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휩쓴 그리스, 이틀 후엔 홍수

[이슈]by 조선일보

산불로 26명 사망한 휴양지… 폭우로 마을 곳곳 물에 잠겨


최소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불이 덮쳤던 그리스 아테네 인근 지역을 이번엔 폭우가 강타했다. 연이은 재해로 그리스인들은 망연자실해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각)부터 이틀 동안 아테네와 교외 지역에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주요 도로에 갑자기 빗물이 고이면서 차량 수백대가 잠겼다. 침수됐다가 물이 빠진 지역이 진흙탕으로 변한 모습이 TV 중계에 잡혔다. 아테네 남서부 외곽 만드라 지역에서는 불어난 물로 집에 고립된 주민들의 구조 요청이 160여건 들어왔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이 지역은 지난해에도 홍수로 24명이 숨졌던 곳이다.

산불 휩쓴 그리스,  이틀 후엔 홍수

차량 수십대 진흙탕에 처박혀 - 26일(현지 시각) 그리스 아테네 북부 외곽에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져 마을 주차장이 거대한 늪처럼 변했다. 차량 수십대가 물을 피하지 못하고 진흙탕에 처박혔다(큰 사진). 최소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불이 그리스를 덮친 뒤 이틀 만에 닥친 물 폭탄이다. 이날 그리스 아티카 지역에 까맣게 타 뼈대만 남은 차량이 방치돼 있다(아래 사진). /AP EPA 연합뉴스

불타 한꺼번에 26명이 뒤엉킨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산불 인명 피해가 집중된 아테네 동쪽 해안의 휴양지 마티도 폭우로 마을 곳곳이 물에 잠겼다. 그리스 북부 관광 지역인 할키디키 지역에도 도로가 물에 잠겨 관광객들이 호텔에 발이 묶였다. 그리스 국방부는 홍수가 집중된 지역에 군인들을 배치해 화재 잔해를 제거하고 배수로를 파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편 이날 그리스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발생한 산불이 방화일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니코스 토스카스 공공질서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방화 범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여럿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피해 지역이 속한 아티카주에서 수십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점을 들어 방화 가능성을 주목해 왔다. AP통신은 그리스에서는 나무를 없앤 뒤 산지를 일구기 위해 일부러 불을 놓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확인된 산불 사망자가 85명으로 늘었으며, 부상자 180여명 중 11명이 위독하다고 밝혔다. 실종 신고도 4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불 피해로는 2009년 173명이 사망한 호주 빅토리아주 화재 이후 가장 인명 피해가 크다고 BBC는 보도했다.


시속 100㎞ 넘는 강풍이 산불을 순식간에 마을로 번지게 했다지만, 인재(人災)인 측면도 있다. 도로는 좁고 막다른 길이 많으며, 도로 표지판이 부실해 관광 목적으로 온 외지인은 큰 도로를 찾아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산악 지대에 불법으로 지은 조립식 무허가 주택이 피해 규모를 키웠고, 그리스 정부가 대형 재난에 대한 대비를 평소에 하지 않았던 탓도 크다"고 보도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2018.07.2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