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여행]by 채지형

인도의 수도 뉴델리.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의 수도답게, 수많은 사람과 문화를 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인도 각지에서 생산된 고급 제품들도 뉴델리로 모입니다. 어디에서 볼 수 있냐고요? 칸 마켓(Khan Market)으로 가시면 됩니다. 오색찬란한 인도의 빛깔에 모던함을 입힌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거든요.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이곳에서는 인도의 최신 패션 트렌드와 부유한 인도 사람들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도 맛볼 수 있고요. 바이오티크나 카마와 같은 코스메틱 전문 매장도 있습니다. 반짝이는 목걸이나 귀걸이를 파는 보석가게는 기본입니다. 


신나게 구경하다 가격표를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물건만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트렌디한 게 아닙니다. 가격 역시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갑이 스르르 열립니다. 예쁘고 질 좋은 칸 마켓의 제품들은 무거워질 배낭도 가벼워질 통장도 잊게 만들거든요. 

파키스탄 난민촌에서 호화로운 시장으로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멋진 그림으로 치장한 차. 칸 마켓.

칸 마켓이 문을 연 것은 1951년. 지금은 인도 부유층들이 모이는 장소지만, 출발은 파키스탄 난민촌이었습니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면서, 파키스탄에 살던 힌두교도들이 인도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인도 정부에서 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는데, 그곳이 지금은 칸 마켓이었습니다.


칸 마켓의 랜드마크인 바리선스(BahriSons) 북셀러도 그때 세워졌습니다. 이 서점을 세운 발라즈 바리 몰호트라(Balraj Bahri Malhotra) 씨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났지만, 뉴델리로 피난을 오게 됩니다. 그는 어머니의 금팔찌를 판 800루피를 밑천으로 칸 마켓에 서점을 차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칸 마켓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비싼 땅이 되었고, 난민 시장에서 호화로운 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바리선스 북셀러는 변화의 모습을 지켜본 칸 마켓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인도 사람들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칸 마켓 지하철

자, 칸 마켓으로 출발해볼까요. 가는 방법은 쉽습니다. 지하철역이 있거든요. 칸 마켓(Khan Market) 역에 내려서 3분 정도 걸으면 칸 마켓이 나타납니다. 고급 부티크와 라이프 스타일 매장, 서점과 식료품 가게를 비롯해 들어가고 싶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발길을 떼지 못했던 곳은 인도의 특별한 패턴을 담은 면직물을 파는 곳들이었습니다. 면 자체의 질도 훌륭하지만, 독특한 무늬가 자꾸 물욕을 자극하더군요.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칸 마켓에는 멋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다

인도 직물에 탐을 낸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유럽인들은 인도의 질 좋은 직물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인도의 특산물이기도 하고요. 모슬린과 사라사 같은 직물들은 지금도 유럽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멋스럽고 아름다운 직물은 인도 사람들의 미에 대한 철학하고도 연결됩니다. 인도 사람들은 미를 숭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옥순 인도연구원 원장이 쓴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라는 책을 보면 “인도 사람들은 꾸며야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것은 더 꾸며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며 “몸을 단장하고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것에 영적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인도 사람들의 미에 대한 생각을 알고 나면, 인도 사람들의 화려한 장신구와 오색찬란한 패션에 고개가 끄덕여진답니다. 

전통과 현대를 함께 품은 제품들

칸 마켓에 인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매장이 많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세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아노키와 파브인디아, 그리고 굿어스라는 곳입니다. 세 곳 모두 인도의 전통 방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제품으로 이름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아노키 3층에 차려진 라이프스타일 매장. 탐나는 침구들이 가득이다

먼저 인도 면직물을 대표하는 브랜드 아노키(Anokhi). 제 가방을 무겁게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좁은 입구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하늘하늘 얇은 천위에 독특한 인도 패턴이 수놓아진 옷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염색도 어찌 그리 고운지.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패턴들이 세밀하게 프린트된 옷감들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3층에는 커튼과 침대 커버, 이불 등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방을 그대로 옮겨놓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이는 곳입니다. 아노키는 인도에서도 직물로 유명한 도시 자이푸르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자이푸르에는 아노키와 인도의 직물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도 있습니다.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원색의 향연이 펼쳐져 있는 파브인디아 매장

아노키와 쌍벽을 이루는 곳이 파브인디아(Fabindia)입니다. 파브인디아는 아노키보다 더 원색적이라고나 할까요. 제품의 종류는 아노키보다 다양합니다. 유기농 식품과 화장품도 판매하거든요. 파브인디아는 안을 들여다보면 더 매력적입니다. 5만 5000여 개의 농촌 생산자들과 함께 일하며, 지속 가능한 농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거든요. 파브인디아의 철학은 인도의 자연과 전통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인도의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파브인디아 제품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더군요.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여유롭게 꾸며진 굿어스 패션매장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델리의 신사동 가로수길, 칸 마켓

색과 패턴이 아름다운 굿어스의 라이프스타일 제품들

마지막으로 굿어스(Goodearth)라는 매장입니다. 굿어스는 아노키와 파브인디아 보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더 중심을 둔 곳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인도 미디어들이 앞 다퉈 보도할 정도로 인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해가는 브랜드랍니다. 인도 문양을 담은 소품부터 패브릭, 식기까지 다양합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굿어스입니다. 칸 마켓 이야기를 하다 보니, 커다란 가방 하나 메고 당장 달려가고 싶어지네요. 한가로운 시간, 인터넷으로 세 브랜드를 한번 둘러보세요. 제 마음을 이해하실 거예요. 굿어스는 http://www.goodearth.in, 파브인디아 http://www.fabindia.com, 아노키 http://www.anokhi.com 입니다.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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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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