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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Why 뉴스초점

신촌·서울대입구·강남역…
사라지는 맥도날드

by조선일보

만남의 장소였는데…


#1.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강남 건물 1층.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던 이곳은 벽면 가득 흰색 셀로판지가 붙은 채 닫혀 있었다. 1999년부터 강남역 일대 젊은 층들에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온 맥도날드가 지난해 8월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강남역 일대에서도 임대료가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이다. 매장 위층에는 메가박스, 옆에는 CGV가 있어 데이트를 위한 약속 장소로 많이 활용됐다. 인근에 있는 어학원을 다니는 젊은 층의 스터디 장소이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이곳 역시 1·2층이 텅 빈 채 문이 잠겨 있었다. 서울대생들의 '아지트'로 불린 맥도날드가 있던 자리다.

 

#2. "신촌역 3번 출구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

 

신촌 일대에서 대학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 말도 사라진다. 1998년부터 동네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맥도날드 신촌점이 다음 달 문을 닫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의 중심에 있어 대학생들의 미팅·소개팅뿐 아니라 과제·스터디 등을 하는 장소로 사용된 곳이다. 지난 21일에도 햄버거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거나 과제를 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무인 판매기 터치 스크린으로 점심 메뉴를 주문하던 연세대생 김모(21)씨는 "친구들과 가장 편하게 약속을 잡던 곳인데 사라진다니 뭔가 아쉽다"고 말했다.

신촌·서울대입구·강남역… 사라지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3번 출구 앞 맥도날드 신촌점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1998년부터 신촌 일대 대학생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해온 맥도날드 신촌점이 다음 달 폐업한다. 맥도날드 강남역점·서울대입구역점 등도 문을 닫으면서 맥도날드 전성시대가 저물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운호 기자

젊은 층 '만남의 장소' 잇따라 폐업

최근 20년간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맥도날드 주요 점포 세 곳이 잇따라 폐업한다. 직영점이 70% 이상인 맥도날드는 매년 수익성이 낮은 점포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정리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상권 성장성이 멈추지 않은 오래된 점포 세 곳을 한꺼번에 철수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곳 외에도 이번 달에만 서울 사당점, 용인 단대점, 부산 서면점 등이 문을 닫았거나 닫는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매장을 10~20년 단위로 계약을 맞고, 성장성을 토대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에 폐점이 결정된 매장들은 규모가 큰 임대 매장이자 직영점으로 식자재 비용·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비싸져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조금 다르다. 임대료·인건비 상승 문제보다 맥도날드의 매출 하락이 더 큰 이유로 추정된다.

 

강남점의 경우에는 건물 리모델링 등을 두고도 양쪽의 의견 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촌점은 맥도날드 측에서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으나, 건물 관리인 측에서 맞춰줄 수 없어 철수가 결정됐다. 서울대입구역점은 최근 일대가 '샤로수길(서울대 마크 '샤'를 빌려온 이름)'로 뜨면서 임대료가 상승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2013년 117억원에서 2015년 2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13년 308억원에서 2015년 -131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10월 공정위 정보공개서 등록을 자진 취소했지만, 지난해부터 맥도날드의 수익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햄버거병 논란으로 인한 매출 타격도 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맥세권(맥도날드+역세권)

'한국맥도날드는 1988년 압구정 1호점을 내며 한국에 진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층들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때 부동산 업계에서는 '맥세권(맥도날드+역세권)'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된다. 맥도날드가 상권 중심을 차지하기에는 그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맥도날드는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 대로변 건물 몇 개 층을 통째로 쓰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낮아진 영업이익률로 매장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앞으로도 '외형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 추구'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매장도 중심가 대형 매장 대신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인 '맥드라이브'를 늘릴 예정이다. 맥드라이브 매장은 2013년 133개에서 2018년 3월 현재 252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매장이 211개에서 196개로 15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교외 맥드라이브 매장은 임대료가 도심보다 훨씬 싸면서 매출은 같은 면적 매장보다 30~40%가량 더 나온다.

 

맥도날드가 빠진 자리에는 잡화 매장들이 들어선다. 신촌점은 이마트의 '부츠(boots)', 서울대입구역점은 CJ그룹의 '올리브영', 강남점은 '아트박스' 입점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촌역 인근의 경우 상권 성장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놓치기 힘든 위치"라고 말했다. 부츠나 올리브영 같은 드러그스토어들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 중 성장세가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과 달리 잡화점은 관리가 수월한 편이라 건물주들이 선호하는 곳 중 하나"라며 "매장 공간 활용도가 높고 고객 순환도 빠르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