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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Why

연트럴파크·망리단길엔
왜 '별다방'이 없을까

by조선일보

뒷골목보다는 큰 길가

연희동·서교동 인근 대로… 역세권엔 입점해 있어

골목 커피의 반란

연남·망원·한남·성수동… 개성있는 수제 커피 바람

유행 선도하는 젊은이들, 원두·추출 방식 차이 즐겨

 

따뜻한 노란색 조명 아래 조용히 흐르는 재즈 선율, 초록색 사이렌 로고가 찍힌 종이컵. 1999년 7월 이대점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20여 년간 트렌디한 고급 카페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가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패션의 완성은 오른손에 든 스타벅스 종이컵이었다. 당시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등 잘나가는 거리 중심에는 언제나 큰 규모의 스타벅스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 '망리단길'로 불리는 망원동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연남동과 망원동은 부동산 114가 지난해 서울 내 상권 중 임대료 변동률이 가장 큰 5곳에 꼽은 지역이다. 지난해 임대료 변동률이 망원동은 15.1%, 연남동은 12.7%였다. 식당과 의류 매장 등으로 젊은 층 유입이 많다. 이곳에 스타벅스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트럴파크·망리단길엔 왜 '별다방'이

그래픽=이철원

연남동과 망원동에는 스타벅스가 '0개'

먼저, 상권의 형태다. 연남동과 망원동은 이면 도로 등 골목길이 많고 직장인 등 고정적인 유동 인구가 적다. 골목길보다는 큰 길가에 입점하는 것이 스타벅스 입점 원칙이라는 것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연남동과 망원동 카페거리 내에는 없지만, 연희동이나 서교동 등 인근 큰 길가 역세권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카페 형태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고급 커피)' 혹은 '크래프트 커피(craft coffee·수제 커피)'인 것도 영향을 줬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 층의 스타벅스에 대한 요구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엔 서울 강남역이나 명동 골목길마다 스타벅스가 있었다. 그만큼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타벅스가 있어야 할 자리들을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카페들이 메우고 있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연남동 동진시장 뒷골목에 있는 '커피리브레'다. 한국인 최초 큐그레이더(원두 감별사)인 서필훈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원두를 감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커퍼(cupper)라고 하는데, 이를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큐그레이더다. 고려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한 서 대표는 대학원 공부 중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선생에게 커피를 배웠다. 로스팅한 원두가 맘에 안 들어 1t(4000만원가량)을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연트럴파크·망리단길엔 왜 '별다방'이

연남동 '테일러커피'는 증기압과 진공 상태로 추출하는 '사이폰(syphon) 커피'를 판매하기로 유명하다.

 

망원동의 '딥블루레이크카페'는 하늘색 건물이 인상적인 곳이다. 건물 분위기처럼 커피콩을 최대한 약하게 볶아 본연의 맛을 살리는 북유럽 스타일 커피로 유명하다. 이철원 딥블루레이크카페 대표는 "커피콩을 많이 볶는 스타벅스 스타일에 싫증을 느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망원동 '커피가게 동경'은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없으면 찾기도 어렵다.

 

합정동과 한남동, 성수동 등도 다양한 커피들로 '제3의 물결'을 일으키는 곳이다.

 

낡은 신발 공장을 고쳐 만든 '앤트러사이트'는 합정점을 시작으로 제주도까지 진출했다. 서울대 투자 스터디 동아리 친구 3명이 창업한 '빈브라더스'도 매달 다른 커피 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박성호 빈브라더스 대표는 "원하는 커피를 찾아 헤맸는데 '이거다' 하는 게 없어서 직접 커피콩을 볶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사관이 많은 한남동은 국내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국가에서 로스팅한 커피콩을 가져와 판다. '33아파트먼트'는 호주 멜버른의 '듁스커피'를, '모어댄레스'에서는 독일 베를린의 '보난자 커피'를 판매한다. 최근 가장 핫한 동네인 성수동은 국내 카페에서 보기 드문 산미가 있는 커피를 내리는 곳이 많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이 '어니언'과 '메쉬커피'다.

골목 커피의 반란…미국은 이미 시작

이들의 반란은 아직 국내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유행을 선도하는 일명 '트렌드세터'들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가 아닌 와인처럼 자신이 선호하는 원두와 추출 방식에 따른 커피를 알고, 이런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멋지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잠정 기록하며 재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주유소 등에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여는 등의 확대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전 점포를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종에 적용되는 출점 제한도 전혀 받지 않는다.

 

그러나 '제3의 커피' 물결이 먼저 시작한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매출이 정체를 겪으며 타격을 입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발표한 최근 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 성장해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과거 평균 6~7% 성장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날 주가는 6% 가까이 급락했다.

 

스타벅스 부진의 이유로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내 실적 악화의 영향이 컸다"며 "홈 커피 열풍, 크래프트 커피 증가, 인스턴트커피 인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CNN머니는 "기존 고객에게만 기대며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이런 위기를 모바일 앱 보급률을 통한 디지털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장 대형화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웰스파고의 보니 헤르조그 애널리스트는 "최근 스타벅스가 부진을 겪고 있지만 미국 외의 시장에서 거대한 잠재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