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가출소년에 뚫린 제주공항...주운 항공권, 신분증으로 무사통과

[이슈]by 조선일보

30대 남성 항공권으로 보안검색 통과 후 탑승

기내에서 적발돼...항공편 출발 1시간 이상 지연


제주공항에서 10대 가출 청소년이 주운 30대 남성의 탑승권과 신분증을 이용해 검색대를 무사통과해 항공기에 탑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공항 보안검색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 청소년은 기내 화장실에 숨어있다 적발됐다. 이 때문에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가 다시 계류장으로 돌아오는 소동도 빚어졌다.


23일 제주지방경찰청 공항경찰대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오후 1시45분쯤 A(14)군이 공항에서 주운 다른 사람의 항공편과 신분증 제시하고 국내선 출발 검색대를 통과했다. 당시 A군이 소지한 항공권은 오후 3시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에어부산 BX8096편이었다. 항공권과 신분증은 지갑을 분실한 B(33)씨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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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탑승장 입구 검색대./조선DB

A군은 B씨의 항공권을 들고 유유히 검색대를 통과했다. 이어 항공사 바코드 검색을 거쳐 항공기 안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A군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이 B씨는 무인발권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다시 발급받아 가까스로 항공권을 발급해 항공기에 올랐다. A군이 기내에 들어간 지 약 1분 뒤였다.


먼저 기내에 오른 A군은 좌석에 앉지 않고 화장실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항공기가 출발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승무원들이 화장실에서 A군을 발견하면서 중복 탑승이 드러났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기장은 활주로 진입 전 탑승교로 항공기를 돌리는 램프 리턴을 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195명이 타고 있었다. 항공기는 출발 예정시각보나 1시간 넘게 지연된 오후 4시 26분쯤이 돼서야 제주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경찰에서 A군은 제주공항 3층 대한항공 라운지 의자에서 지갑을 발견해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진술했다. A군은 가출 신고가 된 상태였다. 결국 가출 청소년에게 공항 탑승장 입구 검색대와 탑승통로 앞 항공권 체크 시스템이 뚫린 것이다.


경찰은 A군은 항공보안법 위반과 점유이탈물 횡령,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A군을 입건하고 범행동기와 기내 진입 과정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측은 “항공기 탑승 직전 바코드 체크시 A군에 이어 B씨가 탑승하는 과정에서 중복 벨이 울렸다”며 “당시 직원이 바코드의 단순 오류로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측은 “A군의 덩치가 크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검색요원이 통과시킨 것 같다”며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내부적으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공항에서는 2018년 2월에도 절도범이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해 김해공항까지 이동해 절도를 저지른 뒤 항공편으로 다시 제주까지 돌아온 일이 있었다. 또 그해 5월에는 중국인이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제주공항 출국장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공항 상주직원 출입구를 거쳐 제주공항을 다시 빠져나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오재용 기자]

2020.06.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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