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즐거움, 문경 레포츠 여행

[여행]by 채지형

오늘은 기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즐겁고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뜻을 가진 문경(聞慶) 이야기를 해드릴 거거든요. 문경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죠? 충청도를 지나 경상북도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문경입니다. 주흘산과 조령산, 희양산 등 해발 1000m 안팎의 큼직한 산들이 이어져 있어, 어디에서나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는 고장이죠. 조선시대 영남지역에서 한양을 향하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문경새재를 비롯해 옛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토끼비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갱도체험을 할 수 있는 석탄박물관 등 문경에는 가볼 곳이 참 많습니다.

 

문경에 가면 새재를 산책하거나 박물관들을 돌아보곤 했는데요. 이번에는 색다르게 여행을 해보았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좋아져서 발바닥이 간질간질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스릴 만점이라는 짚라인도 타 보고 ‘태양의 후예’ 송중기처럼 멋지게 사격도 즐겨봤습니다. 결과는? 깜짝 놀랐어요. 문경에 이렇게 재미있는 레포츠들이 많을 줄 몰랐거든요. 역시 글로 읽는 것과 몸으로 읽는 것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첫 번째, 초록 속으로 ‘풍덩’, 짚라인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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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허공에 내딛는 순간, 온 몸에 아찔함이 퍼진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을 비롯해서 패러글라이딩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해봐서 그랬는지, 짚라인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데 방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적당한 스릴감을 유지하면서 초록색 나무의 바다로 풍덩 빠지는 듯한 기분은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느껴보지 못한 시원함이었습니다. 기분 좋을 정도의 속도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다 보니,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더군요.

 

짚라인은 낙차가 큰 곳을 와이어로 이어서, 그 줄을 타고 내려가는 레포츠인데요. 과거에 계곡 건너편으로 우편물을 가져다주거나 전쟁 도중에 탄약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해요. 문경의 짚라인 코스는 1코스부터 9코스까지 1.3km에 걸쳐 있었습니다. 백두대간 자락인 불정산에 만들어져 있어 눈도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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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짚라인을 타러 올라가는 승합차 안. 종달새처럼 쉴 새없이 지저귀고 있다. (오른쪽) 차에서 내려서 짚라인 출발점까지 걸어 올라간다.  

짚라인을 즐기기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헬맷과 장비를 착용하고 산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만나 흔들릴 때마다, 웃음소리와 즐거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입으로는 무섭다고 하면서 얼굴은 흥미진진한 표정들이었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나무계단을 내려가듯 허공을 걸으라는 가이드의 말에 발을 내딛으니 쑥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갔는데요.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나무들 사이를 쏜살같이 날아 반대편에 도착하더군요. 내리자마자 또 타고 싶은 마음을 어찌해야할지. 맑은 공기와 밝은 숲 속을 날고 나니, 마음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가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문득 짚라인에 중독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더군요. 지갑이 하염없이 얇아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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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먼지까지 씻어주는 시원함. 짚라인의 매력이다.  

두 번째, 관광사격장에 가면 ‘탕탕탕, 나도 송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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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나 믿죠? 절대 움직이지 마요’라고 말하고 총을 쏘던 송중기. ‘태양의 후예’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송혜교 어깨 위에 있는 폭탄센서를 없애기 위해 조준사격하는 송중기의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요. 수많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볼 때도 들지 않던, 사격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문경에는 사격을 해볼 수 있는 관광사격장이 있더군요.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명씩 개별적으로 지도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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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탕탕탕’ 소리에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오른쪽) 강사의 지도에 따라 자세를 잘 잡아야 한다.  

