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건축가

[컬처]by 조선일보

고석홍·김미희 소수건축사사무소 소장 “작은 공동주택이 도심형 주거 대안”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소수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서울 도봉구 쌍문동 '닮담집'. 주인집은 단독주택을 닮은 꼭대기층에 살고 나머지는 임대 용도로 쓰이고 있다. 집 안에서 북한산이 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노경

똑같이 생긴 아파트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사는 도시인들에게 탁 트인 창과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은 언제나 로망이다. 하지만 도시의 땅은 비싸고, 그런 집을 지을 땅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단독주택의 로망만 갖고 도시의 인프라를 버리면서 무작정 시골로 내려가는 것 또한 무모하다.


올해 신진건축사상 최우수상을 받은 ‘소수건축사사무소’는 도시 거주자를 위한 ‘도심형 대안주거’를 찾는 건축에 집중한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하는 신진건축사상은 만 45세 이하 젊은 건축사가 설계한 작품 중 준공한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이번에 상을 받은 서울 양천구의 ‘동심원(同心院)’은 3대가 함께 사는 근생·다세대 건물이다. 필로티로 된 1층엔 카페가, 2~4층엔 부모 세대와 두 자매 가족이 각각 살고 있다. 심사단은 이 건물을 두고 ‘21세기 도시형 농경사회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소수 건축사사무소의 부부 건축가 고석홍(39)·김미희(38) 소장은 “도시에도 단독주택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들이 많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은 어떤 집을 말하는 것일까?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소수건축사사무소의 부부 건축가 김미희(왼쪽), 고석홍 소장. /이상빈 기자

Q.‘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은 무엇인가?


<고석홍> 이번에 상을 받은 ‘동심원’이 그런 예다. 건물은 전형적인 5층짜리 다세대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단독 주택 3채가 수직적으로 올라가 있다. 각 층의 평면과 설계도 서로 다르다.


이 건물의 건축주는 부모세대와 두 자매, 3대 가족이었다. 이 가족은 예전에 목동 근처 30평대 아파트에서 각자 살았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면 아이를 어머니집에 맡겨두고, 출근했다가 퇴근 할 때 데려 오는 방식으로 살았다. 이 가족들은 ‘매일 아침, 저녁 왔다갔다 할 바에야 모여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건축주에겐 ‘같이 모여 살다보면 편리한 점도 있지만,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설계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다 ‘단독주택 세 채를 쌓는다는 느낌으로 지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제안했는데 건축주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Q. 각 층의 콘셉트를 설명해 달라


< 김미희> 2층에 사시는 어머님은 교회에 다녀서 집이 교회처럼 높아보이길 원했다. 3층의 큰 따님은 모던한 분위기의 집을, 4층의 작은 따님은 따뜻한 느낌의 집을 원했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2층은 층고가 높은 박공 지붕으로 시공했다. 3층은 흰색과 검정색, 스테인레스 소재가 어우러져 모던한 느낌을 주고, 4층은 나무 서까래 구조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이 들게 설계했다.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두 부부가 지은 동심원(同心院)은 세 모녀 가정이 2~4층에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아래부터) 교회를 다니는 어머니를 위해 천장고를 높게 지은 2층, 모던한 분위기를 원하는 큰딸을 위한 3층, 따뜻한 분위기를 원하는 작은딸을 위한 4층. 각 층별로 설계가 달라 마치 단독주택을 층층이 올린 듯하다. /ⓒ김민은

1층엔 필로티와 함께 카페를 둬 공간을 열고 수익도 내게끔 했다. 신진건축사상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이를 두고 ‘장사해서 관리비 내는게 마치 도시로 옮겨온 농경사회인 것 같다’고 평했는데 재밌다고 생각했다.


Q. 도심 대안주거의 형태로 ‘동심원’과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다세대·다가구’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고석홍>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이 아파트에서 형편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주거형태란 인식을 넘어서고 싶다. 절대적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개성있는 주거 형태를 찾아 의뢰하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


개성에 맞는 단독주택에 살면 좋지만, 도시에선 그럴 수가 없다. 결국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파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파트는 평면이나 구조가 짜맞춰 생산되기 때문에 개성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다. 이들을 위한 도시형 대안주거 형태로 ‘소규모 공동주택’을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2018 신진건축사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수 건축사사무소의 '동심원'. /ⓒ김민은

Q. 개성을 살린 소규모 공동주택의 사례를 들자면?


<고석홍> 마당 딸린 집에서 단독주택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가족들과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마음이 맞고 교육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땅을 사서 서울 근교에 공동체 마을을 지으려고 하는 집을 공동구매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김미희> 서울 도봉구 쌍문동 ‘닮담집’은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지어 위에는 단독주택처럼 평면 등을 꾸미고, 아래는 임대할 수 있게 원룸이나 투룸을 짓도록 설계했다.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소수건축이 현재 진행중인 경기도 양평 살구마을 단독주택 단지. 비슷한 교육관을 지닌 14세대가 함께 모여살며 교육하기 위한 집을 짓고 있다. /소수건축 제공

거주하는 집은 단독주택은 아니지만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창을 크게 하고, 아파트에서 볼 수 없는 층고로 지었다. 다락방도 넣고, 평면도 널찍하게 뽑아 단독주택과 비슷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래 들어가는 원ㆍ투룸도 넒은 공간감을 주도록 설계해 색다른 공간 경험을 만든다. 이런 건물은 임대도 잘나간다.

Q. 이런 방식의 주택은 건축비가 올라가지 않을까. 임대용으로 짓는다면 수익률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고석홍> 단독주택보단 건축비가 싸다. 공동 주택이다보니 재료를 통일하고 디테일과 마감재, 시공사를 통일하면 공동구매 방식으로 좋은 품질의 집을 비싸지 않게 지을 수 있다.


<김미희> 쌍문동 집은 시세보다 10만~20만원 정도 월세가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전세면 10% 정도 더 받는다. 중요한 건 잘 지어놓은 집은 세입자를 골라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계를 할 때 건축적 완성도는 물론 수익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 작품성과 경제성의 균형이 맞아야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Q. 중소형 주택 건축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나?


<김미희> 예전에 건축가는 공공건축이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아직도 건축가가 작은 건물의 신축 프로젝트를 맡으면 ‘그런 건 부동산 업자가 하는건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갖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패러다임이 바뀔 것 같다. 개성 있는 삶의 형태가 생기고 있기 때문에 건축가도 이에 맞춘 공간을 창조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단독주택 같은 공동주택' 짓는 부부

광주광역시 구 도청 앞 분수대 지하 아케이드에 설치된 '기억의 상자'. 두 부부는 "이 작품을 계기로 부부 사무소를 열게 됐다"고 말한다. /소수건축 제공

<고석홍> ‘공공’의 개념이 바뀌는 것 같다. 예전엔 큰 공공 건축물이 인근의 공간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그 개념이 좀 더 일상화됐다. 가장 공공적인 건물은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건물에 이야기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간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


[이상빈 기자]

2019.01.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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