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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왜 '0시 2분'에 잡아갔을까

by조선일보

11시 58분에 신병확보땐 구속기간 하루 까먹어

MB, 최장 20일 구속 가능…4월 11일 전 재판에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왜 '0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0시 2분 검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고운호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23일 0시 2분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시점(22일 밤 11시 6분)보다 1시간여 지나서다. 검찰은 왜 이 시간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집행했을까.

 

가장 주요한 이유는 ‘구속 수사’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은 구속영장이 집행된 당일부터 시간을 따지지 않고 ‘1일’로 센다. 법으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기본 10일이다. 이를 한 차례에 한해 연장할 수 있어 최장 20일의 수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개 기간을 계산하며 마지막 날이 공휴일, 토요일인 경우엔 이를 빼고 계산하지만, 구속기간은 예외없이 하루가 흐른 것으로 센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를 정해야 하는 마지노선이 4월 10일, 4월 11일이 되는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하기 위해 자정을 넘겨 구속영장을 집행한 셈이다.

 

또 실무상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곧장 집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탓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원본을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수령해오는 절차가 있고, 영장발부 내용을 정확히 확인한 다음에야 집행하게 된다”고 했다.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오는 시간, 검토하는 시간, 그리고 집행을 위해 검사들이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검찰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현 단계에서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한 부분을 우선 포함시켰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범죄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왜 '0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 호송차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지난 14일 이명박 전대통령을 소환해 14시간 30분 가량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실소유주 의혹을 받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둘러싼 비자금 조성 등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도 이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다스의 설립부터 비자금 조성·경영권 승계 등 관련 부분만 50여쪽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에 관여했다는 의혹, 다스 협력사와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예산을 전용해 불법 여론조사를 한 혐의와 부인 김윤옥 여사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금품을 수수하는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 검사들을 보내는 ‘출장 조사’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안과 경호 등의 문제를 고려해 검사들이 직접 가서 조사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한 조치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가 아니면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는다. 경호·경비도 마찬가지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를 나서 검찰청으로 이동하는 동안 청와대 경호처가 경호하고, 검찰청 내·외부에는 보안 조치가 행해진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재판에 넘길 때까지 5차례에 걸쳐 구치소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우선 재판에 넘긴 뒤 별도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오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