이곳에서는 클레이사격과 권총사격, 실내사격 등 세 가지 종류의 사격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먼저 클레이사격. 클레이사격은 생각하던 사격과 달랐습니다. 과녁을 맞히는 사격이 아니라, 공중으로 쏘아 올려 진 목표물을 맞히는 것이었어요. 목표물이 움직여서 그런지 보기보다 어려웠습니다. 목표물을 몇 번 빗나가니 갑자기 스트레스가 쌓이더군요. 다시 숨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강사님의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큰 소리가 들려오더니, 오렌지색 목표물이 여러 갈래로 찢어져 사방으로 퍼졌습니다. 생각지 못한 시원함이 온 몸을 적시더군요. 이런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사격에 빠지는구나 싶었습니다.

 

종이과녁을 맞추는 권총 실탄사격도 해보았습니다. 송중기가 된 기분으로 정조준했는데요. 분명히 중앙을 보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구멍은 엉뚱한 곳에 뚫려있더군요. 송혜교를 구하려면 한참은 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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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클레이 사격에 사용되는 총. 보기보다 무겁다. (오른쪽) 클레이 사격에 사용되는 탄피.  

세 번째, 7.4km를 달리는 철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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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문을 연 진남역 철로자전거. 7.4km를 1시간 정도 달린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것은 철로자전거입니다. 지금은 곳곳에서 철로자전거를 즐길 수 있지만, 10년전만 해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문경은 200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철로자전거를 만들어, 당시에 철로자전거를 타기 위해 문경에 오는 이들이 적지 않았었죠.;

 

문경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탄광입니다. 문경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탄광이 있었거든요. 문경에서는 폐광이후 석탄운반을 위해 만들었던 선로를 가지고 철로자전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철로 복선화를 위해서 2014년 2월 운영을 잠시 멈췄다가, 지난달인 2016년 3월 다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탄 루트는 진남역에서 구랑이역을 왕복하는 7.4km 구간이었어요. 봄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페달을 밟다보니, 1시간이 금방 흐르더라고요. 새로 개장하면서 철로자전거가 전동식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그래서 큰 힘 들이지 않고 철로자전거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철로자전거의 진정한 재미는 건강한 수다에 있었어요. 싱싱한 자연 속에서 슬슬 페달을 밟으며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처음 소풍 나온 초등학생처럼 신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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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철로자전거는 석탄을 나르던 철로를 달린다. 자연과 함께 문경의 역사도 볼 수 있다. (오른쪽) 구랑리역에서 반환해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찻사발축제에서 도자기 구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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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문경의 전통가마인 망댕이가마. (오른쪽) 망댕이가마에서 구워지고 있는 도자기들. 

여기에 하나 덤. 문경에서 꼭 즐겨볼 만한 것이 도자기 체험입니다. 문경은 예로부터 도자기를 만들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어요. 동서로 뻗어있는 산악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좋은 흙과 물이 풍부했거든요.

 

지금까지 옛 전통가마인 망댕이가마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망댕이는 길이 25cm, 지름 약 13cm 정도 흙을 뭉친 흙덩어리인데요, 망댕이가마는 이런 흙덩어리 봉우리 모양으로 5~6칸을 쌓아 만든 전통가마를 말합니다. 문경도자기박물관 옆에서 망댕이가마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험장에서 도자기체험도 해볼 수 있답니다. 도자기를 만들면 망댕이가마에서 구워서 집으로 보내주니 편리하죠. 지난주에 막사발을 하나 만들어보았는데. 제가 만든 도자기가 가마에서 잘 만들어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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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흙을 반죽해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오른쪽) 도자기에 넣을 문양을 고를 수 있다. 전통 패턴부터 고양이나 물고기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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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직접 빚은 도자기에 문양을 찍고 있다. 유일무이한 나만의 도자기가 탄생한다. (오른쪽) 완성된 체험 도자기.  

도자기체험을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4월 30일(토)부터 5월 8(일)까지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는 2016 문경 찻사발축제(http://www.sabal21.com)에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알찬 축제랍니다. 올해는 ‘사기장이 들려주는 찻사발 이야기’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됩니다. 이번 기회에 문경에서 신나는 레포츠도 즐기고 개성 넘치는 도자기도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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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전통 도자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5월에 열리는 찻사발축제에 가면, 문경의 도자문화를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20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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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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