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철로의 변신, 뉴욕 하이라인파크
건축은 인류 역사와 함께 수천년을 공존해 왔다. 건축이 없는 인간 삶은 상상 불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른다. 땅집고는 쉽게 건축에 다가설 수 있도록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와 함께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국내외 건축물을 찾아간다.
![]()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파크. /FHL |
도시 안에서는 수많은 건물이 지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건물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존 시설물을 재활용해 만든 건물이 새 건물보다 더 주목받기도 한다.
![]() 1950년대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고가 철로를 운행하던 화물열차. /FHL |
마천루(摩天樓)의 도시 미국 뉴욕에는 옛 철로가 그냥 방치된 곳이 있었다. 1934년 20개의 블록을 가로지르며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에서 운행되던 약 2.33㎞ 길이의 고가(高架) 화물 노선이었다. 철도업이 쇠락하며 1980년 운행이 완전 중단된 후 20여년 간 버려졌다.
뉴욕시는 ‘하이라인의 친구들(FHL·Friends of the High Line)’이란 시민단체와 의기투합해 이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3년 현상설계를 벌인 결과, 무려 36개국 700팀이 몰렸다. 폐기 직전 철로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재생한다는 프로젝트가 많은 건축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 뉴욕시와 시민단체 노력으로 새로운 철로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FHL |
총 계획기간 10년, 시공기간 3년, 세 차례에 걸친 단계별 준공이 이뤄진 후 도시 흉물이었던 철로는 지상과 분리된 보행자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녹지 공간이 부족한 맨해튼에 새로운 개념의 철로 공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떠한 도로와 횡단보도도 만나지 않고, 22개 블록을 관통하는 근사한 지상 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 하이라인파크는 센트럴파크 못지 않은 휴식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FHL |
하이라인에는 산책로도 있고,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선데크(sun deck)도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계단 형식의 벤치와 넓은 잔디광장도 있다. 뉴요커들은 이곳에서 휴식하면서 맨해튼 풍경과 라이브 음악도 즐긴다. 센트럴파크에나 가야 느낄 수 있었던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 공원 곳곳에는 벤치와 선데크 시설까지 구비돼 허드슨강을 보면서 일광욕도 즐길 수 있다. /조선DB |
이렇게 뉴욕의 새로운 공원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사실 도심에 공원을 만드는 것은 그리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쉬운 일도 아니다. 특히 도심 공원은 숫자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하이라인의 성공으로 이른바 후광(後光) 효과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이라인에 인파가 몰리다 보니 공원 주변으로 조형물과 예술 작품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유명 건축가들의 건물 역시 공원 주변에 세워졌다.
![]() 야간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색적인 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펼쳐진다. /FHL |
하이라인은 친환경 도시 공공디자인의 좋은 사례가 되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는 뉴욕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철거나 재건축이 아닌 재생을 선택해 시간과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약하면서도 성공을 거둔 건축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세울 것인가’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새롭게 짓는 것보다 기존 건축물을 멋지게 재생해 새로운 콘텐츠를 입히고 활성화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 때로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평범함’을 가공해 ‘탁월함’으로 승화시킬 때 그 가치는 배가될 수 있다.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