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한 번 더! 경북 봉화 산타 마을 여행

[여행]by 채지형
크리스마스, 한 번 더! 경북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에 가면, 루돌프와 산타가 반갑게 맞는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봉화에 가면 산타마을이 있거든요. 이곳에 가면 2월 중순까지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답니다.

 

분천역에 산타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스위스에서였습니다. 올해 1월 스위스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분천역을 알려줬거든요. 시계만큼 정확하다고 알려진 스위스국영철도(SBB, Swiss Federal Railway)에 다니는 친구였는데,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 분천역에 가 본 적이 있다면서요. 작고 사랑스러운 역이라고 소개하더군요. 그때 떠오른 물음표를 따라 오트레인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O)트레인은 강원과 충북, 경북을 하나로 잇는 순환열차예요. O는 원(One)의 약자로, 동그란 열차의 동선을 나타내기도 한답니다. 일반 열차를 상상하고 기차에 오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여행자를 위해 특별히 꾸며진 기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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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레인은 기차여행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기차가 지나는 주변 풍광도 아름답지만, 객실도 특별합니다. 객실 구석구석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마치 통나무집에 들어와 있는 것 같거든요. 꽃무늬 의자에 자그마한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고요. 몇몇 자리는 앞이 아닌 창을 향하고 있어서, 바깥을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칸으로 이어주는 연결통로도 예쁜 패턴으로 꾸며져 있어서,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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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서울에서 분천역까지 데려다주는 O 트레인 (오른쪽) 톡톡 튀는 외관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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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꽃무늬 패턴에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가 독특하다. (오른쪽) 알록달록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띄는 휴게실.

분천역에 내리면, 옛 모습을 간직한 아담한 역사와 통통 튀는 산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괜히 산타마을이 아니랍니다. 바닥부터 주변 곳곳이 모두 빨갛고 하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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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안 대기실에는 나무를 떼 난로를 피운다. 오른쪽에 난 연기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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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앞에 있는 카페 ‘하이디의 다락방’에 살고 있는 강아지 요셉. 요셉도 산타복장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산타마을이라. 상상만 했을 때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는데, 막상 둘러보니 착각이었습니다. 산속에 폭 안겨 있어서 그런지 무척 포근한 기분이더군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오지마을이라,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열심히 포장하고 있는 산타를 비롯해, 피서 복장을 한 산타며 루돌프 사슴코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산타 등 재미있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다양한 산타 할아버지들 덕분에, 흥겨움이 절로 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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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대합실. 대합실도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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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 루돌프 하우스 내부.

역사에 들어가니 산타 모자를 쓴 역무원이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더군요. 대합실에는 나무를 직접 넣어서 불을 때는 난로가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서울에서 느끼지 못했던 진짜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고나 할까요.


소원을 빌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희망엽서에 소원을 적거나 사랑의 자물쇠로 사랑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이글로 소망터널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편지를 써서 산타우편함에 넣으면 카드를 배달해줄 뿐만 아니라 추첨을 통해서 선물도 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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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역사에서 500m 이내에 스노우하우스, 산타하우스, 스노우 하우스 등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으며, 풍차 안에서는 산타 복장을 한 할아버지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더군요. 스노우하우스, 루돌프하우스, 산타하우스라는 자그마한 집에 앙증맞은 소품들을 마련해놓았더라고요. 사진 찍기 좋은 큼지막한 풍차도 있고요.


70~80년대 이후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분천역은 무인역이 될 뻔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것이 산타 레일바이크입니다. 석탄을 나르던 철로는 아이들을 나르고 있답니다. 철로 위를 달리며 청정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는데요. 겨울이라 춥기도 하건만,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타더군요. 주말에는 옛날 이동수단이었던 당나귀 마차를 타볼 수 있는 당나귀 꽃마차체험도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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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은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체르마트의 상징인 마테호른 사진이 붙어 있다.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분천역 한쪽에는 스위스 체르마트와 맺은 자매결연을 기념하는 공간도 있었어요. 분천역은 한국과 스위스간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2013년 5월 23일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었는데요. 1년 후 분천역 역사를 스위스풍으로 개조해, 2014년부터 분천역에는 산타마을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산타 마을을 즐기다 여유가 있다면, 브이트레인을 타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브이(V) 트레인은 중부내륙지역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왕복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예요. V는 밸리(valley)의 약자로 협곡 모양을 의미하기도 하죠. 분천역부터 양원, 승부, 철암까지 가는데요. 시원한 유리창을 통해 백두대간의 장관을 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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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카페 ‘하이디의 다락방’. 앙증맞은 인테리어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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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차를 한 잔 마시며 어릴 적 추억에 빠져 본다.

분천역에서 한가롭게 차 한 잔 하고 싶다면, 분천역 앞에 있는 하이디의 다락방이라는 카페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하이디를 좋아하는 주인이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꾸며놓은 카페예요. 내부도 아기자기하고요.


분천역에서 신나게 산타마을을 즐기고 따끈한 차를 마시다 보니 어느덧 일어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더군요. 서울로 돌아오는 오트레인이 오후 5시 9분에 출발하거든요. 기차에 올라 분천역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신나게 뛰어다닌 산타마을에서의 하루. 저도 모르게 환하게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분천역 산타마을

기간 : 겨울 12월 중하순~2월 중순, 여름 7월 중하순~8월 중하순

장소 : 소천면 분천역(분천2리) 일원

전화 : 054-672-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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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 다시 한번, 메리 크리스마스!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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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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