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여행

[여행]by 채지형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아. 재즈가 이런 건 줄 몰랐어!”

 

옆자리에 앉은 영국청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제가 대답했죠. “나도 그래”라고요. 이곳은 ‘재즈의 고향’ 미국 뉴올리언즈입니다. 뉴올리언즈의 중심가 버번스트리트에서 멋진 재즈 연주를 만나고 있습니다. 드럼과 클라리넷, 트럼펫, 피아노와 베이스의 연주가 공간에 꽉 차서 사람들에게 들어가고 있더군요. 음악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음악이 치즈가 되어 녹아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비좁은 긴 막대 의자에 엉덩이를 다닥다닥 붙이고 앉아있었지만,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더군요. 재즈로 꽉 찬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이미 감사했거든요.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뉴올리언즈에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재즈가 단순히 음악 장르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재즈는 문화이자 역사였습니다. 미국 남부에 있는 뉴올리언즈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스페인을 비롯해 프랑스 등 유럽 강국의 힘이 밀려들어, 1803년 미국이 되기 전에는 수많은 나라가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미국 전에는 프랑스 땅이었죠. 그래서 이곳에는 유럽문화가 지금까지도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중심지의 이름도 프렌치 쿼터고요. 이곳에는 아직까지 프랑스풍 집들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프렌치맨스트리트를 비롯해 길 이름에서도 유럽을 감지할 수 있죠.

 

뉴올리언즈 지역에는 거대한 농장들이 있었습니다. 면화와 사탕수수 농사가 잘 되었기 때문이죠. 땅은 넓고 일할 사람은 많지 않다 보니,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데리고 옵니다. 과거에 널리 퍼져 있던 유럽의 고전음악에 흑인들의 슬픔이 담긴 음악이 더해져 재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재즈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가 모두 들어가 있는 셈이죠. 그래서 재즈는 하나로 설명할 수도 규정지을 수도 없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느끼는 수밖에요.

 

뉴올리언즈를 잘 여행하는 방법은 매일 저녁 재즈 바를 찾는 겁니다. 어디로 가야 하냐고요? 유명한 곳이 많지만 이번에 제가 갔던 곳 중 좋았던 세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첫번째는 뉴올리언즈 재즈를 대표할 만한 곳입니다. 역사적인 장소인 프리저베이션 홀(Preservation Hall)입니다. 프렌치쿼터를 지나다가 긴 줄을 보게 되신다면, 바로 그곳이 프리저베이션 홀이 맞습니다. 공연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줄이 길게 서거든요. 밖에서 보면 건물은 쓰러져갈 것 같은데, 안에서 즐기는 재즈는 모든 것을 잊게 할 정도로 황홀합니다. 저는 특히 백발의 베이스 연주자의 익살스러움에 푹 빠졌습니다. 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데, 연주를 듣다 보니 발바닥이 간질간질하더라고요. 아기를 안 듯이 베이스를 안고 연주하는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프리저베이션 홀은 250년된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이에요. 1960년대부터 매일 밤 재즈 공연이 열리고 있어요. 8시와 9시 10시 하루에 세 번 공연을 하는데, 첫 번째 자리와 두 번째 자리에 앉고 싶으면 각각 35달러, 45달러를 내야 하지만, 어디든 상관없다 싶으면 줄을 서서 기다리면 됩니다. 15달러에 훌륭한 공연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프릿츨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두번째는 프릿츨(Fritzel’s)입니다. 맥주 한 잔 주문해 놓고 옹기종기 앉아서 재즈에 물들 수 있는 곳이죠. 재즈의 도가니라고나 할까요. 시가도 피우고 칵테일도 한 모금 하면서 자유롭게 연주를 듣습니다. 이곳 연주 또한 두말할 나위 없죠. 연주도 연주지만, 신나게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모습이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들에게도 매일 하는 일일텐데, 어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더군요. 제 방 발코니 앞에 있는 펍이라, 매일 밤 끝도 없이 프리젤스의 연주를 들었답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던 연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스팟티드 캣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재즈는 공기이자 생명수” 뉴올리언즈

마지막으로는 프렌치맨스트리트에 있는 스팟티드 캣 뮤직클럽(Spotted cat music club)입니다. 프리저베이션 홀이 너무 관광객들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프릿츨이 있는 버번스트리트가 너무 번잡하다고 느낀다면, 프렌치맨스트리트로 가야 합니다. 여기는 오롯이 재즈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거리거든요.

 

여러 재즈바 중에서도 스팟티디 캣은 실력 있는 재즈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 저녁부터 사람들이 많이 가더군요.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입구에 서 있던 모자 쓴 아저씨가 2분 후에 공연한다고 들어오라고 하지 않겠어요? 고민은 던져버리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니, 이런. 들어오라고 하던 분이 피아노 앞에 가시더니,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다루시더군요. 보컬의 목소리도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또다시 흠뻑 음악에 젖어 들었답니다. 이곳에 가시면 화장실에도 들어가 보셔야 합니다. 오래된 피아노가 한대 놓여있거든요. 특이한 화장실을 여러 곳 봤지만, 지금은 이곳 화장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장실이 되었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사이, 황홀함에 빠질 시간이 다가오네요. 뉴올리언즈에서 재즈를 듣지 않고는 하루도, 아니 한 순간도 보낼 수 없거든요. 큰 일입니다. 집에 갈 날이 다가오는데, 마음을 확 붙잡혀버려서 말이지요.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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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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