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프리미엄 택시' 타다의 배신?…만취 女승객 사진 공유, 성희롱 톡 나눈 기사들

[이슈]by 조선일보

일부 타다 기사들의 ‘위험한 채팅방’에선 무슨 일이...

검증된 인력·질높은 서비스라더니 ‘간접고용’ 허점

타다 측 "채팅 기사 업무배제... 법적조치 검토 中"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들이 최근 한 모바일 채팅방에서 새벽에 탑승한 만취 여성 승객의 잠든 모습을 몰래 사진 찍어 공유하고, 성희롱 발언을 주고받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타다’는 작년 10월 이른바 ‘프리미엄 택시’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검증된 인력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일부 기사들의 이 같은 행태로 ‘타다’의 인력 관리에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만취한 女승객 몰래 찍어 공유…성희롱 발언

지난 달 29일 새벽 1시 45분쯤 ‘타다’ 운전기사들이 초대된 한 모바일 오픈채팅방(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대화하는 공개 단체채팅방)에 한 여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만취 상태로 타다 택시 뒷좌석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운전석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흐트러진 모습은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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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새벽 1시 45분쯤 한 타다 기사가 “여자 손님이 안 일어나면 어쩌냐"며 만취한 여성 승객의 사진을 찍어 모바일 오픈채팅방에 공유했다. /최효정 기자

사진을 올린 타다 기사는 "여손(여성손님)이 안 일어나면 어쩌냐. 파출소 가느냐. 마침 파출소가 가깝다"라며 ‘타다 운행 중' 표시가 뜬 기사용 지도 앱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이 사진을 본 다른 대화방 참여자들은 "예쁠 것 같다" "‘모텔로 갈까요’ 물어보라" "실루엣이 매우 예쁜 여자"라며 성희롱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사진은 여전히 오픈채팅방에 남아있다.


기자는 해당 모바일 채팅프로그램에서 ‘타다’를 검색, 문제의 오픈채팅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채팅방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 결과 이 피해여성 말고도 기사들 간에 오간 성희롱 발언이나 사진 등이 여러 건 더 있었다.


기사들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성 승객이 타면 ‘유흥업소 여성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가 하면, 외모를 평가하거나 비하하기도 했다. "‘타다’를 하면서 제일 예쁜 여자를 태웠는데 외모처럼 매너가 좋다" "보O 애들(유흥업소 여성)은 성괴(성형괴물)에 싸가지 반말이라 극혐"이라는 식이었다. "예쁜 애들은 척을 잘해서 착한 척 했을 것" "역시 여잔 예쁘고 봐야 한다" 등의 얘기도 있었다. 이 오픈채팅방은 타다 기사 뿐 아니라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대부분 타다 기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운행 업무에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중간중간 기사가 아닌 일반인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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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다운

이들은 이런 성희롱성 발언들을 "기사들끼리 나누는 잡담"이라고 표현했다. 이 카톡방에 대한 본지 취재가 시작된 후, 타다 본사 측은 이 사진을 올린 기사를 확인해 퇴사 조치했다. 이 기사는 단톡방을 나가기 전 "심심풀이하는 방에 와서 기사들이 잡담하는 것까지 퍼나르고 더러운 XX"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일부 참여자들은 "(경찰이 아닌) 업체에서 온 연락이면 무시해라" "돌아가는 꼴이 엉망이다" 등 공감을 표했다.


사진을 찍어 올린 기사가 단톡방을 나간 이후에도 한 참여자는 "‘타다’ 아니면 못 들어가는 XX여대에 왔다"며 학생들의 사진을 멀리서 찍어 올렸다. 이에 다른 참여자가 "선배님, 여자들 도촬을ㅋㅋ"라고 답했다. 이밖에 "더우니까 가슴 오픈한 여자들이 많다.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눈은 즐겁겠다" 등의 발언도 이어졌다.


◇‘간접 고용’에 인력 검증 허점 드러내

타다는 차량 공유 업체 ‘쏘카’의 자회사인 VCNC가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서비스로, 렌터카와 대리운전 서비스가 결합한 형태다. 소비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운전사가 딸린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빌려 택시처럼 이용한다. 일반 택시와 달리 승차 거부가 없고,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안전 운행과 친절을 보장한다고 홍보해왔다.


일부 일반택시의 불친절한 서비스와 승차거부 등에 불만을 품던 소비자들은 타다의 등장을 환영했다. 타다는 출범 직후부터 고속 성장했다. 타다에 따르면, 타다는 출시 6개월 만에 회원수 50만명을 돌파했다. 운행 차량은 1000대, 호출수는 출범 초기 대비 130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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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차량의 모습 /조선DB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타다 측의 인력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택시업계 등은 타다 기사들이 별도 자격시험 없이 등록만 하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아왔다. 택시기사가 되려면 1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을 쌓고, 운전 적성 정밀 검사를 치른 후 택시운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신원조회, 16시간의 신규 채용자 교육을 거쳐 택시 회사에 입사한다.


반면, 타다는 인력 업체를 통해 간단한 면접을 통과하면 기사로 등록이 가능하다. 현재 타다에 등록된 기사는 1만 6000명, 이 중 한 차례 이상 직접 운행을 한 기사는 4300명 정도다.


타다 측은 "기사들이 파견업체 소속이라고 해도 지원자의 무면허나 음주운전 기록 등을 조회해 검증 절차를 거친다"며 "별점 제도를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개별 기사에 대한 관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별점 제도는 이미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이 점수를 부여해 이를 본사가 참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타다 측은 2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고객들에 대해 비정상적인 접근을 하는 등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일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사항인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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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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