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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디테일추적

부산 에이즈 성매매 사건 이후 판매량 뛴 '오라퀵'은 무엇?

by조선일보

지난 주말부터 인터넷 쇼핑몰 ‘핫 검색어’로 등극한 ‘오라퀵’.

부산 에이즈 성매매 사건 이후 판매량

디테일추적

오라퀵은 미국 제약회사 오라슈어테크놀로지스사(社)가 2004년에 출시한 ‘에이즈 테스트기’ 제품명이다. 국내에서 현재 피 검사 없이 구강 점액 만으로 즉석에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오라퀵이 유일하다. 처방전 없이도 손쉽게 살 수 있게 된 건 2년 전부터다.

 

그런 ‘오라퀵 에이즈 진단기’가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일 인터넷 쇼핑몰 11번가 ‘건강측정용품 베스트 100’ 순위에서 오라퀵은 ‘혈압측정기’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26일 오전 현재까지도 4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배치된 상황이다. 

부산 에이즈 성매매 사건 이후 판매량

인터넷쇼핑몰 11번가 캡쳐

“일주일 전부터 ‘상품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린 채 배송 해달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어요. 우리도 어리둥절합니다.” 오라퀵 수입업체 관계자는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건 19일부터”라며 “20일은 오라퀵이 지난달 평균 하루 판매량보다 10배 넘게 팔렸고, 일주일째 매일 2~3배 넘게 팔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19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날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채팅 앱을 통해 만난 남성과 성매매를 한 안모(여·26)씨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및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20차례 가까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채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가 사용한 랜덤채팅 앱은 대화 내용이 모두 삭제돼 있었다. 이에 경찰은 사실상 성매수남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6일에는 부산지역 에이즈 감염자 878명 중에 80명이 보건당국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부산 에이즈 성매매 사건 이후 판매량

오라퀵으로 HIV 감염 테스트를 하는 모습

“우리 약국에선 4만원짜리 오라퀵을 한 달에 10개 정도 팔아요. 시기적으론 휴가가 끝난 이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남성들이 많이 사러 와요. 유흥업소가 많은 동네 약국에선 오라퀵을 훨씬 더 많이 판대요. 저는 어제도 한 분이 제품을 사러 왔길래 추석 연휴가 끝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21일 서울 무교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오라퀵 제품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 에이즈 성매매 사건 보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오라퀵 테스트 인증샷’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이즈 감염자가 핀 담배를 펴도 에이즈에 걸리느냐’, ‘여자 감염자와는 콘돔 없이 관계를 맺어도 에이즈 감염이 잘 안 된다더라’…. 불확실한 정보들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에이즈 공포를 키우고 있다.

 

<디테일추적>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에게 이번 사건과 에이즈 감염에 관해 궁금한 내용들을 물어봤다.

 

-부산 성매매 여성 안씨는 언제부터 에이즈에 감염된 건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엄밀히 말하면 안씨는 ‘에이즈 감염인’이 아니라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다. 에이즈는 HIV 감염인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 ▲CD4+ T 림프구 세포 수치가 200/mm3 이하로 떨어지거나, ▲면역이 떨어져 종양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에 부산 경찰에 붙잡힌 안씨는 19세 때 HIV 감염사실을 ‘조기 발견’했고, 꾸준히 진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에이즈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검사에서도 림프구 세포 수치가 기준(200/mm3)보다 높은 500/mm3 이상이어서 ‘HIV 감염인’으로 분류됐다.

 

-경찰 조사에서 안씨의 남자친구는 HIV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갖고도 전염되지 않는 게 가능한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HIV 감염인과 ‘한 차례 성접촉’을 했을 때 전염률은 0.1~1% 이다. 지난 5월부터 교제를 했다는 안씨 동거남 역시 HIV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동거남은 안씨의 감염사실을 알고 교제를 했기 때문에, 관계 시 콘돔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콘돔을 사용하면 HI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나.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HIV는 감염인의 침과 땀, 소변, 눈물에도 존재하지만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이를 매개로 전염될 확률이 극히 낮다. 주로 혈액·정액·질액·모유를 통해서 전파된다. 올바르게 콘돔을 사용했다면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해도 99% 예방 가능하다. 관계 시작할 때부터 콘돔을 쓰고,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제품을 찢어지지 않게 착용하는 ‘바른 사용법’이 중요하다. 

 

-인터넷에선 ‘남성 HIV 감염인→일반 여성’ 전염 확률과 ‘여성 HIV 감염인→일반 남성’ 전염 확률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인가.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 남성 감염인이 일반 여성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근소한 차이로 높긴 하다. 하지만 성별을 떠나서 ‘항문 성교’ 방식이 위험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항문 성교는 관계 시 상처가 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직장 쪽 세포가 HIV감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항문 성교는 동성 뿐 아니라 이성 간에도 많이 이뤄지는 편이기 때문에, 누구나 조심해야 한다.

 

-보건 당국의 관리가 철저했다면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까.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 현실적으로 국가가 감염인마다 성관계를 못하게 일일히 컨트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성매매’에 관한 비판은 일단 차치하고 말하자면) 이번 부산 사건에서도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불특정 상대와의 콘돔 없는 섹스를 무분별하게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상대의 감염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면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부산 사건 기사를 보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장: 두려움에 검사를 받지 않고, ‘나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만일 성 생활을 하고 있다면 1년에 한 번은 HIV·에이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의심스러운 성관계,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한 사람은 꼭 검사를 받아야 한다. (HIV는 감염되더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초기에 투여하고 관리하면, 에이즈를 타인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을 96% 이상 막을 수 있다.) 1980~1990년대만 해도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인식이 많았다. 신속히 HIV 감염 여부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선다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국가에서도 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취재·영상=최선아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