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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아빠와 함께 떠난 탄자니아

by여행 매거진 브릭스

“와~ 덥다 더워!” 아빠의 첫 마디.


기다림의 노심초사 끝에 아빠가 탄자니아 땅에 도착했다. 아빠의 첫 아프리카 땅, 첫 경유 비행기. 한국에서 탄자니아까지 총 비행시간은 무려 약 26시간. 아빠랑 함께 한 여행은 이것으로 4번째다. 부모가 자식 키우는 기분은 이런 것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 어쨌든 무사히 아빠는 이곳에 왔다. 내가 좋아하는 시루떡을 들고, 거기에 내 건강 챙긴다고 홍삼도 바리바리 싸오셨다. 아빠 평생에 아프리카 땅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때 아빠 여기 너무 좋지?”

나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잔지바르 능귀 비치

탄자니아는 1964년 내륙인 탕가니카와 잔지바르가 합쳐져 수립된 국가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자치령으로 내륙과는 별도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아랍 및 인도와의 무역항 역할을 했고 유럽 식민지 시대엔 노예 시장이었다. 때문에 섬을 방문하면 내륙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잔지바르 스톤타운의 미로 같은 골목

앵글리칸 대성당에 있는 노예 동상

여행 내내 아빠 사진기사 노릇하랴 음식이 입에 맞는지 뭐를 더 보고 싶은지 이동하는 내내 컨디션은 괜찮은지 살피랴, 부모님과의 여행은 고단했다. 하지만 즐거운 추억이다. 특히, 아빠가 생전 상상도 못 해보셨을 곳에 와서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 이 사람들은 왜 이런 곳에 사는 거지?” “아빠 내가 사는 데 가면 수풀 속에 뜬금없이 마을이 나와.”

인도양의 석양과 아빠는 이해 못할 갬성의 사진

단, 아빠 세대 필름 카메라 갬성과 젊은 세대 SNS 갬성은 다르기에 사진 찍는 걸로 자주 투덕거리게 된다. “딸 사진 찍을 때 카메라를 봐야지 왜 다른 곳을 봐?” “아빠가 요즘 갬성을 모르네. 그냥 찍어줘!”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

해발 5,895m를 자랑하는 킬리만자로 산은 우리에게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모시 타운에 머물 동안 날씨는 좋았으나 구름이 계속 산에 머물러 정상을 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못보고 떠나야 하나 좌절하는 찰나에 마주친 만년설과 주위의 풍경은 실로 아름다웠다. 구름이 다시 오기 전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여러 나라 여행객들과 함께 킬리만자로 석양 투어 버스

“Where are you from? How do you feel about your travelling?” 영국에서 여행 왔다는 한 여자는 영어라고는 인사말이 전부인 아빠에게 연달아 질문을 해댔다. 아빠는 거기에 한국말로 탄자니아에서 보고 느낀 걸 설명을 한다. 그걸 또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혹은 예의상인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캄캄해진 하늘에 붉은 달이 떠오르고 모두들 술에 취한 채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잠깐만. 운전기사 너 맥주 4병이나 마셨잖아?!” “함나 시다!(문제없어!라는 의미)”

글/사진 김정화

인류학을 공부하며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