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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고요의 섬, 시키네지마

도쿄의 끝자락,
보물 같은 섬

by조선일보

아는 사람만 아는 관광지

하루 250명만 방문… 대부분 일본인이 찾아

작년 한국인 관광객 고작 수십명 뿐

 

투명한 바다, 도마리 해변

산호 보존 잘 돼 있어 해양생물도 다양해

스쿠버 다이빙하면 바다거북도 만나

 

쏟아지는 별과 해중 온천

온천수와 바닷물 섞여 몸 담글 만한 온도 생성

아토피·관절염에 좋은 '외과탕' 즐기기도

도쿄의 끝자락, 보물 같은 섬

시키네지마(式根島) 최고의 절경 도마리(泊海) 해변에 들어서자 부채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얀 모래사장을 지나 물에 발만 담갔는데도, 물속에서 노는 물고기의 비늘이 선명하게 보였다. ‘일본의 아름다운 해수욕장 88선’에 매년 뽑히는 해변이다. 화창한 날 시키네섬 주변 바다의 가시거리는 30~40m. 비행기 타고 오키나와까지 가야 접할 수 있는 투명도라고 한다. / 시키네지마관광협회

"이곳은 일본 도쿄의 아름다운 섬, 시키네지마(式根島)입니다."

 

오전 10시 35분. 3시간 전 도쿄 다케시바(竹芝) 여객터미널에서 탄 제트보트(쾌속선) 내에서 이런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도쿄에도 섬이 있나?' 코웃음 치며 배에서 내렸다. 그러나 내리자마자 한눈에 들어온 사방의 푸른 바다가 지금 서 있는 곳이 태평양과 맞닿은 일본 바다에 떠 있는 '시마(島·섬)'임을 깨닫게 했다. 스마트폰 지도 앱에 뜬 현재 위치는 '도쿄도(都)'. 시키네지마는 도쿄 남쪽 해상 이즈(伊豆) 제도에 속한 섬이다. 도쿄까지 거리는 171㎞. 이즈 제도는 후지(富士) 화산대에 속하는 화산 군도로, 1만6000년 전 화산 폭발로 후지산이 생길 때 함께 만들어졌다. 미야케지마(三宅島), 미쿠라시마(御藏島) 등 9개 섬이 도쿄로부터 120~1000㎞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9개 섬 주변을 100여 개 무인도가 둘러싼 모양새다.

일본인들만 아는 '고요의 섬'

도쿄의 끝자락, 보물 같은 섬

1 시키네지마 남쪽에 있는 ‘소나무 아래 아탕(雅湯)’에서 해중(海中) 온천을 즐기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발바닥을 들어 올리며 웃고 있다. 2 밤이 되면 ‘소나무 아래 아탕’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진다. 온천수가 내뿜은 증기에 조명이 비쳐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3 시키네지마를 찾은 관광객은 대부분 자전거를 빌려 이동한다. 전기 모터가 달린 자전거를 타면 언덕길도 ‘소리 없이 강하게’ 올라갈 수 있다. 시키네지마 길 한가운데서 바라본 푸른 바다. / 시키네지마관광협회

시키네지마는 섬 전체 둘레가 고작 12㎞쯤인 작은 섬. 울릉도(섬 둘레 56㎞)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면적은 3.7㎢로 여의도(2.9㎢)보다 조금 크다. 주민 520명이 살고 있는데, 하루 입도(入島) 인원 200~250명을 합해도 하루에 섬에 있는 인원이 800명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평화로울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공장도 떠들썩한 주점도 이곳에는 없다. 주민 대부분이 소형 자동차를 이용해 움직이지만, 섬 내 등록된 전체 자동차 수가 100대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도쿄 도심에서 각종 소음에 시달리던 귀를 잠시나마 쉬게 해줄 수 있다.

 

이곳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숨겨진 관광지로 꼽힌다. 2016년에 약 3만8000명의 관광객이 이 섬을 찾았는데, 대부분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시키네섬관광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509만명 중 이곳에 발을 들인 여행자는 채 수십 명이 안 된다. 이날 섬을 찾은 요헤이 미야하라씨는 "일본인들만 알고 즐기는 보물 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투명도 발군'의 깨끗한 바다

도쿄의 끝자락, 보물 같은 섬

오후 2시. 섬 북동쪽 도마리(泊海) 해변에 들어서자 부채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 밖에서도 물고기 비늘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투명한 바다가 매력인 도마리 해변은 '일본의 아름다운 해수욕장 88선'에 매년 뽑힌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물에 머리를 들이밀자마자 몸통이 파란색인 '블루담셀피시'가 눈앞을 지나갔다. 오리발을 끼고 헤엄쳐 나가는 동안 200여 마리 블루담셀피시 무리가 옆에서 함께 헤엄쳤다. 바닷속 모래를 헤쳐놓는 사람이 없기에 수중 가시거리는 30~40m에 달한다. 물 맑기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바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산호가 잘 보존돼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해양 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다이빙을 할 경우 바다거북도 만나볼 수 있다. 도마리 해변에서 동쪽으로 300m쯤 떨어진 나카노우라(中の浦) 해변에서는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발바닥을 간지럽게 했다. 이곳 역시 투명한 바닷물로 유명한 곳이다.

