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변화는 꽤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원F&B가 내놓은 동원참치 광고가 말 그대로 '대박'을 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변화가 시작된 지난 2017년부터 동원참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다는 박세영 차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2일 동원F&B에서 그를 만났다. 박 차장은 동원F&B에 입사한 뒤 7년간 영업 부문에서 일하다가 7년 전부터 마케팅 담당을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를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해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참치 파트에 오기 전 골뱅이와 꽁치 등 '수산 캔' 마케팅을 담당했을 당시엔 골뱅이 캔으로 팔도 비빔면과 협업한 이른바 '골빔면'이라는 공동 마케팅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식품업체 간 협업 사례 가운데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박 차장의 '도전 정신'은 참치를 담당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동원참치 광고다. 배우 조정석과 가수 손나은이 안무와 함께 따라 하기 쉬운 노래를 부르며 몇몇 참치 레시피를 소개하는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만 1400만 회가량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네이버TV 등의 조회 수를 더하면 2000만회를 넘어섰다.


박 차장은 이 광고를 내놓기 전 "걱정이 많이 됐다"라고 했다. 기존 동원참치 광고는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꽤 과감한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핵심 메시지를 던지면서, 아예 재미로 가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심플한 메시지를 재밌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이는 기존과는 방식이 많이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참~치. 요리로 참~치. 조리로 참~치. 이건 맛의 대참치'로 흐르는 CM송이다. 이후 광고에는 젊은 층들의 술자리 게임 노래로 잘 알려진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를 변형한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동원참치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오조오억 개라는 멘트가 등장하는 등 재미있는 요소들로 채웠다.


그 와중에 '상추 쌈밥으로 참~치. 샐러드로 참~치' 등 동원이 강조하고자 했던 참치 레시피 소개까지 나오는 걸 보면 '핵심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재미있게 가자'라는 기획 의도를 제대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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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박 차장은 광고 기획 과정에서 이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왔다"라고 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데다 조정석과 손나은 등 모델과도 잘 어울렸다. 그는 "사장님이나 임원분들이 보실 때도 좋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면서 "그래서 이번 광고가 나오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쉽게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다만 박 차장은 어느 정도의 인기를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바이럴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했지만, 드럼이나 피아노 연주 버전이 나오고, 동원참치 매대 앞에서 춤을 추는 제작 영상이 나오는 등 이렇게 다양하게 재해석될 줄은 몰랐다"면서 "이번에는 확실히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만족해했다.


이번 광고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를 타깃으로 만들었는데, 실제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박 차장은 "향후 주력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동원참치를 모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찬장에서 잊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인지도는 높지만 트렌드에는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는데, 이번 광고로 '우리 세대 제품'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원참치가 다양한 레시피를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동원참치는 지난해 쿡캔이라는 이름으로 참치캔 뚜껑에 레시피 일러스트 55종을 그려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번 광고에 나오는 '오조오억 개'라는 문구도 여기서 나왔다. 55종을 오조오억 개로 과장해 표현했다. 동원F&B는 또 각종 참치 레시피를 담은 광고를 SNS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동원참치는 지난 1982년 출시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을 전후해 매출이 주춤했던 걸 고려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올해 역시 지금까지 추이를 보면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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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박 차장은 "동원참치는 워낙 대형 브랜드여서 단순히 광고의 성공이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새로운 광고 론칭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워낙 트렌드가 빨리 변해 1등 브랜드라도 변화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면서 "참치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HMR(가정간편식) 제품들이 새벽배송되는 시대가 된 만큼 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품 간 카테고리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고, 선택지가 워낙 많아진 만큼 식상한 브랜드가 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박 차장은 이 기세(?)를 몰아 소비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광고에 나오는 노래와 댄스를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비롯해 그간 꾸준히 진행해온 팝업스토어도 추가로 기획하고 있다. 이 밖에 식품 분야 외의 업체들과 협업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차장에게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동원참치를 레시피 없이 '그냥'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거라고 답했다. 박 차장은 "저는 참치를 밥에 그냥 먹는다"면서 "김에 싸먹어도 너무 맛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기자에게 "홍보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라며 "그렇게 드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웃어 보였다.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2019.09.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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