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티센크루프의 머신러닝 이야기

[테크]by 바이라인 네트워크

이제는 한풀 꺾였나 싶기도 하지만 알파고로 시작한 머신러닝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는 듯 합니다. 어쩌면 ‘머신러닝 = 알파고’처럼 공식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세상에 머신러닝이라는 기술을 알리는 데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구글과 딥마인드도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지만 머신러닝의 역할은 단순히 바둑이나 게임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건 아닙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에게 반복해서 뭔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고, 중요한 건 그게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쓰이느냐가 되어야 할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머신러닝에 꽤나 오랫동안 공을 들여 왔습니다. 다만 그걸 예쁘게 포장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조금 멋적게 설명하는 듯 합니다.


사실 머신러닝이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는 아닙니다. 기존에 이미 많은 부분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던 것들의 한 분류가 머신러닝입니다. 그걸 최근에는 클라우드에 올려서 많은 분야에 쓰도록 하는 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들의 역할입니다. 쉬운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미래에서 우리를 위협하기 위해서 찾아온 온 인공지능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보는 티센크루프의 머신러닝 이야기

마이크로소프트 머신러닝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티센크루프입니다. 아마 오늘 탄 엘리베이터들 중 하나는 이 회사가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엘리베이터를 공급하는 큰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일찌감치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머신러닝을 산업에 적용했습니다.


이미 뉴스로도 여러 차례 나온 것처럼 엘리베이터에 여러가지 센서를 붙여 두고, 그 센서에서 나오는 정보를 수집해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기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 참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났습니다. 식상한 부분도 있지요. 아마 ‘이 이야기를 또 꺼내는 건가’하실 분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니 이 사례, 꽤 재미있습니다.


티센크루프는 왜 유지보수에 갑자기 머신러닝을 도입했을까요? 일단 이 회사는 근래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많이 팔린다고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게, 엘리베이터는 그냥 뚝딱 팔고 끝나는 전자제품이 아닙니다. 건물에 맞춰서 설계를 해야 하고, 안전 문제 때문에 실수 없이 시공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관리되어야 하지요.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대개는 그 안에 사람이 갇히는 경우도 많고, 수십 층 건물이 일시에 마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산업은 어떻게 보면 기술, 제품 그 자체보다도 사람 문제와 연결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모자랍니다. 특히나 감각과 경험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던 예전 방식의 엔지니어들을 가르치고 육성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기술자가 숙련되었다고 해도 모든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티센크루프는 관리 부분에 머신러닝을 도입하고 시스템화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상황을 머신러닝으로 미리 분석하고 대응 방법을 매뉴얼로 만들어 화면으로 전송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일하지 않았어도 쉽게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콘텐츠는 쉽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언어가 다양하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내용은 그림과 영상으로 전달한다고 합니다.

“티센크루프는 이 시스템으로 사내의 지식 전달이 유연해졌습니다. 뭘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장벽이 사라진 것이지요. 머신러닝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기반 기술의 이야기입니다. 현업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여기에서도 통합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박민우 수석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그 뒤에서 벌어지는 시스템 분석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티센크루프는 두 가지 상황에 머신러닝을 적용합니다. 첫 번째는 유지보수 방법을 어떻게 정확히 찾아내는지, 그리고 두 번째는 고장 징후와 원인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고장 징후에 대한 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요. 먼저 애저 스트림 애널리틱스가 쓰입니다. 스트림 애널리틱스는 말 그대로 실시간으로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즉시 분석하는 솔루션입니다. 전세계에 깔려 있는 엘리베이터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으고, 여기에 애저 머신러닝을 접목해서 유지보수에 대해 학습을 시킵니다. 특정 상황이 고장으로 이어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인 정보는 통합 운영센터를 통해 분석되어서 엑셀이나 파워BI 등 데이터로 현장에 곧바로 전달됩니다.


흔히 이 머신러닝에 대해 단순히 인력을 줄이고, 일자리를 없애는 ‘비용절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실제 티센크루프는 숙련 기술자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컸습니다. 누가 새로 들어와도 언어나 나이, 학력에 관계 없이 곧장 현장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스템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숙련공들로서는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대비는 더 높아졌고, 숙련공들의 노하우가 막연하게 감으로 평가받는 것을 떠나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기록으로 남게 되는 것도 나쁘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만큼 엘리베이터가 더 안전해지겠지요. 단순히 사람 대신 고장에 대처하는 것을 떠나 도구로서의 머신러닝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글. 최호섭

2016.05.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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