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가격’

[테크]by 바이라인 네트워크

오랜만에 아이패드가 새로 나왔다. 너무 조용히 나와서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먼저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새 아이패드의 이름은 ‘아이패드(iPad)’다. 3세대때 이야깃거리가 됐던 ‘뉴 아이패드’가 떠오를 수도 있다. 그때도 본래 이름은 ‘아이패드’였다.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 본래 아이패드 그 자체의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다. 이 이름은 1세대 아이패드부터 3세대, 4세대에도 붙였다. 이례적으로 2세대 아이패드에는 ‘아이패드2’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후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에어2 등이 나오긴 했다. 그런데 다시 아이패드다. 가끔 애플의 이런 이름짓기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 이름의 이유는 아이패드 프로와 구분을 짓기 위한 목적이 클 게다. 굳이 ‘에어’라는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다. 교통정리를 하자면 아이패드 에어가 이제 더 이상 얇다는 의미를 강조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이패드로 이름을 단순화하고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로 브랜드를 단순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돌아온 아이패드 에어 디자인, 달라진 프로세서 경험

새 아이패드는 처음 보는 디자인이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이 아이패드의 뼈대는 1세대 ‘아이패드 에어’에 있다. 일단 크기와 두께가 아이패드 에어와 같다. 음량 조정 버튼 옆에 있던 화면 고정 스위치가 사라졌고, 동영상을 찍을 때 쓸 마이크의 위치가 조금 달라졌다. 하지만 디자인에 큰 변화는 없다. 어떻게 보면 아이패드 에어2보다 두꺼워진 셈이다.

 

이 아이패드를 보면서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애초 2014년 아이패드 에어가 처음 나왔을 때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던 게 기억난다. ‘이렇게 얇아도 되나?’라는 생각에 놀랐고 1년을 쓰면서 아이패드 에어2가 나올 때까지 그 생각이 변하지 않았는데 사람은 참 간사하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경우 요즘 기기들이 아예 강화 유리에 바짝 붙이는 공법을 쓰는데, 유리와 화면 사이 틈이 이렇게 있었나 하는 놀라움이 스친다.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의 두께 차이.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패드 에어2와 같은 두께고,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에어와 같다. 둘의 두께 차이는 꽤 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대신 배터리는 상당히 오래 간다. 배터리 용량은 각각 8800/7300mAh 정도다.

물론 이는 지금 아이패드 프로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드는 생각이긴 하다. 물론 그 사이에 기술 발전을 아예 무시한 건 아니다. 화면은 아이패드 에어2보다도 더 밝아졌고, 무엇보다 프로세서의 개선이 크다. 성능상으로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그래픽 성능만 낮춘 셈이다.

 

아이패드 프로 9.7와 비교해도 일반적인 성능 차이는 거의 없고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그래픽 부분만 차이가 있다. 그나마도 게임에서는 그 성능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iOS의 게임들이 대체로 최적화가 잘 되어 있고, 워낙 많은 기기가 깔려 있다 보니 아이패드 프로의 모든 성능을 끌어내는 것도 무리가 있다.

 

성능 때문에 두 태블릿을 고민할 필요는 별로 없을 것 같다. 현 상황에서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 9.7의 차이는 성능보다도 경험에 더 쏠려 있다. 아이패드를 주로 문서 작업용으로 쓰는 입장에서는 키보드가 붙어 있는 ‘스마트 키보드‘와 스테레오 스피커가 여전히 아이패드 프로의 가치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가격의 차이가 꽤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이전처럼 영화나 책을 읽는 콘텐츠 소비용 기기로 쓴다면 아이패드를 고를 것 같긴 하다. 애플이 이 제품을 예전 폼팩터에 넣은 것도 결국 아이패드 프로와 역할 구분을 더 명확히 짓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게다. 물론 그 안에는 가격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아이패드(왼쪽)과 아이패드 프로 9.7(오른쪽)의 긱벤치 테스트 결과. CPU 성능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아래 그래픽 중심의 테스트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둘 사이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으레 가격이 싸다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겠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부담없이 접근하기에 유리하다. 성능이 부족하지도 않고, 화면도 이 제품만 지켜보면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이 아이패드를 쓰면서 놀라고 있는 건 배터리 이용시간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써 보면 아이패드 프로 9.7와 비교가 별로 의미가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쓸 수 있다. 물리적인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것과, A9 프로세서의 절전 효과가 더해진 것 때문이다. 애플은 10시간이라고 하지만 왠만해서 10시간 안에 이 아이패드를 잠재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가격, 그리고 아이패드의 ‘제 자리’

애플은 왜 ‘아이패드’를 새로 내놓았을까? 태블릿 시장은 벌써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 시장조사 자료로도 태블릿의 수요는 멈칫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전문가 시장으로 태블릿 수요를 확대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꽤 괜찮았다. 애플펜슬과 키보드, 그리고 확실한 성능은 아이패드에 손을 내밀 만한 명분을 충분히 마련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도 아이패드 프로를 컴퓨터만큼이나 업무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키보드와 펜이 모든 아이패드가 받아들여져야 하는 운명은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결국 기존과 다른, 혹은 아이패드를 많이 쓰는 헤비유저 수요를 위한 제품이었고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올라야 했다. 혹시라도 기존 아이패드 시장이 아이패드 프로로 넘어올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원래 아이패드를 쓰던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당겨야 했다.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그 결과는 ‘43만원’으로 다가왔다. 현실적으로 32GB는 버거우니 128GB를 골라도 55만원이다. 새 아이패드의 가장 큰 미션은 ‘다시 친해지기’였고,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을 잘 만져냈다. 그래도 아이패드 프로가 좋지 않냐고? 그건 그렇지만 아이패드 프로 9.7은 32GB가 76만원, 128GB가 88만원이다. 여기에 애플펜슬과 스마트 키보드를 더한다면? 두 제품이 바라보는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아이패드는 교육용 시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에 대한 교실 수요는 여전히 작지 않은데 문제는 가격이다. 굳이 크롬북이나 윈도우 노트북과 누가 더 비싸네, 싸네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기기가 필요한 교육 환경에서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부담이 된다. 아이패드 미니는 128GB의 한 가지 용량으로 52만원에 판매하기 때문에 43만원대 아이패드는 현재 애플이 파는 아이패드 중 가장 저렴하다. 그러면서 성능은 아이패드 미니보다 높다. iOS 기기 중 가장 장수한 ‘아이패드2’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 최적의 기기인 셈이다.

 

그리고 이를 다 떠나 아이패드 에어2의 다음 세대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A9 프로세서의 ‘아이패드’, 그리고 그래픽 성능을 보강한 A9X 프로세서의 ‘아이패드 프로’의 구성이 함께 따라가는 ‘예측 가능한’ 라인업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아이패드를 바라보는 애플의 새 전략,

태블릿 시장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블릿의 문을 연 애플로서도 아이패드를 어떻게 꾸려야 할 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태블릿은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패드를 꺼내 들고 쇼파용 기기라고 이야기하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커지고, PC는 더 작고 가벼워지는 사이 아이패드는 아직도 쇼파에 앉아 비디오 보는 기기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건 그 사이 아이패드도 ‘화면 큰 아이폰’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다만 아직도 아이패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아이패드용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컴퓨터와 거의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아이무비로 편집한 영상이나 가라지밴드로 만든 음악은 구분하기 어렵다. 우리가 필요한 건 ‘컴퓨팅’이다. ‘컴퓨터’의 모양으로 생산성이 가두어질 필요는 없다. 지금 이 글도 비좁은 비행기에서 아이패드에 쏟아냈다.

 

BY 최호섭

2017.05.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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