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순대부터 단풍빵까지 한눈에 보는 속초 주전부리

[여행]by 채지형

주전부리는 청춘이다. 지루한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먹던 매운 떡볶기의 맛, 일요일 추운 거리를 쏘다니다 한 입 맛본 오뎅 국물의 따끈함,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갔다가 쪼그리고 앉아 먹던 팥죽의 기억. 주전부리는 맛으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추억으로 먹는다. 그것도 아련한 청춘의 기억으로. 나트륨과 칼로리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우리는 주전부리를 사랑하니까.

겨울이면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미시령을 넘었다. 안개와 눈 때문에 마음 졸이며 올라야 했던 미시령. 미시령 휴게소에 도착해 우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속초 시내의 불빛을 바라보며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들처럼 흥분했었다. 그리고 대포항까지 한달음에 달렸다. 우리를 반기던 펄쩍펄쩍 뛰던 생선들. 빨갛고 파란 목욕탕 의자에 앉아, 서울에서 속초까지 떠나온 겨울여행을 자축하며, 파도소리를 잔에 담아 시원하게 건배를 했다. 겨울바다에 왔고,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속초였다. 단지 그것이면 충분했다.

 

세월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속초도 달라졌다. 추억의 미시령휴게소는 문을 닫았고 대포항의 옛 정취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췄다.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진 그곳은 조금 쓸쓸했다. 튀김골목에서 새우튀김을 맛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라진 공간의 허허로움을 채워준 것은 속초의 알찬 주전부리들이었다. 문화와 자연이 담긴 속초의 대표 주전부리들을 살펴보자. 

통통 튀는 고소함, 대포항의 새우튀김

오징어순대부터 단풍빵까지 한눈에 보는

고소한 냄새가 흐르는 튀김원조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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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튀김

대포항에 들어서면 공기를 타고 흐르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진원지를 찾아 촉수를 세우면, 원조 튀김 골목이라는 글자가 보일 것이다. 골목이지만, 진짜 골목은 아니다. 건물 안에 있다. ‘못잊어 왕새우’, ‘통큰 새우튀김’, ‘대포항 미녀네’와 같은 톡톡 튀는 상호부터 ‘지성이네’, ‘대포항 튀김’, ‘부부튀김’ 등 구수한 이름을 내건 튀김가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속초구경도 식후경. 새우튀김 한 조각을 먼저 입에 쏙 넣는다. 따끈한 새우튀김이 입안에 들어가면서 바삭하는 소리를 내고 고소한 맛을 퍼트린다. 막 튀겨 낸 새우튀김은 서울에서 거리를 걷다가 맛본 새우튀김과 이름만 같을 뿐 맛은 너무도 다르다. 새우튀김은 껍질을 벗겨서 튀긴 새우튀김과 통째로 튀긴 새우튀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식감 때문에 통째로 튀긴 새우튀김에 손길이 더 갔다. 오징어튀김도 남다르다. 겨울은 동해의 오징어철. 싱싱한 오징어로 튀김을 만드니, 쫀득한 맛이 살아있다. 우리 동네에 분점이라도 내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속초 대포항이니 생생한 맛이 남아있는 것. 대포항에서 마음껏 맛보는 수밖에.

속이 꽉 찬 오징어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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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순대

강원도 대표 주전부리중 하나인 오징어순대. 오징어순대를 맛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속초가 전국에서 실향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것. 한때 실향민 비율이 70%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피난 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속초에 둥지를 틀었는데, 이후 실향민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함경도 말로 할아버지를 말하는 ‘아바이마을’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속초에는 이북 문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돼지 창자에 소를 넣어서 만드는 아바이순대인데, 당시만 해도 돼지가 무척 귀했다. 그래서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에 소를 넣었는데, 그것이 오징어순대의 유래라고 알려져 있다. 오징어순대는 작은 크기의 오징어를 이용한다. 먼저 오징어의 속을 비우고 안에 차곡차곡 야채와 찹쌀을 넣어 찐다. 오징어를 통으로 사용해서인지, 보기만 해도 꽉 찬 느낌이다. 오징어순대는 통으로 썰어서 먹는데, 먹을 때 소가 흐르지 않도록 양쪽을 계란반죽으로 붙이기도 한다. 맛도 있지만, 독특함에 끌린다. 

속초의 아이콘이 된 만석닭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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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닭강정

속초관광수산시장에 가면 재미있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배낭을 멘 사람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박스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모습이다. 박스 속 주인공은 십중팔구 만석닭강정이다. 만석닭강정은 속초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킨사랑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만석닭강정의 인기가 아닐까.

 

만석닭강정이 문을 연 것은 1983년. 다른 치킨집과 달리 튀김기계가 아니라 자체 제작한 가마솥을 사용한다. 200도가 넘는 화력으로 가마솥에 닭을 튀겨 낸다. 바삭한 맛의 비결이 가마솥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닭강정을 포장해갈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숙소에 도착하면 뚜껑을 바로 열어놓을 것.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석닭강정의 특징은 식어도 맛있다는 것. 달콤한 양념 맛이 중독성이 강해, 자꾸 찾게 된다. 치킨 체인점보다 양도 풍성하다.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주문해 먹을 수도 있고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역시 주전부리는 현지에서 직접 맛보는 것이 제맛이다.

설악선 단풍을 테마로 한 단풍빵

오징어순대부터 단풍빵까지 한눈에 보는
오징어순대부터 단풍빵까지 한눈에 보는

단풍빵

속초 주전부리 중 마지막 주자는 ‘설악산 단풍빵’이다. 설악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설악산 단풍나무를 테마로 단풍모양으로 생긴 것도 앙증맞다. 빵에 단풍은 들어있지 않지만, 단풍시럽은 첨가되어 있다. 쌀을 주원료로 흰앙금과 적앙금, 초코, 크림 등을 속 재료로 사용하고 있어,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예쁜 포장과 먹기에 적당한 크기 덕분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배낭에 한 팩 넣어가고 싶은 주전부리다.

 

새우튀김과 오징어순대, 닭강정과 단풍빵을 한 자리에서 맛보고 싶다면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향하면 된다. 대포항과 아바이마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주전부리를 즐기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빠듯하다면 시장에서 한꺼번에 만나보자. 네 가지 주전부리 외에도 강원도 토속 음식인 메밀전병과 팥을 넣은 수수부꾸미, 견과류를 가득 넣은 씨앗호떡, 꼬마김밥 등 아드레날린을 솟아오르게 하는 주전부리들이 줄지어 있다. 그러니 시장을 돌아볼 때, 꼭 주의해야 한다. 맛있다고 주전부리들을 모두 맛보다가는 정작 저녁 식사가 들어갈 여지가 사라질 테니.

오징어순대부터 단풍빵까지 한눈에 보는

색색의 감자떡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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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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