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근무형태 된다면 무엇 필요할까

[비즈]by 비즈니스워치

클라우드·VPN 환경 등 구축해야

기업문화·성과관리도 뒷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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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자 재택·원격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직장인들은 한 사무실에 모여 근무하던 방식에서 갑작스럽게 재택·원격근무 생활을 맞이했다. 회의는 물론 소통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하며 근무형태도 제각각이다. 기존에 원격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메신저부터 화상회의 솔루션을 새롭게 설치하는 등 분주하지만 이미 원격근무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한결 여유롭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엔 이번 재택·원격근무 실험이 보편적 근무형태 중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따라 원격근무 현황과 이를 위한 환경,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통신사에 다니는 나재택 씨(가명)는 요즘 오전 8시40분에 눈을 뜬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바뀐 후 회사가 재택 근무를 전격 결정하면서 평소보다 2시간 가까이 더 자게 됐다.


나 씨가 다니는 회사도 현장에 반드시 나가야 하는 업무가 있고 네트워크 관리 등 회사 출근이 필요한 분야가 있으나, 대체로 재택 근무가 가능한 까닭에 뜻밖의 느긋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눈 뜬 뒤에는 대충 씻는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회사로 출근할 때와 똑같이 외출복을 입는 다소 진지하면서 웃긴 경우도 있다지만, 나 씨는 그러지는 않는다. 그는 씻은 후 사내 메신저에 접속해 간단히 출근 보고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오전 10시쯤 되면 그룹통화 방식으로 팀 회의에 참여한다. 팀장이 팀원들을 그룹통화에 초대한 뒤 회의를 주재하는데, 대면 회의 때보다 진지하게 진행됐다.


대면 회의할 때는 서로 먼저 말하려다 혼선이 빚어지거나 잡담을 나누는 것도 흔한 일이었는데, 시간을 정해두고 그룹통화를 하다보니 사전에 계획한 대로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회의를 주재하는 팀장이 발언권을 누군가에게 지목하면, 해당 팀원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나머지 팀원들이 대기 혹은 경청하는 방식이다.


나 씨는 "재택근무를 하며 전화로 회의를 해보니 과거보다 토론이 명확해져 짧고 굵게 끝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보통 회의를 하다보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전화회의를 할 때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중간중간 문제도 발생한다.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시스템에 약간의 장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사소한 문제였으나, 직원들이 이같은 내용을 보고하자 회사는 즉각 조치에 들어가 해결했다.


나 씨의 회사도 창사 이래 재택근무는 처음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긴급하게 재택근무를 결정했기에 사전 교육도 없었다. 대형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으나, 문제가 발생하면 재빠르게 대처하면서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사소한 문제가 발생할 때는 수시로 접수해 해결에 나서고, 거의 매일 재택 근무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등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재택근무에 따른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개선하고 있다.


기자가 나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부인과 어린 자녀들로 추정되는 '가족'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회사로부터 이른바 '집에서 편히 논다'는 인상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는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시행하면서 근태 관리를 더 꼼꼼하게 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지 감시하는 것에 매몰되기보단 성과를 더욱 치열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꾸면 근태도 자연스럽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ICT 환경구축 안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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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물론 위 사례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상당 부분 갖춰진 경우다. 이런 경우 기술적으로 재택근무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상당한 불편이 초래된다.


우선 회사가 클라우드 기반 환경과 외부에서 사내 망에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가상사설망(VPN)을 구축해야 재택근무가 원활하게 가능하다. 이같이 보안 시스템이 갖춰져야 회사 내부 자료를 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위 회사도 해당 시스템을 2~3년 전 구축했고, 전사적으로 완비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다고 한다.


아울러 집에서 사내 정보에 접근할 때 지문인식과 개인 암호 등 보안 절차를 거치는 한편 접속 장소의 IP도 점검되어야 한다. 얼핏 보면 복잡한 절차 같지만, 나씨의 경우 재택 근무 이전에도 외근할 때 스마트폰을 통해 사내 정보에 접근하는 게 일상이었으므로 불편한 방식은 아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일회용 비밀번호인 OTP를 통해 본인임을 인증하고, 문자 메시지로 추가 인증하면 집에서도 회사 업무를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경우엔 이를 새롭게 적용해야하고, 교육까지 진행하려면 무리가 따를 수 있는 셈이다.


메신저, 업무 공유 툴 정도는 스마트폰에 앱을 까는 수준으로 당장 적용이 가능하지만, 전사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삼성SDS 관계자는 "일부 간단한 원격근무 프로그램은 당장이라도 쓸 수 있지만, 원격근무와 관련한 IT 환경을 자원용량, 네트워크속도에 맞춰 구축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재택 근무 솔루션을 제공하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혼란한 틈을 타고 피싱, 랜섬웨어, 해킹시도 등 각종 보안위협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재택 근무로 인해 원격접속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취약한 개인기기의 내부망 접속으로 인한 기업의 보안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재택 근무 중에는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중요 파일은 외장하드에 보관하는 등 보안 취약점을 사전 예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개인 PC 환경에 백신이 설치돼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하고, 정부기관 등을 사칭한 e메일 열람을 주의하는 등 평소 업무 때와 마찬가지의 보안 인식이 요구된다.

업무 개념정의 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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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기술적 환경을 대체로 갖춘 이후에도 많은 개선점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것은 나씨의 지적과 같은 기업 문화와 관련한 인식 전환이다. 기존에는 직원이 몇시에 출근해서 몇시에 퇴근하는 것이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였다면, 공간의 이동이 필요 없는 재택근무 상황에선 성과 평가를 더욱 꼼꼼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시간이 아니라 업무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무 공간의 이동에 따르는 부담을 회사가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가도 고민으로 남는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관리, 개발, 그래픽 등 고사양 IT 환경이 요구되는 직원은 비상 상황에도 회사로 출근하거나, 재택을 할 경우 직장과 유사한 환경이 요구된다. 일반 직원들도 정도의 차이일뿐 원활한 인터넷 접속 환경, 책상 등을 알아서 구축해야 하는 사정인 게 대부분이다. 갑작스런 재택근무 전환에 따른 업무환경 구축 의무는 누구에게 있을까.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부딪히는 기술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고민이다. 예를들어 스마트폰 영상통화 방식으로 장거리 연애를 하더라도 결국 만나긴 만나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모바일 뱅킹을 하듯 원격 근무에 익숙해져 기술적으로는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업이 경영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아무래도 대면 회의가 요구되는 등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문제가 재택근무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99re@bizwatch.co.kr

2020.03.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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