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디테일추적

웜비어를 죽음의 땅으로 이끈 여행사 선전문구 보니

by조선일보

웜비어를 죽음의 땅으로 이끈 여행사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홈페이지./인터넷 캡쳐

지난 20일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북한 방문을 주선했던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시민에게 북한 여행을 더는 주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들은 여태껏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을 주선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회사길래 겁도 없이 오바마와 트럼프의 백성을 ‘사회주의 락원’에 담갔다 빼는 짓을 반복해 온 걸까.

웜비어를 죽음의 땅으로 이끈 여행사

평양 여행중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관광객들./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인스타그램

죽지 못해 환장한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중국 시안(西安)에 본사를 둔 여행사다. 영국인 가레스 존슨(Gareth Johnson) 등 재중 외국인들이 재밌고 기괴한(interesting and bizarre) 경험을 제공하려 지난 2008년 회사를 세웠다 한다. 외국인이 세운 회사인 탓인지, 중국에 자리 잡은 회사임에도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이드 22명 중 중국인은 4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니네 엄마가 가지 말라 하는 곳에 염가 여행(budget travel)을 보내준다”는 컨셉을 잡고 있다. 그 때문인지 여행지가 하나같이 정신 나간 곳 뿐이다. 아프리카나 미승인국(Unrecognized Countries) 등 정부가 허약해 안전보장이 불투명한 지역은 물론, 체르노빌(Chernobyl)까지 발을 들이고 있다. 참고로 체르노빌은 1986년 터진 원전 폭발 사고 여파가 아직도 있어, ‘이 지역 방사능에 오염돼 죽어도 아무도 원망치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이라크까지 여행을 보냈던 기록도 있다.

 

애초에 이 여행사 지사나 계열사가 있는 지역부터가 카자흐스탄의 도시 알마티, 세네갈 수도 다카르, 쿠바 수도 아바나 등 적잖이 비범한 장소들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돈을 주며 가라 해도 싫다 할 곳만 골라 진을 치고 있으니, 모험심 많고 호승심 솟는 젊은이들이 이 여행사에 관심을 기울였던 모양이다.

 

이들의 성업엔 미국 특유의 자유방임 풍조도 한몫한 듯하다. 미국은 자국민 여행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전시상황인 나라 외에는 여행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법적으로 여행금지국가를 정해둔 나라도 적잖지만, 미국만 해도 큰 시장이니 이들이 여행 장사를 하는 데엔 별 지장이 없었던 것 같다. 당장 이들 홈페이지만 봐도 글로벌 여행사 주제에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자중의 시간

아무튼 한국인 기준으로 보면 살아 돌아와 처벌받을 확률보다 현지에서 죽을 확률이 더 높은 헬게이트 같은 여행사니, 설사 이번에 웜비어 건을 무사히 넘겼더라도 장차 언젠간 한 번쯤 사고가 터졌으리라는 건 자명해 보인다.

 

그나마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이런 위험한 여행사들이 상당히 몸을 사리게 될 듯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의 북한전문 여행사 ‘뉴 코리아 투어스(New Korea Tours)’가 최근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북한 여행 신청서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고려 투어스’(Koryo Tours)와 ‘우리 투어스’(Uri Tours) 등 다른 북한 전문 여행사들도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인들에 대한 여행상품 판매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