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물

[컬처]by 조선일보
영화 ‘인셉션’의 배경이 된 ‘가이젤 도서관’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비행 접시, 다이아몬드를 닮아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는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가이젤 도서관. /archidaily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대학(UC샌디에이고) 교내 한복판에는 우주선이나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가이젤 도서관(Giesel Lipary)’. 미국과 유럽 대학교 도서관은 대체로 고풍스럽고 빈티지하다. 하지만 가이젤 도서관은 간결한 직선으로 이뤄져 모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가이젤 도서관의 와관을 본뜬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에 등장하는 건물(왼쪽)과 가이젤 도서관을 형상화한 UC샌디에이고의 로고. /ianmachunter(왼쪽), UC샌디에이고 홈페이지

현대 미술 작품을 닮은 가이젤 도서관은 학생들 뿐 아니라 전세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랜드마크가 됐다. 미국 CNN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7곳’에 이 건물을 포함시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에서는 가이젤 도서관 외관을 모티프로 한 건물이 등장한다. 전 세계에 학교 이름을 톡톡히 알린 가이젤 도서관은 곧 UC샌디에이고의 로고로도 만들어졌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가이젤 도서관은 두 손으로 책더미를 떠받들고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flicker

이 건물은 1968년 착공해 1970년 완공했다. 지상 8층 규모로 높이는 110피트(약 33.5m)다. 최첨단 건축 설계와 영화 세트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국 건축가 윌리엄 페레이라(William Pereira)가 설계했다. 그는 두 손으로 책더미를 떠받드는 모습을 생각하며 건물 외관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흔히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교 내에서도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도서관에 잘 어울리는 건축 의도다.


현재 약 700만권의 도서를 보관 중인 가이젤 도서관은 대지면적 1만6350㎡(약 4946평), 건물면적 1만405㎡(약 3147평)이다. 총 건축비(가구·설비 등 포함)는 540만 달러(약 61억원)이며 이 중 순수 건축비는 440만 달러가 들었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원래 강철 프레임으로 만들 계획이었던 가이젤 도서관은 비용 절감 문제로 철근 콘크리트로 건축됐다. /arichidaily

페레이라는 원래 가이젤 도서관을 강철 프레임으로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학 측이 비용 절감을 요구해 철근 콘크리트로 대체됐다. 건물 상층부 외벽은 총 3530㎡ 규모의 판유리로 마감했다. 유리창은 햇빛을 받을 때마다 빛나 최첨단 미래 도시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40권이 넘는 동화책을 쓴 작가 테오도르 수스 가이젤. 도서관의 유지 보수 비용을 후원한 그의 이름을 따서 '가이젤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A&E's Biography

건설 당시 이 건물 이름은 ‘중앙도서관(Central Lipary)’으로 평범했다. 1993년 유지 보수 공사를 했는데 이 때 미국의 유명 동화 작가인 ‘닥터 수스(Dr. Seuss)’가 많은 책과 후원금을 기부했다. 닥터 수스는 ‘20세기의 안데르센’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 초등학생들이 사랑하는 작가다. 그는 지난해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사후에도 돈 많이 버는 명사’ 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95년 UC샌디에이고 측은 닥터 수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본명 테오도르 수스 가이젤(Theodor Seuss Geisel)을 따서 건물 이름을 ‘가이젤 도서관’으로 변경했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가이젤 도서관의 1~2층과 4~8층 사이에는 기둥으로 인한 공백이 있다. /archidaily

이 도서관은 건물이 상층부와 하층부 두 부분으로 나뉜다. 건물 중앙에는 16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지상 1~2층과 지상 4~8층으로 구분된다. 상층부와 하층부를 구분하는 공간은 기둥만 있어 3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건축가가 책 무게를 잘못 계산해 건물이 내려앉았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빈 공간을 만든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위급 상황을 고려한 것. 4~8층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1~2층까지 내려가지 않고 3층에서 바로 탈출할 수 있도록 건물 가운데 부분을 바깥과 연결해 둔 것이라고 한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UC샌디에이고 학생들이 가이젤 도서관 안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flicker

가이젤 도서관은 층별로 ‘소음 기준’도 다르다. 1~2층에서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떠드는 것을 허용한다. 2층에는 닥터 수스의 부인인 오드리 가이젤(Audrey Geisel) 이름을 딴 ‘오드리 카페’에서 식음료를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4~8층은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며, 특히 7~8층에서는 ‘묵언 수행’처럼 보일 정도로 공부해야 예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라앉는다고 소문났던 우주선 닮은 건

출입 통로에 유리벽이 세워져 있어 학생들이 거울 용도로 쓰고 있다. /arhidaily

가이젤 도서관으로 향하는 출입 통로에는 건물 외벽을 장식하는 유리창과 동일한 소재의 벽이 세워져 있다. UC샌디에이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거울을 보려고 멈춰 서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2018.08.0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