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부동산 은어사전?

[비즈]by 비즈니스워치

국토부 SNS 등 부동산커뮤니티 단속 나서자 은어 등장

'자정작용' 기대 vs 실효성 논란·'검열' 부작용 우려도


앙팡, 뿌셔뿌셔, 유통기한


마트에서나 볼법한 단어들인데요. 요새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부동산 용어들입니다.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는 '앙팡', 재개발은 '뿌셔뿌셔', 전매제한은 '유통기한'으로 바꿔 말한 건데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처럼 부동산 용어들을 직접 언급하는 걸 피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의 단속에 눈속임을 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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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부동산 불법행위 횡행…집값 왜곡 판단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한 이후 총 19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규제에도 특정 지역의 과열이나 불공정 거래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데요. 그 원인 중 하나로 SNS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 횡행하는 비등록 중개행위, 집값 담합 등의 불법행위가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른바 '스타강사' 등 유튜버들이 무등록으로 매물을 중개하는 행위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탈세 기법 등을 공유하는 행위를 정부가 잡아내겠다고 경고했는데요.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설치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또 한국감정원을 통해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가격담합 등 부동산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신고 받는 채널인데요. 감정원에 따르면 센터 출범 열흘 만에(3일 기준) 총 24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그러자 각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은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채팅방의 '방제'(방 제목)부터 싹 바뀌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경우 '00지역 부동산방', '00재개발 모임' 등에서 '00지역 맛집 탐방', '00지역 다이어트 정보 공유방' 등으로 변경됐고요. 아예 뜻을 알 수 없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방제를 바꾼 곳도 있습니다.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던 방은 폐쇄하거나 비밀번호 등을 걸어 제한된 인원만 받기도 합니다. 조합원이나 입주민 모임의 경우 소유증명자료(등기권리증, 매매계약서 등)를 제출해야만 채팅방에 입장하도록 하는 곳도 있고요.


각종 부동산 용어도 바뀌었습니다. 래미안은 '에버랜드', 자이는 '지에스칼텍스', 중흥S클래스는 '벤츠S클' 등으로 바꿔 말하고요. 매물은 '재료', 부동산(중개업소)은 '깡시장' 등으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한 부동산 정보 공유를 위한 단체 채팅방의 대화를 보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면서도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하며 부동산 용어의 직접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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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작용 기대" vs "실효성 없고 검열 부작용만"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20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자리에서 "온라인 정보력이 확대되고 유튜브 등을 통한 정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로 인해 시장왜곡 현상이 심해졌다"며 '주택시장 관련 정보의 유통관리체계 기반 마련'을 제언하기도 했는데요.


SNS를 통한 부동산 정보 유통에 일정 수준 칼을 대야 한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같은 감독 강화를 계기로 부동산 정보 또는 거래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실질적인 자정이 이뤄지기 위해선 단순히 은어 사용을 통한 눈속임이 아니라 건전한 정보 유통과 활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할 테고요.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협업 단속, 파파라치 기능(부동산거래신고센터), 제도 개선(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이 시행되면서 거래시장 단속이 종전보다 타이트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정노력까지 동반되면 집값담합 등의 불법거래를 잡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같은 규제가 일종의 '검열'로 작용, 시장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SNS 대화 내용을 일일이 훑어보고 불법 행위를 잡아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요.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 담합, 투기 조장 사례 등을 잡겠다는 방향은 옳지만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거나 일종의 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토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공인중개사협회(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이 나서는 식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협회에 조사·고발권을 주는 식으로 시장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csh@bizwatch.co.kr​

2020.03.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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