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계의 ‘아이돌’로 등장한 이 부위

[푸드]by 조선일보

항정살·갈매기살 인기 끌며 가격 급등

일본 수출 안되는 돼지 부속물, 1970년대 순대·족발로 대중화

돼지고기계의 ‘아이돌’로 등장한 이

항정살(왼쪽)과 갈매기살./조선일보DB

항정살과 갈매기살은 삼겹살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는 ‘돼지고기계의 아이돌’이다. 특히 항정살은 별명도 가장 많고 인기도 높은 부위다. 빗살무늬 비계가 연한 핑크색 살코기 안에 눈처럼 퍼져있어 참치 뱃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천겹살’ ‘천겹차돌’이라 부르기도 한다.

목살에 끼어 팔리던 항정살과 먹지 않던 갈매기살의 화려한 변신

돼지고기계의 ‘아이돌’로 등장한 이

항정살 된장 양념 구이./조선일보DB

분류상으로는 앞다리에 속하는데 앞다리와 목 귀퉁이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모서리살’이라고도, 생긴 모양 때문에 ‘치맛살’이라 부르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목살에 섞어 팔았다. 돼지 한마리에 600g 정도 나오는 작은 부위를 독자 정형하면서 유명해졌다. 구우면 고소하면서도 쫀득하지만 촘촘한 지방 덕에 질기지 않다.


갈매기살은 내장을 감싼 ‘가로막살’이 변한 것이다. 때문에 ‘칸막이살’로도 부른다. 소의 안창살에 해당하는 부위다. 딱딱한 콜라겐이 붙어 있고 내장과 연결돼 있어 오랫동안 거의 먹지 않던 부위였다. 1975년 경기도 성남 중원구 여수동 도축장이 들어서면서 주변 식당에서 구이용으로 가공했고, 서울 마포 갈매기살 골목을 거치며 대중화됐다. 소 안창살처럼 씹는 식감이 좋고, 내장과 맞닿아 있는 부위라 진한 육향을 지녔다.

 

1960년대 돼지고기가 수출되면서 정육을 제외한 족발과 등뼈, 내장 등을 이용한 음식이 대중화됐다. 돼지 내장은 가장 길고 막이 얇은 소창과 굵은 대창, 두꺼운 막창으로 나뉜다. 이중 막창이 가장 비싸다. 돼지 내장을 이용한 가장 유명하고 즐겨 먹는 음식은 순대다. 주로 소창에 육류와 곡류, 다진 채소 등을 넣고 삶거나 쪄낸다. 돼지 창자를 이용한 돼지순대는 최한기(崔漢綺)가 1830년경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농정회요(農政會要)’에 ‘도저장(饀猪膓)’으로 처음 등장한다. 한글 기록으로는 1877년에 씌어졌다고 추정되는 조리서 ‘시의전서’에는 ‘도야지 슌대’가 최초이다.

◇돼지 내장 이용한 순대, 고급 잔치음식에서 대중 간식으로

돼지고기계의 ‘아이돌’로 등장한 이

서울 대학로 ‘순대실록’에서 파는 ‘전통찹쌀순대’(오른쪽)와 피를 넣지 않은 ‘젊은순대’./조선일보DB

전통 순대는 잔칫날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함경도 사람들은 잔치날 순대로 만들어 먹는데, 순대가 클수록 그 집안이 부유함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래서 함경도 아바이 순대는 소창을 사용하는 일반 순대와 달리 대창으로 만든다.


순대가 대중화된 건 1970년대다. 1960년대 말부터 돼지고기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돼지 부산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주요 수입국이었던 일본이 돼지의 머리, 다리, 내장을 일절 수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돼지 내장에 당면과 피를 넣은 당면순대는 이때부터 대중 간식으로 자리 잡는다.

 

돼지 내장을 구워 먹는 문화는 1950년대 중반 서울 청계천변에서 시작됐다. ‘후뚜루 마뚜루로 청계천변의 판잣집에서 (내장을) 굽고 지지고 볶고 해서 뒤범벅’(1965년 7월 14일자 경향신문)으로 먹었다. 역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양념을 하고 채소, 당면과 함께 먹었다. 청계천 다산교에서 중앙시장 사이에 형성된 돼지 곱창골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세종 어의가 극찬한 ‘산모 보양식’ 족발

국어사전에 족발은 ‘각을 뜬 돼지의 발 또는 그것을 조린 음식’이라고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돼지발이라는 단어는 삼국사기 고구려지에 ‘저족현(猪足縣 ·현 강원도 인제군)’이라고 처음 나온다. 조선 세종 때 의관 전순의가 쓴 ‘식료찬료(食療纂要 ·1460)’에 ‘족발은 산후 조리에 좋다’고 나온다. 지금까지도 산모들의 보양식으로 회자되는 이유다.


족발은 1960년대 이후 외식에 본격 사용된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족발과 함께 ‘발족’이라 부르기도 했다. 돼지는 앞다리가 발달한 탓에 앞다리가 크고 살도 많다. 족발집의 대(大)는 앞다리, 소(小)는 뒷다리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무릎에서 자르면 ‘장족’, 발목만 자르면 ‘단족’이 된다. 제주도 ‘아강발’은 단족을 말한다. 살과 젤라틴 성분이 풍부한 별미다.

돼지고기계의 ‘아이돌’로 등장한 이

서울 홍대 앞 ‘마산족발’./조선일보DB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돼지고기 문화가 발달한 유럽의 돼지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된다. 처음에는 한국인들이 주로 먹는 삼겹살, 목살, 앞다리가 주를 이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세그레토벨리, 뼈등심, 꽃목살, 늑간살’ 등 정형을 달리한 부위들이 들어오면서 한국의 돼지고기 부위의 세분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시장 성장이 정체되자 업계 관련자들의 마케팅 대응은 이런 변화의 중요 상수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품종, 부위, 숙성,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돼지고기 전문점들의 다양성과 대중적 성공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2018.12.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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