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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반려동물 돌봐야해… 고향 못가 죄송해요

by조선일보

직장인 등 펫호텔 매진 사태에 봐줄 사람 없다며 귀성 망설여


열흘 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동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고민에 빠졌다. 오래 집을 비워야 하는데, 대신 돌봐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날짜를 조정할 수 있는 휴가철과 달리 추석에는 모두가 같은 날에 쉬는 데다, 펫호텔·동물병원도 명절에는 쉬는 곳이 많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모(32)씨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정씨가 한 달 전 입양한 고양이는 이제 생후 4개월이라 하루 이상 집을 비우기가 어렵다. 정씨는 "딸 얼굴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올해는 고양이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부모님께는 "새 회사를 찾느라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뒀다. 어항에 관상용 물고기를 키우는 권모(42)씨는 이번 추석 연휴 중간에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고향인 청주에 이틀 다녀왔다 경기도 수원 집에서 하루를 보낸 뒤, 처가에 가는 식이다. 권씨는 관상어 치어를 열다섯 마리 키우고 있다. 그는 "휴가 때는 친한 이웃집에 부탁했는데 이번 추석엔 다들 고향에 내려가 부탁할 사람이 없었다"며 "그냥 놔둬도 일주일 정도는 버틴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걱정돼 잠깐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상어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고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묻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자동 급식기를 이용해라' '조금씩 분해되는 여행용 먹이를 줘라' 하는 답이 주로 달렸다. 사슴벌레, 뱀 등 이색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긴 연휴를 앞두고 걱정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강아지 등을 맡아주는 펫호텔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찼다. 서울 강남의 한 펫호텔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추석 연휴 예약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다음 달 1~15일치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연휴마다 고슴도치를 맡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지원(18)양은 "이번 추석에만 10건 정도 문의가 들어왔다"며 "연휴가 길어서인지 다른 때보다 문의가 더 많은 편"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때문에 가족 간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김지민(29)씨는 지난 설날에 방문한 조카들이 자신이 키우는 고슴도치를 자꾸 만지려 해서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고슴도치도 예민한 동물이라 사람 손을 많이 타면 좋지 않다"며 "이번 추석에는 차라리 혼자 사는 친구에게 맡기거나, '내 방 출입 금지령'이라도 내려야 되나 고민"이라고 했다. 반대로 집안 어른들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개털 알레르기 등이 있어 데리고 오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성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