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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너무 뜨거웠나…
'청약률 0' 제주의 굴욕

by조선일보

너무 뜨거웠나… '청약률 0' 제주의

제주시 안덕읍 산방산 일대에 들어선 펜션단지. 중국인들이 빠져나가며 고전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 1월 4일 청약을 접수한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 오션캐슬’. 이 아파트는 전체 68가구를 모집하는데 1순위에서 단 한 명도 청약하지 않았다. 이튿날 2순위에서 7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작년 말 분양한 서귀포시 동홍동 ‘해밀타운 연립주택’ 역시 비슷했다. 전체 4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는 한 명도 청약하지 않았고, 2순위에서 겨우 1명이 접수했다.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14개 단지, 1400여 가구가 분양됐다. 그런데 대부분 단지가 처참한 청약률로 대거 미분양됐다. 작년 7월 제주시 중심지인 노형동에서 분양한 ‘해모로 루엔’만이 39가구 모집에 3245명이 신청해 82.3대 1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2~3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제주도 주택시장 열기가 차갑게 식었다. 청약 경쟁률이 곤두박질치고, 집값 상승세도 꺾였다. 주택 매매 거래량과 주택건설 인허가 신청 물량 등 여러 지표가 줄줄이 나빠지면서 경고등이 들어왔다. 다만, 제주도에는 각종 개발 호재가 많은 만큼 조정 국면을 거쳐 가격이 하향 안정되면 다시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400가구 분양했는데…미분양 1000가구 늘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제주도 내 미분양 주택은 1271가구다. 이는 1년 전(271가구)보다 4배 가까이 급증한 것. 1년새 새로 분양한 1400여가구 아파트 중 대부분이 안팔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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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월별 제주도 미분양 주택. /자료=국토교통부

제주도 미분양 주택은 작년 10월 1056가구로 처음 1000가구를 넘어선 이후 11월 1183가구 등 계속 증가세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2016년 12월 90가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530가구까지 늘었다. 전체 미분양 주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지난 몇 년간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올랐던 집값 상승세도 확연히 꺾이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제주도 주택 매매가격은 2015년에만 8%가 올라 전국(평균 3.5%)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2016년에도 4.63% 올라 2년 연속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너무 뜨거웠나… '청약률 0' 제주의

2014~2017년 제주도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 /자료=국토교통부

하지만 지난해 제주도 집값은 1.66% 오르는데 그쳐 전국 평균(1.48%)을 겨우 넘겼다. 세종시(4.29%)에 1위를 내줬을 뿐 아니라 전국에서 8번째로 순위가 밀렸다.

 

땅값도 마찬가지다. 2015~2016년 제주도 땅값은 각각 7.6%, 8.3% 올라 전국에서 단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46%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세종시(7.02%), 부산(6.51%)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미분양이 늘어나자 신규 주택 건설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2016년(2만1596가구)보다 34.4% 감소한 1만4163가구로 나타났다. 주택착공 실적 또한 1만2730가구로 2016년 2만60가구 대비 36.5% 감소했다.

‘공급 과잉, 높은 가격, 사드 후폭풍’ 등 3중고

 

제주도 주택 시장의 열기가 식은 이유는 우선 수요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난 공급량이다. 작년 한해 제주도 내 준공 주택은 1만6151가구로 1년전보다 16.4% 늘었고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68.6%나 많다. 미분양 통계는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만 대상으로 하는데, 이보다 작은 규모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이 더 많이 공급됐다는 의미다. 실제 미분양 주택은 통계상 수치보다 훨씬 많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제주도 부동산업계에서는 수요가 많은 시내 중심지나 개발 지역을 제외한 읍·면 지역까지 무분별하게 집을 지으면서 공급 과잉이 온 것으로 분석한다.

 

단기간 급등한 집값도 원인이다. 2013년 대비 2017년 말 제주도 집값은 16% 올랐고 특히 아파트는 26% 급등해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제주도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제주시 노형동의 경우 현재 3.3㎡당 1400만원에 육박해 서울 노원구 평균 가격과 비슷하다.

 

집값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은 매매를 포기하고 전·월세로 돌아서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제주도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9261건으로 전년(1만2392건)보다 25.3% 줄었다.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8916건으로 전년(7227건)보다 23.4% 늘었다.

너무 뜨거웠나… '청약률 0' 제주의

작년 3월 사드 여파로 제주시내 면세점 앞이 한산하다. /조선DB

여기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인한 제주 경기 침체도 직격탄이 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475만여명으로 1년 전보다 6.9% 감소했다. 제주 관광객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9년만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123만여 명으로 2016년 360만 명과 비교해 66 % 급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사드 갈등 완화 분위기로 제주도에 유커가 돌아온다고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워낙 가격이 많이 오르고 중국인 투자도 많이 이뤄져 과거 호황 때처럼 급격한 상승 국면에 들어서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