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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슈퍼맨보다 약하고
아이언맨보다 가난한데… 왜?

by조선일보

'스파이더맨' 개봉… 인기 비결

15년새 6번째 스파이더맨 영화… 조실부모 고아의 성장드라마 매력

악당 역 마이클 키튼도 환상 연기… '어벤져스' 새로 합류하며 더 주목

 

'거미 인간'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귀환(歸還)할 뿐.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감독 존 와츠)은 스파이더맨의 세 번째 시리즈에 해당한다. 공포 영화 '이블 데드'의 거장 샘 레이미 감독이 2002년부터 세 차례 영화화했고, 2012년과 2014년에는 청춘 로맨스물에 가까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두 차례 스크린에 돌아왔다. 21세기 들어 스파이더맨이 단독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만 6번째인 셈이다.

 

괴력(怪力)에서는 슈퍼맨을 당할 수 없고, 재력(財力)에서는 배트맨과 아이언맨에 못 미치는 거미 인간이 스크린으로 끊임없이 불려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다시 재가동(rebooting)한 이번 영화 '홈커밍'을 보면 세 가지 힌트가 나온다.

자수성가를 꿈꾸는 수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은 조실부모(早失父母)한 천애고아(天涯孤兒)다. 2002년 영화 첫 편에서 큰아버지 벤마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큰어머니 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근근이 생활비를 버는 고학생이라는 점이야말로 다른 영웅물과는 구별되는 스파이더맨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슈퍼맨은 애당초 외계인이고,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최고의 재력가이니 말이다. 이번 '홈커밍'에서도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을 "노동자 계급의 영웅(working class hero)"이라고 놀린다.

슈퍼맨보다 약하고 아이언맨보다 가난한

스파이더맨은 2000년대에만 영화 주인공으로 여섯 차례 등장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엄청난 자산가 수퍼 영웅인 배트맨·아이언맨과는 달리 부모를 여의고 큰어머니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고학생이라는 점이야말로‘거미 인간’의 매력이다. /소니 픽쳐스

슈퍼맨보다 약하고 아이언맨보다 가난한

2002년 '스파이더맨'에서 샘 레이미 감독은 고학생이 수퍼 영웅으로 환골탈태하는 영웅담에 거미줄만으로 뉴욕의 마천루를 종횡(縱橫)으로 누비는 짜릿한 입체감을 가미했다. 이번 '홈커밍'에서 스파이더맨은 아예 처음부터 거미줄을 발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영웅의 탄생이라는 '수퍼 히어로물'의 공식을 과감하게 압축 생략한 것이다. 대신에 '홈커밍'에서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라는 새로운 성격을 부각했다. 영화 초반부 스파이더맨은 비범한 능력을 갖고서도 자전거 도둑을 잡거나 길 잃은 할머니를 돕는 평범한 고교생으로 묘사된다. 그가 진짜배기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영화 전편의 주제를 이룬다.

영웅만큼 매력적인 악당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처럼 영웅물에서 주인공만큼 중요한 것이 악당이다. 이번 '홈커밍'에서는 배우 마이클 키튼이 악당 '벌처' 역을 맡았다. 영웅물을 사랑하는 영화팬들이라면 환호작약(歡呼雀躍)할 수밖에 없는 '환상의 캐스팅'이다. 키튼은 1990년대 '배트맨' 시리즈에서 주인공 배트맨을 맡았다. '원조 영웅'이 악당으로 변신한 셈이다. 또 '버드맨'(2014년)에서 키튼은 초능력을 지닌 영웅과 평범한 인간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홈커밍'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는 악당 '벌처'는 '버드맨'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벌처'는 자본의 탐욕에 희생될 위기에 놓인 중소 기업인이자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따스한 부정(父情)의 소유자처럼 복합적 성격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생하고 입체적인 성격 묘사 덕분에 '벌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원조 악당 '그린 고블린'(윌럼 더포) 이후 최고의 악당으로 떠올랐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새로운 피'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웅들이 포진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영입 대상 1순위였다. 지난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집단 격투 장면에서 잠깐 모습을 내비쳤다. 이번 '홈커밍'에서도 '어벤져스' 리더인 아이언맨은 스파이더맨의 합류 여부를 놓고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아이언맨 역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2), 헐크 역의 마크 러팔로(50),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번스(36) 등 '어벤져스 군단'의 남자 배우들이 줄줄이 중장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영국 배우 톰 홀랜드(21)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은 '새로운 피'로 급부상 중이다. 내년 '어벤져스' 차기작에도 스파이더맨의 합류가 예고되어 있다.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