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아진 기자의 밀당] 떠날 때 성경책만 가져가겠다는 영화계 전설, 배우 신영균 96세 노신사는 그동안 수백억원을 기부했다. 알려진 것도 있지만 언제, 얼마를, 왜 했는지 기억을 다 못 할 정도로 자주, 남 모르게 했다. 이유를 물었다.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제가 ‘짜다’고 소문이 났더라고요. 짜장면만 산다고. 하하. 제가 짜장면을 좋아해서 산 건데 그렇게들 말하더라고요. 오해예요. 오래전부터 돈은 죽기 전에 좋은 데다 다 쓰고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제 기부는 이제 시작입니다.” 한 시대
[아무튼, 주말] [정동현의 Pick] 순댓국 서울에 올라와서 많은 것을 처음 접했다. 지하철 사당역 환승 통로로 밀려오는 사람들의 물결은 부산에서 겪어 보지 못한 규모였다. 서울에서는 남자들끼리도 “밥 먹었어?”라고 다정하게 물어봤다. 부산에서 동성뿐만 아니라 이성에게도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아무튼 이제 성인이자 대학생이 된 마당에 나 역시 친절하게 답해야 했고 “아니”라고 하면 자취를 하던 친구들 입에서 자주 나온 음식이 바로 ‘순댓국’이었다. 순대로 국을 끓인다고 생각조차 못했다. 순대라는 것은 자고로 마늘, 참기
테슬라가 3년만의 신차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30일(현지 시각) 고객에게 첫 인도하며 픽업 트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 차는 테슬라가 3년 만에 내놓는 신차인데다 파격적인 디자인 등으로 최근 주춤한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100만명 이상이 이 차를 사전 예약하고 구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사이버트럭 출시는 테슬라에 있어서 연 250만대 안팎에 이르는 수익성 높은 시장인 픽업 트럭 분야에 진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스테인리스강 합금 소재로 차를 만드는 등
빨간 국물을 보자마자 침이 돌았다. 얼큰한 고춧가루 냄새가 먹지 않아도 느껴졌다. 요즘 유행하는 중국의 마라(麻辣)는 창으로 찌르는 듯 얼얼하고 뜨겁다. 하지만 한반도의 고춧가루는 두툼한 양감에 뒤로 뭉근한 단맛이 느껴진다. 명태를 반쯤 말린 코다리에는 국물이 스며들어 다시 바다에 풀어놓으면 헤엄이라도 칠 것처럼 살이 올라 있었다. 그 바다는 푸르지 않고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 집의 이름은 ‘명태공’. 서울 마포구청역 4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조금만 걷다 보면 말끔한 외관을 한 집이었다. 크게 난 창은 잘 닦여 있었고 그 창으
후회하지 않을 노후 보금자리 선택법(1편) 전원주택은 신축보다는 전월세로 선경험 “분수에 맞게 살면 되고, 돈 없으면 시골로 이사 가세요. 힘들게 도시거지로 살지 말고요.” “요즘 귀촌하면 월 200만원으로 충분히 생활 가능합니다. 텃밭은 시골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지원도 많고요.” 노후 생활비가 부족할까봐 고민하는 은퇴자 관련 기사를 쓰면, ‘도시 탈출’이 해결책이라는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콘크리트 숲의 성냥갑 아파트에서 새 소리, 물 소리가 들리는 시골로 이사를 가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게 될까? 노후 보금자리는
[아무튼, 주말] 조롱 덕에 제2의 전성기 중고생의 스타 된 김장훈 가수 김장훈(60)은 어느 순간 놀림감이 돼 있었다. ‘기부 천사’였고 ‘독도 지킴이’였으며 그래서 국민훈장까지 받았던 1세대 개념 연예인은 잇단 구설로 곤두박질쳤다. 세월호 단식으로 정부와 대치하고, 기내 흡연으로 벌금을 물고, 노무현 추모제 무대에서 경찰에게 화가 난다며 욕설을 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다수의 히트곡과 전매특허 ‘발차기’로 관객을 사로잡던 공연의 장인은 몰락하고 있었다. 성대결절로 가창력마저 엉망이었다. 2019년, 이 무렵 등장한 모멸적 별칭
[아무튼, 주말] [양세욱의 호모 코쿠엔스] 전북 순창 ‘2대째순대집’ 걸어도 걸어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고향 마을은 남원이었지만 생활권은 순창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을까, 아니면 입학도 전이었을까. 섬진강 너머 순창까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음 걷는 이십 리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나절을 걸어 순창 장에 도착하면 입구부터 순대 삶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렇게 피순대는 내 최초의 외식 메뉴였다. 유년 시절 동네잔치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돼지를 잡았고, 풍선 같은 소창에 선지를 가득 채운 순대를 고기와
[김윤덕이 만난 사람]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K리그 축구 심판 정동식 축구 스타 김민재를 빼닮은 남자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과자를 꺼냈다. “선물입니다.” 동그란 과자 한 면에 초콜릿이 발라진 ‘다이제스티브’. 그가 열아홉 살이던 1999년엔 500원이었다는 이 과자는 가난한 고학생의 ‘눈물’이자 ‘꿈’이었다. “밥 사 먹을 돈이 없어 천안의 대학을 오가는 통학 열차에서 다이제스티브 한 개로 하루를 버텼어요. 초콜릿을 안 바른 과자는 300원인데, 초콜릿이 묻으면 좀 더 배부를 것 같아서 200원을 더 투자했지요(웃음).”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배우 이정재. 연결 고리가 없을 것 같은 두 인물이 서울 모처에서 식사를 함께한 사실이 목격담을 통해 알려졌다. 두 사람은 현대고 동문이라고 한다. 2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장관과 이 씨가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저녁을 먹고 있다” “두 사람이 식사 후 이정재의 차를 타고 함께 귀가했다” 등의 내용이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갈빗집에서 식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됐다. 목격담은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 올라오면서 기정사
[아무튼, 주말] 은퇴 후 열린 ‘인생 2막’ 세달 만에 고문 된 김준석 “경험은 결코 늙지 않아요(Experience never gets old).” 영화 ‘인턴’의 명대사다. 퇴직한 70대 노인 벤(로버트 드니로)이 ‘제3의 인생’을 꿈꾸며 인턴으로 취직한 회사에서 느끼는 기대와 좌절, 환희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감동 드라마다. 저 대사는 잘나가는 CEO 줄스(앤 해서웨이)에게 마음을 담아 한 말이다. 수십 년 직장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는 나이에 묻혀 저평가되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누구는 이 영화를 “동화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