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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디테일추적

대학원생 폭탄 테러에
'갑질 의혹' 나오는 이유

by조선일보

대학원생 폭탄 테러에 '갑질 의혹'

/인터넷 캡쳐

지난 13일 벌어진 연세대 사제폭발물 테러 사건 관련 보도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오늘에야 경찰이 피해자 김모(47) 교수가 연구나 논문과 관계없는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지만, 그 발표 전까지는 분명 교수가 용의자인 대학원생 김모(25)씨를 괴롭혔을 것이며 그 원한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추측이 팽배했다.

 

왜 많은 사람이 자연스레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갑질을 했으리라 생각했던 걸까. 군대도 아닌, 회사도 아닌, 학문의 전당에서.

의심에는 이유가 있다

대학원생 폭탄 테러에 '갑질 의혹'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연재하는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중 한 장면./인터넷 캡쳐

대학원은 좁은 사회다. 같은 연구실에 몸담은 선후배는 대개 비슷한 직종으로 장래를 찾아간다. 학교 선배가 거의 그대로 업계 선배가 되니, 학창 시절 평판이 직장까지 이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후배가 선배를 거역하기 어려워지며 자연히 강력한 위계질서가 생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선 존재가 바로 교수다.

 

교수는 학문 분야 선배인 동시에, 석·박사 과정 학위논문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자다. 마음먹으면 대학원생 졸업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건 물론, 학생 평가를 부정적으로 내려 업계에 발붙이기 어렵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 해서 교수 전부가 횡포를 일삼거나 학생을 노예처럼 부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거머쥔 힘을 내키는 대로 휘두르는 교수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2014년 전국 대학원생 234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환경 실태조사에서 45.5%가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된 ‘인분 교수’ 장모(53)씨의 범행이 대표적 사례다. 장씨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킨 제자 A씨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한다며 2013년 3월부터 2년여 동안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2015년 8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알루미늄 막대기나 야구방망이 등을 써서 A씨를 수시로 폭행했으며,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고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려 화상을 입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심지어 소변과 대변을 먹이기까지 했다.

 

성추행 범죄도 종종 벌어진다.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강수정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고려대 교수 이모(56)씨에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씨는 2014년 6월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 A씨에게 키스하는 듯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연구실과 차량에서 두 차례 걸쳐 A씨에게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에게 제출한 ‘전국 대학교수 성범죄·성희롱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전국 대학 144개 중 38개 대학에서 교수 47명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다.

 

범죄 수준은 아니더라도, 교수 갑질 때문에 대학원생이 공부를 방해받는 일 정도는 매우 흔하다. 지난 2015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1209개 대학원의 대학원생 1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를 한 결과 과도한 업무로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답한 대학원생이 30.1%였다고 밝혔다. 34.5%는 교수와의 공동연구나 프로젝트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프로젝트 참여로 본인의 연구를 하지 못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6.5%가, 논문 주제 선정에서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았느냐는 물음에 9.9%가 ‘그렇다’고 했다. 대다수 대학원생은 조교 등으로 일하며 과도한 행정업무를 떠맡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개혁이 필요하다

군부대 전체에서 구타·가혹 행위가 벌어지는 건 아니다. 당연히 모든 장병이 구타·가혹행위를 겪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류 사건이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보단 흔히 벌어지고 또 목격되니, 사람들 사이에 흔히 군은 구타·가혹행위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번 연세대 사제폭발물 테러 사건도 마찬가지다. 앞서 장황히 언급했듯, 대학원 사회에선 교수 직함을 단 상관이 부리는 횡포를 적잖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수도 김씨를 괴롭힌 적이 없다 말하고, 경찰도 가혹행위가 없었다 말하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대학원생 폭탄 테러에 '갑질 의혹'

/인터넷 캡쳐

이처럼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엔 대학원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만일 추후에 이번 연세대 사제폭발물 테러 사건이 교수 갑질과는 무관한 사건으로 밝혀지더라도, 대학가에 만연한 대학원생 인권 유린 문화는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