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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고현정 드라마 중도하차…
배우·PD 중 누가 갑질?

by조선일보

고현정측, 욕설·몸싸움 사태 언급없이 "더이상 촬영 어렵다"


'주연배우 하차'에 게시판 시끌

"스타 연예인의 권력화가 문제… 고현정은 방송사도 제어 못해"

"열악한 제작환경이 빚은 참사… 고현정쯤 됐으니 맞선것 아니냐"


고현정 드라마 중도하차… 배우·PD

드라마 리턴 제작 발표회의 고현정과 주동민 PD.

최고 시청률 19.6%(닐슨·수도권 기준)까지 기록한 SBS 수목 드라마 '리턴'이 방송 4주 만에 주연 배우 고현정씨의 중도 하차라는 초유 사태를 맞았다. 이를 둘러싸고 스타 권력의 갑(甲)질이냐, 열악한 제작 환경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냐는 논란이 치열하다.

 

이번 사태는 고씨가 '리턴' 연출자 주동민 PD와 갈등을 빚다 욕설과 몸싸움으로 번지자 SBS가 주연배우 교체를 검토한 것이 발단이 됐다. 〈8일 본지 A10면〉 고씨 소속사 아이오케이 컴퍼니는 8일 "연출진과 거듭되는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어 더 이상 촬영을 이어 나가기가 어렵다. 폭행, 갑질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작품이 무사히 끝나길 바랄 뿐이다"며 하차를 공식화했다.

"연예 권력의 실상 드러난 것"

고현정씨의 촬영장 무단 이탈과 PD 폭행설을 두고 방송가에서는 "연예 권력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톱스타라고 해도 촬영 현장에서 PD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는데 국내 일부 톱스타가 이를 넘어서려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SBS 관계자는 "스타 캐스팅이 흥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지만, 제작진을 무시하는 상황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KBS 드라마 PD는 "제작진과 배우 사이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톱 배우라도 제작진과 대화로 조율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제작진이 먼저 촬영을 보이콧한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아예 그 상황이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연예 권력의 이동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이미 고현정은 방송사가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권력의 정점에는 톱스타로 상징되는 연예 기획사가 있다. 이들은 드라마 배역 선정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획사가 자기 소속 배우를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신인과 조연급 배우를 한 묶음으로 출연시키는 일도 다반사다. '리턴'에서도 고현정씨와 같은 소속사에 있는 정은채씨가 동시에 캐스팅됐다.

"주먹구구식 제작 관행이 빚은 참사"

반면 고현정씨 하차가 쪽대본과 밤샘 촬영 등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빚어낸 참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 SBS 드라마 게시판에는 "아무리 배우와 제작진 갈등이 있다고 해도 주연배우를 제작진이 나서서 먼저 하차시키는 일이 어디 있냐"며 "이건 또 다른 갑질"이란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주동민 PD 하차를 요구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PD는 '제왕'으로 통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촬영 시작 직전에 나오는 이른바 쪽대본으로 악명이 높다. 촬영 현장에서 연출자와 작가가 수시로 대본 내용을 갈아치우면서 배우들이 혹사당하는 것이다. 조연급 배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관행을 받아들이지만, 다른 작품도 찍어야 하는 톱스타들로선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리턴' 역시 방송이 임박해 분량을 확보하느라 연출팀은 A팀과 B팀 2교대로 돌렸고, 배우들 역시 촬영장에서 긴 시간 대기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리턴도 드라마 내용을 자주 수정하면서 쪽대본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고현정씨로선 야심 차게 준비한 몇 년 만의 작품인데 스스로 박차고 나올 정도면 제작 환경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배우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부분에 고씨가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한편 고씨 하차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남혐(男嫌)'으로 번질 기세다. 20~30대 여성에게 고현정이란 이름은 '센 언니' 또는 '맏언니'로 통하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선 "남자 배우가 드라마 캐릭터와 내용에 대해 PD와 갈등을 빚으면 소신 있는 것이고, 여배우가 그렇게 하면 갑질하는 거냐" "고현정씨 정도 되니까 갑질하는 PD한테 맞선 것 아니겠냐. 다른 여배우들은 PD한테 찍힐까 봐 숨도 못 쉬고 쥐 죽은 듯이 있었을 것"이란 식의 지적이 잇따랐다.

 

[신동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