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으로 찾은 아름다운 무덤

[여행]by 채지형
신혼여행으로 찾은  아름다운 무덤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타지마할

이번 주에 떠날 곳은 인도 아그라에 있는 거대한 무덤입니다. 무덤이지만 일반적인 무덤과는 다릅니다. 어둡지도 않고 회색빛도 아닙니다. 백색의 아름다움이 찬란하게 빛나는 무덤이죠. ‘죽기 전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곳, 타지마할(Taj Mahal)입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타지마할에 간 것이요. 3년 전 타지마할을 걸으며 생각했었습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된다면, 남편 손을 잡고 꼭 다시 찾으리라고요.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요. 인도 여행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을 만났고 신혼여행으로 타지마할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여유롭게 타지마할을 보고 싶다면, 메타박

타지마할은 우타르프라데쉬의 아그라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아그라는 인도 수도인 델리에서 약 200km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로, 델리에서 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아그라는 무굴제국이 수도를 델리로 옮기기 전까지 수도였던 곳으로, 도시 곳곳에 무굴제국의 숨결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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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박은 여유롭게 타지마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달의 정원으로도 불린다

아그라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간 곳은 메타박(Mehtab Bagh)이었습니다. 메타박은 무굴제국 시기에 왕족들이 달 아래 비친 타지마할의 야경을 보며 산책을 즐겼던 곳으로 ‘달빛 정원’이라고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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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박은 인도현지인들의 단골 웨딩사진 촬영지.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

메타박에서 본 타지마할은 부드러웠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과 어우러져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다가왔습니다. 더운 날씨에 바람도 살랑 불어오니, 긴장도 풀어지더군요. 메타박에 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가족 여행 온 사람들, 웨딩사진을 찍기 위해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타지마할 안은 넘치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데 반해, 메타박은 한가로워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달빛과 함께 한 타지마할을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해가 지면 공원 문을 닫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야 했거든요. 아쉬운 마음을 두고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공원 밖으로 나왔습니다. 

샤자한과 뭄타즈, 22, 대칭과 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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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비싸기로 유명한 타지마할 입장료. 1000루피로 이중 세금이 50%다 (오른쪽)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들어가는 여행자들

다음 날 아침 6시. 이른 아침 타지마할로 향했습니다. 조금이라도 한적하게 타지마할을 걷고 싶었거든요. ‘세계 최대의 사랑의 기념탑’으로 불리는 타지마할에서 여유롭게 앉아,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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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바라본 타지마할. 잠시 침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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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을 등지고 바라본 입구. 이 또한 아름답다

다시 만난 타지마할. 역시나 말문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자태로 서있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대리석 건물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신비로움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본 타지마할의 모습, 그리고 수로와 정원이 만들어낸 완벽한 좌우대칭, 군더더기라고는 없는 대리석은 발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더군요.

 

타지마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샤자한과 뭄타즈 마할, 22, 그리고 대칭과 흰색입니다. 샤자한(Shah Jahan)은 16세기 인도 지역을 통치하던 무굴제국의 5대 왕입니다. 뭄타즈 마할(Mumtaz Mahal)는 샤자한의 아내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혜로워 샤자한의 사랑을 가득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뭄타즈 마할이 아이를 출산하다 죽게 되죠. 샤자한은 한참 슬픔에 빠졌습니다. 뭄타즈 마할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죠. 그렇게 타지마할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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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벽을 화려하게 수 놓은 피에트라두라

숫자 22는 타지마할을 짓는데 소요된 기간입니다.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22년간 약 20만 명이 투입되었습니다. 규모만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타지마할을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터키 등 유명 기술자들까지 동원했습니다. 설계는 이란 출신 천재 건축가로 알려진 우스타드 이샤가 담당했습니다. 타지마할 건축에 쓸 자재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귀한 돌을 수집해 오기도 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기술자들을 불러, 대리석에 꽃과 문양을 조각했습니다. 타지마할 가까이에서 보면, 그들이 만든 여러 색으로 수놓아진 대리석 조각 피에트라 두라(Pietra Dura)를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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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반영이 또다른 그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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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꾸며져 있다 (오른쪽)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적어놓은 캘리그래피

마지막으로 대칭과 흰색은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대표합니다. 타지마할은 완벽한 대칭이 주는 미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거든요. 건물뿐만 아니라 커다란 연못에 비친 반영도 놓치면 안 됩니다. 원근감을 살린 정원이며, 커다란 돔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기둥도 대칭미를 품고 있습니다. 대칭은 이슬람 건축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타지마할 곳곳에서 이슬람 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요. 하얀 대리석 벽을 보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글귀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타지마할에서도 대칭이 안 되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관이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뭄타즈 마할의 묘와 샤자한의 묘가 나란히 누워있는데, 원래 왕비의 묘만 놓기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샤자한은 타지마할과 대칭되는 위치에 자신의 묘를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 계획은 수포가 되었죠. 타지마할을 만들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재정이 휘청댔습니다. 셋째 아들인 아우랑제브가 왕위를 찬탈하고, 아버지를 아그라 성에 있는 ‘무산만 부르주’에 가뒀습니다. 샤자한은 그곳에서 8년간 타지마할을 바라만 보다, 74세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되었답니다. 

함께 한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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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옆면에서 찍은 실루엣 사진

굽이치는 사연에도 불구하고, 타지마할의 자태는 여전히 황홀했습니다.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타지마할. 남편과 저는 그늘을 찾아 아예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굴제국의 역사와 이슬람 건축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며, 찬찬히 타지마할을 뜯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사랑은 어디까지 정당화되는 것인지, 사랑에 대한 수많은 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함께 오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에서 함께 손잡고 새 인생을 시작한, 아이러니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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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을 이용한 타지마할 기념품들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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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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