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빠지다, 경기도 안성여행

[여행]by 채지형

경기도 안성에 다녀왔습니다. 안성맞춤과 안성유기로 유명한 곳이죠. 안성탕면도 생각나신다고요? 맞습니다. 안성에는 안성탕면을 만드는 농심공장도 있답니다. 그 뿐만이 아니죠. 칠장사를 비롯해서 미리내 성지, 안성유기 공방 등 갈 곳도 볼 것도 많은 곳이 안성입니다.

 

안성의 여러 이미지 중에서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움직임입니다.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남사당패의 줄타기, 마음을 설레게 하는 태평무의 발짓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죠.

태평무의 우아함에 빠지다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안성에 가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남사당놀이와 태평무를 만날 수 있답니다. 먼저 태평무를 한번 볼까요? 태평무(太平舞)는 중요무형문화제 92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전통무용입니다.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마음을 춤으로 표현한 것인데요, ‘몸과 마음이 일치된 예술 춤’이라는 불리죠. ‘전설의 명무’로 알려진 무용가인 한성준 선생이 경기 무속 춤을 재구성하여 춘 춤이랍니다. 안성에 있는 태평무전수관에 가시면 매주 토요일 오후에 귀한 우리의 전통무용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춘 춤으로, 우아하고 절도가 있습니다. 태평무를 보실 때는 발끝을 잘 봐야합니다. 섬세하고 기교가 넘치는 발짓이 특징이기 때문이죠. 복잡한 장단에 맞춰서, 발로 원을 그리기도 하고 차기도 합니다. 여기에 힘찬 손짓이 따라가죠. 화려한 복식과 어우러진 멋스러움에 감탄사가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더군요.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태평무, 복식이 화려하죠

안성 태평무전수관에서 만나는 태평무는 1988년 태평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때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은 강선영 선생의 태평무입니다. 강선영 선생은 1940년 첫 무대에 선 이래 170여 개국에서 1000회가 넘는 공연을 할 정도로 우리의 예술을 널리 알리신 분이랍니다.

 

한성준 선생은 태평무를 처음 만들 때 왕과 왕비가 춤을 추는 2인무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때 제자인 강선영에게 왕비춤을, 손녀인 한영숙에게 왕춤을 추게 했습니다. 이후 두 제자는 각각 자신의 춤으로 태평무를 추면서 강선영류와 한영숙류로 나뉘게 되었죠. 강선영류 태평무는 왕비의 춤답게, 춤사위가 더 화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태평무전수관에서는 태평무와 함께 부채춤, 향발무, 무당춤, 장구춤, 즉흥무, 한량무, 북춤 등 20여 가지 춤의 향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매번 레퍼토리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꽃들의 향연, 부채줌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왼쪽) 금방 신내림을 받은 것 같은 무녀춤 (오른쪽) 소리가 흥겨운 장구춤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이어지는 북춤

아름산이의 아슬아슬 줄타기

태평무와 함께 안성에서 놓치면 안 될 공연으로 남사당놀이가 있습니다. 남사당놀이를 하는 남사당은 마을과 장터를 다니면 춤과 노래, 기예를 선보이던 조선후기 최초의 대중연예집단입니다. 남사당패는 한 마을에서 며칠씩 공연을 하고 다음 마을로 이동해 놀이판을 벌이곤 했는데요. 남사당패들이 벌인 놀이는 크게 풍물놀이와 버나놀이(대접돌리기), 덜미(꼭두각시 놀이), 덧뵈기(탈놀이),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사당놀이패는 경복궁 중건 공사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1865년 경복궁 중건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노역자들이 올라와 일을 했는데, 일이 너무 힘들어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답니다. 그때 대원군이 안성남사당놀이패를 불러, 신명나는 놀이 한 마당을 마련했습니다. 바우덕이(김암덕)를 앞세운 놀이패가 나와 흥을 돋우고, 남사당 세 명이 나와 버나를 돌렸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줄타기도 이어졌고요. 안성 남사당 놀이패의 놀이에 백성들과 노동자들이 힘을 얻어 경복궁 중건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공으로 바우덕이는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정3품 당상관 벼슬을 받았다는 기록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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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모돌리기 (오른쪽) 둥글고 넓적한 접시 ‘버나’ 돌리기

남사당놀이를 보러 안성맞춤랜드로 향했습니다. 안성맞춤랜드는 2012년에 만들어진 시민공원인데, 이 안에 안성남사당 공연장이 있거든요. 공연은 약 100분간 진행되는데, 100분이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더군요.

 

줄타기는 어름이라고 하는데요. 어름은 줄타기가 얼음 위를 걷는 것만큼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부채를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3m가 넘는 하늘로 뛰어 날다가 줄 위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군요.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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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공연의 백미인 줄타기

어름을 하는 사람을 ‘어름산이’라고 부르는데, 오늘의 어름산이는 여려 보이는 서주향 씨였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 했는데, 인기 TV 프로그램인 강연 100도씨에 나왔었더군요. 대학생인 서주향 씨는 어렸을 때 무동놀이로 시작해 줄타기와 인연을 맺었다고 해요. 첫 공연을 한 나이가 12살. 외줄 위를 아슬아슬 걷는 어름산이를 보노라니, 얼마나 저 줄 위에서 많은 연습을 했을까 싶은 생각에 짠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더군요. 눈 앞에서 줄타는 모습을 보니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더군요. 편안하게 앉아서 보고 있는 제 몸에서 땀이 날 정도였는데요. 두려움을 이겨가는 어름산이를 보며, 인생은 결국 어름산이가 하는 줄타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흥겨운 상모돌리기

어름산이의 줄타기가 끝나고, 시끌벅적한 풍물놀이가 이어졌습니다. 긴장감 때문일까요. 풍물놀이가 더 없이 흥겹고 신나더군요. 어깨가 자동으로 들썩였습니다. 화려한 풍물패에 눈을 떼지 못하는 수십 명의 상모돌리기와 무동놀이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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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동놀이

무동놀이는 어린 무동을 어깨에 얹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인데요. 아이들이 통통 튀는 모습을 보니 엉덩이가 들썩 거려서 앉아있기 힘들더군요. 무동놀이는 아이를 많이 낳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신동을 받드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단무동과 맞무동, 삼무동, 오무동, 칠무동이 있습니다. 어린 무동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가서 안아주고 싶더군요.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남사당놀이는 어린 무동들로 만들어진 오무동 놀이를 절정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공연장 앞을 한참 서성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공연장 앞에 무동 동상이 보이더군요. 동상을 보며 한 번 더 박수를 힘차게 치고 나서야,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답니다.

신명나는 남사당놀이와 우아한 태평무에

안성맞춤랜드 안에 있는 남사당공연장

여행정보

태평무공연과 남사당놀이를 보려면, 주말에 안성여행을 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토요일에 가면 두 공연을 연이어 볼 수 있거든요. 당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안성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요. 흥겨운 공연과 함께 안성맞춤박물관을 둘러보고, 방울토마토 수확 체험을 즐길 수 있답니다.

 

* 안성남사당놀이 

일시 : 매주 토요일(오후 4시)과 일요일(오후 2시) 

예약 : 031-678-2517

http://www.namsadangnori.or.kr

 

* 태평무공연

일시 :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

전화 : 031-676-0141

http://www.taepyungmu.net

 

* 안성시티투어

일시 : 매년 3월~11월 매주 토요일

예약 : 031-677-1330

http://tour.anseong.go.kr/helper/citytour.html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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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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