별 보며 즐기는 '해중(海中) 온천'

오후 8시. 섬 남쪽 '지나타(地鉈) 온천'으로 향했다. 바위산을 '나타(鉈·손도끼의 일본말)'로 자른 듯한 기암절벽이 이어진다고 해 '지나타'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을 50m쯤 걷자 바다와 맞닿은 곳에 붉은 황토색 '해중 온천'이 나타났다. 바위가 둘러싼 자연 노천탕에 섭씨 80도 유황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찬 바닷물이 섞여 몸을 담글 만한 50~60도 온천수가 만들어졌다. 자신에게 적당한 온도를 찾아 움직이는 재미가 있다. 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면 섬 쪽으로, 미지근한 물이 좋다면 바다 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어두운 밤 당장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지만, 이 역시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아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시키네지마에는 이런 해중 온천이 3군데 있다. 수영복만 있으면 24시간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 미처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바로 옆에 '소나무 아래 아탕(雅湯)'이 있다. 양말은 살짝 벗어두고 '해수족(足)탕'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소나무를 비추는 조명 덕에 밤에는 운치가 있어 커플 데이트 코스로도 일품이다. 다만 군데군데 어두운 곳이 있기 때문에 발밑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지나타 온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아시쓰키(足付) 온천'은 주민들 사이에서 '외과탕(外科湯)'으로 불린다. 대자연 속에서 한가로이 몸을 담그면, 상처와 아토피는 물론 다리의 신경통과 관절염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아시쓰키'는 일본말로 걸음걸이를 뜻하는데, 옛날 옛적 다리에 상처를 입은 사자가 온천에 발을 담그고 나서 깨끗이 나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온천을 둘러싼 암석들 사이사이에 수백 년 된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 이곳을 '마쓰시마(松島)'라고도 부른다.

 

오후 9시 아시쓰키 온천을 홀로 즐기는데, 현지 주민 한 명이 탕에 들어와 섬과 관련된 전설을 하나 들려줬다. "옛날에 섬 주민들을 가혹하게 수탈하는 관리(官吏)가 탄 배를 섬의 한 젊은이가 어느 날 바다에 가라앉혀 버렸어요. 그때부터 배가 침몰한 날만 되면 관리 귀신이 섬에 나타나 섬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해요. 그게 바로 오늘이라던데…." 뜨거운 온천물 탓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치 구천을 떠도는 관리 귀신이 등 뒤를 지나간 것처럼.

 

이제 자러 갈 시간. 대개 숙박은 민숙(民宿)에서 이뤄진다. 어부 등 현지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숙이 일반적이다. 직접 잡은 싱싱한 생선과 직접 키운 야채로 식욕을 돋운다. 고등어나 날치 등 생선을 액젓에 적신 후 햇빛에 말린 음식인 '구사야'도 맛볼 수 있다. 보통 숯불에 구워 녹차 밥에 곁들여 먹는데, 짭조름한 맛이 난다. 하지만 그 냄새가 정말 지독해 '세계 악취 음식 5위'에 꼽힐 정도다. 구사야라는 말 자체가 '냄새나는 방'이라는 뜻이라 한다. 더위가 싹 달아난다.

 

도쿄 다케시바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다케시바 여객터미널은 JR 하마마쓰쵸역(북쪽 출구)에서 도보로 약 7분, 유리카모메 다케시바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 쾌속선의 경우 가장 빠른 배편이 오전 7시 20분. 오전 10시 35분에 섬에 도착한다. 8720엔. 하루 2~3회 운항하며 마지막 배편은 오후 12시 40분 출발, 오후 3시 25분 도착. 일반 여객선의 경우 오후 11시 도쿄에서 출발해 다음 날 오전 8시 섬에 도착한다. 객실은 5등급으로 나뉘며 뱃삯은 등급에 따라 1만4660~6110엔 수준.

 

관광객들은 주로 걷거나 전기 모터가 달린 자전거(1일 2000엔)를 타고 움직인다. 걸어도 되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 도로가 많아 자전거를 권한다.

 

민숙 가격은 비성수기 4400엔부터(식사 제외) 성수기 8500엔 일괄. 캠핑 도구가 있다면 캠핑장 2곳에서 무료 캠핑도 할 수 있다. 시키네섬관광협회 홈페이지(shikinejima.tokyo)에서 문의가 가능하다.

 

시키네지마(도쿄)=이동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